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단점 찾아볼 수 없는 완성도
-궁극의 럭셔리 지향하는 성격 여전해
탄소 중립을 향한 완성차 브랜드의 노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럭셔리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도 마찬가지다. 지속 가능한 사회와 브랜드 미래 비전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스펙터가 탄생했다.
많은 주목을 받으며 성대하게 등장한 것처럼 궁금증도 제법 많았다. 전동화 시대의 럭셔리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제품 완성도는 물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높은 기대와 가치까지 모두 충족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지난 3일 열린 미디어 시승회를 찾았다. 하루 종일 스펙터와 함께하면서 답을 찾을 수 있었고 훌륭한 결과값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디자인&상품성
스펙터의 첫 인상은 익숙하다. 전기차다운 특별함을 드러내기 보다는 롤스로이스 본연의 모습을 더욱 강조했다. 거대한 사각 그릴과 투톤 보닛, 각을 살린 펜더 등 멀리서 봐도 단번에 롤스 패밀리임을 알게 한다. 얇은 주간주행등과 분리형 헤드램프 정도가 신형다운 유일한 차이점이다. 옆은 거대한 크기가 주변을 압도한다.
5.4m가 넘는 길이, 3.2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웬만한 롱휠베이스 플래그십 세단과 같다. 여기에 23인치 휠까지 어우러져 상당히 큰 차임을 가늠할 수 있다. 유연하고 부드럽게 내려앉은 루프 라인을 비롯해 반대로 열리는 큼직한 2도어, 감각적인 윈도우 라인까지 모든 조화가 아름답다. 적재 적소에 두른 크롬 도금과 장인의 손길로 그려 넣은 코치 라인 등 라이벌에서는 절대 살펴볼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진다.
뒤는 롤스로이스 헤리티지를 엿볼 수 있다. 패스트백 형식으로 트렁크까지 떨어지는 라인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테일램프는 클리어 타입으로 처리해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드러낸다. 여기에 유광 블랙과 크롬을 절절히 섞어 얇게 처리한 뒷 범퍼까지 비율이 상당하다.
클래식한 매력과 전동화 전환을 향한 브랜드의 의지 공존하며 뛰어난 뒷 모습을 완성했다. 컬러도 상당하다. 한국 공개 행사를 위해 특별 맞춤 제작된 비스포크 제품 "크레센도" 인데 프랑스 리큐어의 오묘한 빛깔에서 영감을 얻은 샤르트뢰즈와 블랙 다이아몬드 에어로 투 톤으로 마감했다. 대담하면서도 역동적인 감각을 제공한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금고 문을 여는 것처럼 묵직한 도어를 잡아 당겼다. 실내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자동차의 개념을 잊을 만큼 럭셔리한 라운지가 연출된 것. 입이 벌어지고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전체적인 1열 구성은 여느 롤스로이스와 마찬가지로 디자인 통일감을 부여했다. 원형 송풍구와 각종 버튼, 센터터널도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반면,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휠은 림 두께가 굵어졌다. 순식간에 강한 토크가 나오는 전기차 특성을 고려해 그립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브랜드를 상징하는 얇은 스티어링 휠도 선택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 잡아 빼는 방식의 바람 세기 핀, 수동으로 다이얼을 돌리는 온도 조절 장치, 컬럼식 변속 레버 등 옛 브랜드 철학과 역사를 오마주한 경험도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스펙터가 올드한 차는 결코 아니다. 디지털 요소를 대거 추가해 요즘 트렌드에 잘 부합한다. 간결한 구성의 풀 디지털 계기판을 비롯해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매우 크고 빠른 반응을 보여준다. 롤스로이스 전용 UI 구성이 돋보이며 자연스러운 스와이프 감각과 선명한 그래픽이 핵심이다. 환희의 여신상을 숨길 수 있는 특화 기능도 볼거리 중 하나다.
소재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플라스틱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온통 천연 가죽과 진짜 나무, 질 좋은 스웨이드, 숙련된 전문가가 한땀한땀 바느질한 스티치의 향연이 펼쳐진다. 오너의 취향에 맞춰 수 만가지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직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 또 도어와 천장을 전부 덮고 있는 가죽의 경우 팽팽하게 감싸 단차 없이 훌륭한 마감 퀄리티를 보여준다. 헤드레스트에 수 놓은 로고 자수까지 전부 마음을 빼앗긴다.
감성 품질을 높이는 요소도 차고 넘친다. 먼저 비스포크 사운드 시스템이다. 18개의 스피커가 들어있는데 훨씬 큰 실내를 갖춘 컬리넌 보다 2개 많은 숫자다. 그만큼 조용한 전기차에서 더욱 몰입감 높은 사운드 경험을 받을 수 있다. 천장을 보면 밤 하늘의 별이 떠 있다. 광섬유 LED 조각을 일일이 박아 넣은 것이다. 심지어 유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무빙 기능도 넣어 랜덤으로 흐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펙터에는 선택으로 도어에도 LED 조명을 넣을 수 있다. 안쪽에는 4,796개의 별을 코치도어 안쪽에 새겨 넣은 "스타라이트 도어"다. 이와 함께 5,584개의 별무리와 스펙터 네임 플레이트로 이루어진 "일루미네이티드 페시아"를 조수석 패널에 적용했다. 어두운 터널이나 야간에는 신비로운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쿠페이지만 2열은 세단만큼 넓고 편안하다. 시트 면적이 크고 몸이 닿는 부분은 전부 가죽으로 덮어 안락함은 배가 된다. 푹신한 바닥 매트까지 어우러져 잠이 저절로 쏟아진다. 중앙에는 송풍구와 수납함 등으로 꾸몄고 유광블랙으로 처리했는데 천장 LED 빛이 반사돼 더욱 화려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트렁크는 준수하다. 전기차라고 해서 손해 보는 부분이 없다. 넓고 광활하며 부피가 큰 짐도 손 쉽게 적재할 수 있다. 보닛에는 별도의 트렁크 같은 건 없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능
스펙터는 앞뒤 전기모터 조합과 대용량 배터리가 합을 맞춰 움직인다. 앞에는 최고 190㎾, 뒤에는 360㎾ 힘을 내는 전기모터이며 합산 430㎾를 발휘한다. 584마력 수준이고 최대토크는 90㎏·m를 뛰어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4.5초면 끝이 난다. 2.9톤의 무게가 무색할 만큼 역동적인 실력이다. 이 외에 102㎾h급 리튬이온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최장 530㎞(WLTP 기준)를 달릴 수 있고 고속 충전의 경우 195㎾급 기준 10%에서 80%까지 34분이면 충분하다.
스펙터는 높은 출력과 토크를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최대한 부드럽게 가속하고 점진적으로 속도를 올릴 뿐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여유가 넘친다. 일부러 힘을 과시하지 않으며 품격 있게 질주 할 뿐이다.
그만큼 자극적이거나 역동성 있는 파워트레인 감각은 아니다. 물론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전기차 특유의 펀치력이 전달되며 훅하고 튀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온전히 운전자 의지에 달려있다. 2.9톤의 거구를 몰아 붙이는 데에는 전혀 부족하거나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V12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했던 예전 롤스로이스 라인업과 비교해서도 훨씬 잘 나간다.
정숙성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 했다 솔직히 롤스로이스나 전기차는 워낙 조용 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정숙성을 어떻게 잡았을지 궁금했다. 해답은 불필요한 아주 작은 소리까지 철두철미하게 잡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특유의 고주파 사운드다. 가속은 물론 감속 시 회생 제동에 따라서 모터 소리가 얇게 들리는데 롤스로이스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정숙성을 가지고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서스펜션은 여전하다. 구름 위를 두둥실 떠 가는 듯한 느낌이며 차는 얼음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이 질주한다. 조금의 굴곡도 허용하지 않는다. 불규칙한 노면을 모두 흡수하며 최상의 승차감을 구현한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까지 더해져 고속에서는 묵직하게 바닥을 움켜쥔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과 교집합을 이루며 매우 인상적인 결과값을 보여준다.
주행 보조 기능을 전부 활성화 하면 만족이 더욱 커진다. 차간 거리와 차선 유지는 물론 스티어링 휠을 중앙에 놓고 안정적인 반 자율 주행 기능을 보여준다. 전방에 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부드럽게 제동 및 가속을 이어간다. 여기에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보다 정확하게 목적지를 향해 길잡이 역할을 하고 운전자에게 믿음을 준다. 차의 성격과 잘 어울리며 우수한 이동 경험을 드러낸다.
▲총평
흔히들 전기차는 파워트레인 성향이 비슷해서 각 제품마다 특징을 찾기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스펙터를 타보면서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롤스로이스 새 전기차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BEV의 패러다임을 재정립 하고 개념을 새로 세운다. 그리고 디자인부터 구성, 움직임, 성격 등 모든 것이 평소 알고 있던 롤스로이스 그 모습 그대로다. 전기차 이전에 롤스로이스 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 맞는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키며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차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정도 차를 구입하는 소비층에게 가격은 절대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차를 구입하고 나서 오랜 시간 함께 했을 때 느끼는 가치와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스펙터는 조건을 완벽히 부합한다. 지구환경을 바라보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오너로써 제 역할을 다 하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어서다. 이처럼 럭셔리의 새 기준을 세우는 차가 스펙터다.
한편, 스펙터는 시작 가격은 6억 2,200만원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