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부담 없이 즐기는 네이키드, BMW R1250R

입력 2024년04월07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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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김새와 다른 뛰어난 안정감이 반전
 -일상과 장거리 주행 아우를 수 있어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을 볼 때 미리 겁을 먹는 경우가 많다. 특유의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모습을 보면 다루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실 아니다. 기대 이상으로 쉽게 다룰 수 있는 네이키드 바이크도 많다. 그 중 하나가 BMW모토라드 R1250R이다. 


 R1250R의 외형은 전통적인 네이키드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면부를 덮는 페어링은 찾아볼 수 없고 엔진도 그대로 드러나있다. 이 같은 장르를 네이키드(Naked)라고 부르는건 단어의 뜻 처럼 구조물이 그대로 들어난 벌거벗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BMW는 네이키드가 아닌 로드스터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구조를 갖춘 모터사이클의 장점은 분명하다. 탁월한 개방감이다. 거대한 페어링과 윈드쉴드로 바람을 막기 위해 애를 쓰는 스쿠터나 크루저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주행풍이 라이더에게 피로감을 준다지만, 본래 바이크는 바람을 맞기 위해 타는거니까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R1250R은 조금 더 화려해보이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이 엿보인다. 연료탱크의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디테일은 완성도가 좋은 편. LED 헤드램프는 시인성도 훌륭하거니와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전면부에 좋은 포인트를 준다. 앞바퀴와 차체를 떠받치고 있는 바를 금색으로 덮어 임팩트도 더한 모습이다. 

 전반적인 차체 구조가 헐벗고 있다 하더라도 편의기능까지 부족한건 아니다. 다양한 정보를 표기해주는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뛰어나다. 핸들 바와 시트에는 5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이 마련되어있고 속도 고정식 크루즈컨트롤도 마련돼 있다. 

 바이크에 앉아보면 생긴것과는 다르게 조금 더 편안한 자세가 연출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핸들 바도 생각보다 안쪽으로 들어와있어 라이딩을 하기에 편한 자세가 나온다. 발목 앞으로 툭 튀어나와있는 거대한 박서 엔진이 엄청난 힘을 숨기고 있다는 걸 은근히 드러낼 뿐이다. 


 R1250R의 파워트레인은 1,254㏄ 2기통 박서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34마력이며 최대토크는 14.6㎏∙m다. 소형차와 엇비슷한 출력이라 별로 와닿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공차중량은 239㎏에 불과하다.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는 1.78㎏. 자동차에서는 실로 상상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수치다. 

 겁먹을 건 없다. R1250R은 생각보다 친절하다. 라이딩 모드에 따라 명확한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R1250R은 에코, 레인, 노멀, 다이내믹 등 4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에코와 레인 모드에서는 스로틀 반응이 느슨해져서 일상 주행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이내믹으로 바꾸면 다른 주행모드로 돌아가기가 어렵다. 

 실제로 체감되는 출력이 어마어마하다. 다이내믹 모드와 노멀 모드 사이의 스로틀 응답성과 엔진의 필링은 많이 달라진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실제로 바이크를 쏘아붙이면 박서 엔진의 막대한 출력이 곧바로 전달된다. 즉각적으로 와닿는 바이크만의 진동과 가속감은 자동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기차 못지 않게 즉각적으로 쏟아져나오는 출력도 라이더의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기에 충분하다. 


 고속에서도 풍부한 토크감을 진득하게 이어나가는 탓에 엔진 회전 수를 적극적으로 높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행 패턴에 따라 변속을 권고하며 계기판이 연신 깜빡이지만 8,000~9,000rpm까지 도달해도 힘이 남아돈다.

 설명만 해선 아찔한 상황임에도 자신 있게 운전할 수 있는건 불안감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BMW모토라드의 전자제어 기술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리터급 바이크가 아닌 미들급 배기량의 바이크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서는 다이내믹 ESA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댐퍼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바이크의 상하운동을 최소화한다. 고속 주행에서 흔들림을 줄여 안정감을 최소화 하는 것. 반면 로드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조금 더 유연하고 푹신하게 오르내리며 편안한 느낌을 준다. 라이딩은 물론 일상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기어가 붙고 나면 클러치 없이 변속할 수 있는 퀵시프터도 만족스러운 기능. 왼손의 피로감을 덜어주는건 기본. 클러치가 붙으며 발생하는 적당한 변속 충격은 마치 레이스카를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편안함이 지루함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배려한 부분이다.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박서 엔진의 낮은 무게중심 탓에 차체를 한껏 기울여도 안정적이다. 마치 오뚝이가 움직이듯 기울어진 이후 본래의 자세를 찾는 움직임도 매우 자연스럽다. 결국 자신감 있게 코너링을 공략할 수 있게 된다. 

 R1250R은 마음먹고 달릴 때 확실한 피드백과 안정감을 주고 일상에서는 편안함을 선사하는 바이크다. 이렇다보니 매일 바이크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혹자는 다소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매일 탈 수 있는 편하고 안전한 바이크가 나에게도 주변에게도 좋지 않을까. 

 BMW R1250R의 가격은 2,67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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