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주행 효율, 인증치보다 더 뛰어나
-편안함과 역동성 갖춘 주행 인상적
하이브리드 인기가 어느 때 보다도 높다. 예전에는 연료 효율만을 바라보고 구매하는 차였지만 이제는 성능과 상품성 등 여러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차를 구매한다. 즉 효율도 좋으면서 출력도 부족함 없는 차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차가 어코드 하이브리드다. 2개의 전기모터로 넉넉한 힘을 보여주고 운전 재미까지 챙겼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본연의 가치에도 충분한 자동차다보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디자인&상품성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이전보다 더욱 스포티한 모습을 갖고 있다. 정통 세단의 느낌을 강조해왔던 경쟁자와 다르게 패스트백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을 갖춰 더욱 과감한 느낌이다. 3박스 세단보다 더 길어보이는 느낌을 일정 부분 벗어나기 위해 와이드한 디자인 요소들을 채택해 안정감을 추구한 것도 특징이다.
앞은 풀 LED 타입의 블랙 아웃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이렇다 할 기교 없이 직선으로 디자인해 강인한 느낌을 더한다. 램프와 이어진 수평 형태의 그릴은 차체의 와이드한 모습을 강조하고 더욱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디자인의 백미는 옆과 뒤에서 드러난다. 롱노즈 타입의 앞과 뒤쪽으로 밀려난 A필러, 쿠페 형태의 날렵한 루프라인, 길게 뻗은 캐릭터라인이 영락없는 패스트백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다소 지루한 세그먼트라는 평가를 받는 중형 패밀리 세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링이다.
뒤는 수평 기조의 테일램프가 자리했다. 풀 LED로 구성해 시인성을 높였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심플한 느낌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수더분한 인상을 덜어내기 위해 조금은 더 과감한 느낌을 주기 위한 요소들을 넣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실내도 외관의 모던한 느낌을 그대로 이어간다. 수평 형태로 디자인해 너비 감을 강조했고 공조 장치 등 버튼류 배치를 최소화해 심플함을 더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공조 다이얼 사이를 길게 가로지르는 송풍구에는 패턴을 더해 위트를 키웠다.
곳곳의 디테일들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콘솔과 도어 패널 등에는 유광 피아노 블랙 컬러를 적용했고 계기반과 콘솔 등은 특수 스티칭 처리로 고급감을 높였다. 시트와 암레스트 등의 가죽 질감은 여느 고급 세단 못지 않은 만족감을 더해준다.
공간감도 만족스럽다. 앞좌석 탑승자가 시트포지션을 편안하게 설정하고도 키 181cm의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앉아서 이동할 수 있다. 주먹 한 개 반 정도의 다리 공간이 확보된다. 밖에서 볼 땐 다소 낮아보이는 헤드룸도 안에서 체감되는 수치는 넉넉한 편이다. 주먹 한 개 정도의 머리 공간이 나온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47마력을 내는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E-CVT가 결합된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구성했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4.0㎏∙m이며 복합연비는 16.7㎞/ℓ이다. 1.6톤을 끌고 나가기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는 스펙이다.
초반에는 전기모터의 넉넉한 힘이 차체를 끌고 나간다. 전기차만큼은 아니지만 토크감이 강력하다. 엔진과 배터리가 서로 간 동력을 주고받는 상황도 매끄럽고 고속 주행에서의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재미있는 건 회생제동 모드다.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 감도를 조작하면 감속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유의 울컥거림은 많이 억제됐다. 이렇다 보니 원 페달 드라이빙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겠다. 원한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처럼 충전 모드를 이용해 배터리를 채울 수도 있다.
스티어링이나 서스펜션의 응답성은 차분하고 푹신하다. 방지턱이나 노면 요철 정도는 여느 고급차처럼 능숙하게 넘겨버리는데 단단한 독일차 성향을 따라가고 있는 국산 세단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그렇다고 마냥 물렁물렁한 건 아니다. 편안함과 별개로 날카로운 핸들링도 겸비했다. 스티어링 휠을 천천히 돌릴 때와 급격히 조작할 때의 감각이 다르다. 코너링과 차선 변경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다.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면 마치 혼다의 모터사이클에서 들어봤을 것 같은 카랑카랑하고 높은 회전대의 엔진음이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생각보다 자극적이고 자연스러운 소리 탓에 가속 페달에 계속 힘을 주게 된다.
운전자 지원 시스템 혼다 센싱도 수준급이다. 제한속도를 올리거나 차간거리를 좁히도록 설정해도 운전자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 차분하게 간격을 좁혀나가고 가속도 점진적으로 진행한다. 필요에 따라 차로 유지 기능만 작동시킬 수 있다 보니 장거리 주행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효율도 만족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복합(16.7㎞/ℓ)보다 실제 체감하는 효율이 더 뛰어나다. 도로 흐름에 따라 별다른 생각 없이 주행을 이어나가다 보면 19~20㎞/ℓ 정도의 효율을 보인다. 더 신경 써서 주행하다보면 이보다 높은 숫자를 보여주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다.
▲총평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세단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다. 전기차 못지 않은 전기모터 활용 범위는 소비자가 친환경차를 타고 있다는 효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기대 이상의 연료 효율과 뛰어난 운동성능, 넉넉한 거주 공간까지 갖춰 가족을 위해서는 물론 경제성과 운전 재미까지 톡톡히 챙겼다.
다만 가격은 조금 더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풀 체인지 직전의 차와 완전히 새로운 신차를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지만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보다는 비싸다. 경제성을 중요시한 소비자들을 위한 트림이 하나 더 있다면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한편,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5,34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