-독창적인 트렁크 만으로 가치 충분
-알렉 이시고니스의 지향점 그대로 담아
-아쉬운 단종, 다시 돌아올 수 있길
미니를 좋아하지만 소유하려고 생각하니 몇 가지 걱정이 들었다. 귀여운 외모와 작은 차체 때문에 이 차를 왜 구매했는지 주변에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또 탄탄한 주행 감성은 미니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지만 동반인을 태우기엔 승차감이 그리 친절하진 않았다. 현실적인 자동차를 봐야 할 나이가 되어가며 미니는 그렇게 멀어지는 듯 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자동차가 클럽맨이었다. 쪽문을 덧대서 구색만 맞췄던 과거의 클럽맨과는 다르게 2열에는 완벽한 두 개의 문짝이 있다. 다소 작은 5도어보다 비율적으로 예쁘고 미니라고 하기에는 다소 높은 컨트리맨보다 보기에도 좋았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미니이지만 단종을 앞두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클럽맨 키를 받아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클럽맨과 5도어는 예상보다 명확하게 구분된다. 동글동글한 헤드램프와 유니언잭을 품은 테일램프 등 미니 특유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지만, 두 차를 같이 보고 있으면 차이가 분명다. 클럽맨이 모든 면에서 5도어보다 크기 때문이다.
클럽맨의 전장은 4,266㎜. 5도어(4,035㎜)와 비교해 231㎜ 길다. 전폭은 1,800㎜로 5도어(1,725㎜)보다 75㎜ 넓다. 휠베이스는 2,670㎜로 5도어(2,565㎜)보다 105㎜나 길다. 이는 컨트리맨과 동일한 수치로 클럽맨이 공간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차를 한참동안 바라보게 하는 포인트는 측면부다. 낮은 전고와 기교 하나 없이 정직하게 쭉 뻗은 차체는 마치 같은 고향 출신의 웰시코기를 연상케 한다. 귀여우면서도 믿음직한 모습도 꼭 닮았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미니 특유의 비례감을 해치지 않은 점은 칭찬할 일이다. 차체 만큼 길게 뻗은 루프와 사다리꼴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윈도우 라인도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든다.
양문형 냉장고 같은 트렁크 도어는 위트와 실용성을 모두 챙겼다. 최초의 클럽맨부터 이어온 전통을 그대로 계승했다. 트렁크 도어가 두 개라고 해서 번거로울 이유도 없다. 필요한 만큼만 열 수 있으니까. 더욱이 가스리프트가 내장되어 문을 여는건 사실상 반자동이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360ℓ, 2열을 접으면 1,250ℓ까지 확장돼 여느 소형 SUV 못지 않다.
미니답게 아기자기한 실내 구성이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에는 8.8인치 모니터를 달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둘러싼 LED 링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을 뿌려준다. 엔진 회전수를 보여주는 용도로도 사용되는 점이 재미있다. 하지만 중앙부에 위치한 이유로 실용적이지는 않다.
두근거리는 듯한 모습을 붉은색 조명으로 표현한 하트비트 시동 레버도 미니만의 특징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갖춰진다. BMW 라인업과 다르게 반사 패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보 표시가 제한적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실내는 오랜 기간 우리에게 익숙한 그 모습이다. 동글동글한 디자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평범한 버튼 대신 항공기에서 봤을 것 같은 토글 스위치 타입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마니아들은 곳곳에 BMW를 연상케 하는 흔적들이 보이겠지만 미니만의 독특한 요소들이 이 부분도 잊게 만든다.
클럽맨 클래식은 8.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5.0인치 클러스터를 품고 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물론 미니가 제공하는 커넥티드 서비스도 쓸 수 있다. 어떤 브랜드보다 아날로그 타입 클러스터가 익숙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네모난 디스플레이만 보다가 끝을 동그랗게 처리한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2열 거주성도 꽤 만족스러운 편. 성인 남성이 편안히 앉고도 주먹 반개 정도의 레그룸이 나온다. 본격 패밀리카라고 말하기에는 살짝 작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태우기에는 충분하다. 반려견을 태우거나 2열을 접어 적재 공간만으로 쓴다고 한다면 부족함은 전혀 없겠다.
▲성능
시승차의 파워트레인은 1.5ℓ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다. 최고출력은 136마력이며 최대토크는 22.4㎏∙m이다. 사람에 따라 부족한 출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공차중량은 1,480㎏으로 가벼워 가속감은 기대 이상이다. 참고로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주파하는 시간도 9.2초이며 사실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기에 이정도면 충분한 스펙이다.
실제 도로에서의 움직임은 경쾌함에 가깝다.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변속기가 재빠르게 회전계를 튕겨낸다. 가속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다.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거친 엔진음과 명확하게 들리는 타이어 소리 덕분에 낮은 속도에서도 의외로 치열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다.
효율성도 예상보다는 훌륭하다. 클럽맨의 효율은 복합 기준 11.5㎞/ℓ지만 정체가 적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일정 속도로 주행할 때에는 14~15㎞/ℓ도 쉽게 나온다. 체감 유류비는 국산 준중형차와 비슷할 것 같았다.
서스펜션은 절대적으로는 단단한 편. 하지만 미니라는걸 감안하면 편하다. 노면의 충격을 받아들이는 폭이 다른 미니들보다는 적게 느껴진다. 이 정도라면 적당한 긴장감 탓에 장거리에서도 꽤 편안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미니의 색깔이 옅어진 건 아니다. 특히, 핸들링에서 만큼은 여전한 감각을 과시한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아주 정직하게 움직인다. 이렇다보니 굽이진 길에서는 그 어떤 차보다 자신있게 운전할 수 있다. 이른바 "고 카트 필링"이라고도 불리는 미니만의 주행 감각이 여실히 발현되는 순간이다.
아쉬운 부분은 우수한 핸들링 성능을 만끽하게 되면 출력에 대한 갈증이 곧바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아무런 불만 없던 가속이 어딘가 답답해지기 시작하고 고속에서는 한계점이 드러난다. 윗급의 S나 JCW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총평
미니 클럽맨은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고카트 필링으로 요약되는 퍼포먼스를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왜건의 다재다능함을 잘 품고 있는 자동차다. 그 옛날 미니를 고안했던 알렉 이시고니스 경이 바랬던, 작은 차체에도 공간감이 극대화된 실용적인 자동차라는 점에서 오리지널 미니의 가치를 잘 담고 있는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심이 생긴 자동차인데 단종이라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뒤늦게 마음을 갖게 된 자신을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클럽맨이 다시 근사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래서 더 뜨거운 안녕이다.
미니 클럽맨 쿠퍼 클래식의 가격은 4,310만원.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