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간직한 감각적인 디자인
-컴팩트한 차체에서 오는 운전 즐거움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 왔다. 자동차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도 이러한 변화와 바뀌는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데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반갑고 즐거운 차가 있다. 바로 2인승 로드스터인 BMW Z4다.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경량 스포츠카의 표본이며 꾸준히 세대를 거듭해 변치 않은 믿음과 재미를 안겨준다. Z4와 함께 봄을 만끽하며 이 차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Z4는 오리지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꾸준히 발전해왔다. 이는 외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롱노즈 숏데크 구조의 차체다. 보닛이 길고 뒤가 극단적으로 짧아 한 눈에 봐도 독특한 인상을 전달한다. 컴팩트한 차체 덕분에 운전석은 사실상 중앙에 있을 정도다. 탄탄한 무게배분과 비율을 바탕으로 드라이빙 완성도를 보장한다. 세부 요소를 살펴보면 단번에 BMW 패밀리 임을 알 수 있다.
가로로 길게 뻗은 키드니 그릴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Y자 형태의 무늬를 집어 넣어 멋을 냈다. 올곧은 대각선 주간주행등을 비롯해 두 단계로 층을 나눈 헤드램프는 선명한 인상을 보여준다. 이 외에 여러 조각으로 입체감을 살린 범퍼와 큼직한 공기흡입구도 조화롭다. 차를 꾸미는 장식 요소를 전부 유광블랙으로 감싸 한 층 ?고 세련됐다.
옆은 큼직한 19인치 휠과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가 특징이다. 특히 낮은 차체를 앞세워 펜더 바로 위까지 이어진 휠하우스 라인이 무척 매력적이다. 옆에는 M 배지와 함께 별도의 공기 통로를 마련했고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으로 이어지는 도어 패널의 모습도 환상적이다.
완만하게 내려 앉은 A필러와 둥글게 말린 소프트톱까지 온통 낭만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뒤는 가로 형태의 테일램프와 날카롭게 치켜 올린 트렁크 끝 단, 오밀조밀하게 붙어있는 레터링 등이 있다. 범퍼는 앞쪽과 마찬가지로 각을 많이 사용했고 듀얼 머플러도 기본이다.
실내는 눈에 익는다. 가장 최신의 디자인 구성은 아니지만 여전히 쓰임새 좋고 큰 불만이 없다. 운전자 쪽으로 치우친 센터페시아와 디지털 계기판, 두툼한 M 전용 스티어링 휠만 봐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각종 기능을 다룰 수 있는 변속레버 주변은 정갈하며 메모리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열선 스티어링휠과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 등 웬만한 편의 품목은 다 탑재돼 있다.
패널이 맞물리는 이음새에는 얇은 LED 조명을 넣었는데 야간에 톱을 열고 주행할 때는 감성 포인트가 된다. 이와 함께 여러 형태의 직선과 대각선으로 조화를 이룬 대시보드 및 도어 안쪽 디자인은 마치 잘 만든 조형물을 보는 것 같다. 수납은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알짜배기 공간을 만들어 활용도가 좋다. 특히, 트렁크는 열리는 면적이 넓고 소프트톱 개폐와 상관없이 281ℓ의 동일한 공간이 나와 유용하다.
Z4는 s드라이브20i와 M40i로 나뉜다. 기본형인 20i는 BMW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32.6㎏·m의 힘을 내며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은 6.6초다. M40i는 M 퍼포먼스 트윈파워 터보 기술의 직렬 6기통 3.0ℓ 엔진을 탑재해 최고 387마력, 최대 50.9㎏·m를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4.1초다. 모든 엔진은 최신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와 결합한다.
시승차는 20i로 부담 없는 일상 주행과 스포티한 감각을 적절히 조율했다. 시동을 걸면 매콤한 사운드가 귀를 자극한다. 하지만 빠르게 숨을 고르고 난 뒤에는 차분한 성격을 드러낸다. 노멀 모드에서는 여유롭고 넉넉한 인심을 자아낸다. 자극이 덜하고 누구나 쉽게 차를 다룰 수 있다. 흐름에 맞춰서 손 쉽게 속도를 올리고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
종속에서 고속으로 넘어 갈 때는 엔진 회전수를 껑충 튀기면서 적극적으로 차를 밀어붙인다. 그래서인지 도심보다는 뻥 뚫린 외곽 도로에서 빠르게 달릴 때 엔진 장점이 훨씬 더 잘 드러난다. 그만큼 스포츠모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며 곧바로 차의 진가를 알아 보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가장 먼저 스로틀 반응이 훨씬 예민해졌다. 변속 세팅도 최대한 레드존 가까이 붙인 다음에 단수를 오르내린다.
그만큼 강한 펀치력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즉. M40i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엔진과 상관 없이 Z4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성격 때문이다. 차의 장점은 코너에서도 두드러진다. 휠베이스가 짧기 때문에 코너를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과정을 알 수 있다. 마치 운전자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인다. BMW 특유의 우수한 핸들링까지 더해져 깔끔한 코너링을 구사한다.
낮은 시트 포지션과 이상적인 무게 배분,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까지 달리기에 최적화 되어있는 몸이다. 한 번 코너링을 맛 보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 2인승 경량 로드스터를 구입하는 이유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스포츠 패키지가 기본이라서 조금 더 큼직한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를 넣었지만 인상 깊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다. 초반 응답성은 좋은데 페이드가 다소 빨리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물론 엔진의 출력과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큰 아쉬움은 아니다. 오랜 시간 내 차로 운영하면서 감각을 잘 익힌다면 최적의 만족을 줄 듯 하다.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구분하고 몇 가지 아쉬움을 드러냈던 요소는 톱을 여는 순간 전부 잊혀진다. 따뜻한 햇살과 살랑이는 봄바람, 조금씩 들리는 중독성 강한 엔진음과 배기음까지 온전히 귀로 들을 때면 Z4에 대한 구매 만족도가 배로 올라간다.
그 어떤 차도 흉내 낼 수 없는 오픈카만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이 더해진다. 가는 계절을 붙잡고 싶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큰 치유를 받는다. 감성 가득한 낭만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된 것처럼 행복하고 하루 종일 미소만 짓는다.
이처럼 Z4는 2인승 로드스터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명확한 목적을 제시하며 마니아들의 마음을 훔친다. 오픈에어링의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멋진 디자인과 BMW 전매특허 운동성능까지 갖췄으니 완성도를 논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무엇보다도 톱을 열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어떤 세그먼트 차와도 비교 불가능하다. 수익이 좋은 대중적인 차, 여기에 탄소중립을 향한 전기차가 늘어나는 시대에 꾸준히 소수를 위해 선보이고 있는 BMW에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존재만으로도 훌륭한 차가 Z4다.
한편, Z4의 가격은 s드라이브20i M 스포츠 패키지 7,250만원, M40i 9,6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