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제작과 최종 조립 공정 투어
-섬세한 작업과 뛰어난 결과물 특징
작업 라인에 같은 차는 단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중앙에는 거대한 나무와 식물들로 가득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조를 이뤄 하나하나 섬세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그만큼 시끄럽고 복잡한 기계의 모습은 잘 찾아볼 수 없으며 조심스럽게 차를 다루고 섬세하게 조립이 이뤄질 뿐이다. 이 모든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바로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팩토리다.
지난 18일 페라리 팩토리에 들어가 각 작업 공정과 차가 나오는 과정을 살펴봤다. 여러 단계가 있지만 이날 찾은 곳은 기계 공정과 엔진 조립, 최종적으로 차가 나오는 순간의 차체 조립동을 차례로 살펴봤다.
먼저 찾은 기계 공정관은 페라리 심장인 6기통과 8기통, 12기통 엔진용 부품이 생산된다. 각 구역은 깔끔하게 나눠져 있으며 127대의 엔지니어링 기계가 설치돼 있다. 또 기계별로 직경, 공차, 형상을 다루는 100여개가 넘는 각기 다른 도구들이 탑재돼 있다. 예를 들면 크랭크케이스 한 개를 만드는 데 최대 80 개의 도구가 사용되며 페라리는 개별 요구 사항에 따라 도구를 직접 바꾸거나 심지어 완전히 교체하기도 한다(1년을 버티는 도구가 있는 반면 어떤 것은 10 회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모든 기계 공정에는 최신 3D 프린팅 기술과 네 대의 레이저 광학시스템을 활용한다. 정교하게 깎고 다듬은 다음 직접 사람의 손과 눈으로 확인하고 신중하게 다루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심지어 프로토타입 제품도 기계 공정관에서 생산되며 역사적인 차를 보존 및 복원하는 클래식 부서를 위한 부품도 이 곳에서 따로 만든다. 개발 도면을 찾아 필요한 부품의 수치를 입력하고 직접 만들어 완성도 높은 복원 실력을 보여준다. 해당 부서의 복원 전문가들은 모든 페라리를 새 차 수준으로 돌려놓는다.
또 다른 특징은 쾌적한 작업 환경에서 찾았다. 멀리서 보면 식물원에 온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초록색이 가득했다. 실제로 중앙에는 수 많은 나무와 식물이 위치해 있고 온도와 습도는 적당해 쾌적했다. 양 옆과 위에서 내려오는 채광의 양도 상당해 밝은 분위기를 보여줬다. 식물들 사이에는 별도의 트레이닝룸이 있어 작업자들 간 상황을 보고 받고 정리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쪽에는 품질 검사를 위한 별도 공간이 있어서 무작위로 부품을 하나 선택해 별도 체크센터로 가서 다시 뜯어보고 살펴봤다.
V6와 V8, V12 레이싱디비전 엔진까지 모두 검수가 가능하며 부품을 360도로 회전하며 정밀 측정하기도 하고 현미경을 사용해 정확히 만들어졌는지 보면서 협동하고 이야기도 한다. 이처럼 오늘날 최고의 내연기관 엔진으로 평가 받는 페라리 심장은 작은 부품을 만들고 검수하는 과정에서부터 남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엔진 조립관이다. 엔진 종류에 따라 공장 내 두 곳의 조립라인 중 한 곳으로 배정되는데 V6와 V8가 같은 라인을 사용하며 V12는 별도 공간에서 조립이 이뤄진다. 최소 2인 1개조로 움직여 하나의 공정을 섬세하게 처리하며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특히, 12기통 엔진 조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별도의 바닥 라인이나 레일이 없을 정도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매우 섬세하게 조립이 이뤄졌다. 또 작업자들은 각 부품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만져가면서 정확한 컴퓨터 프로그램 수치에 맞춰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기계가 필요 없다 보니 동선을 최소화 하기 위한 주변의 환경도 무척 좋아보였다.
마지막으로는 차량조립관이다. 이 곳은 최종적으로 차의 완성 단계가 진행되는 만큼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문이 확정되면 페라리 물류센터에서 조립에 필요한 필수 부품들이 출고되며 이후 개별 카트에 패키징 돼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한다. 라인은 크게 세 줄로 나뉘는데 전기장치와 파워트레인, 인테리어 등이다.
개별 주문제작 성격에 맞춰 같은 차는 단 한대도 없었다. 그만큼 정확한 부품이 카트에 담겨있으며 차종과 컬러, 옵션에 맞춰 혼류생산이 가능하다. 참고로 한 대당 평균 10~15 대의 부품 카트를 필요로 하며 실제로 하루 동안 약 550대의 부품 카트가 페라리 물류센터와 공장 사이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를 트레이에 올려놓고 띄워 아래 부분 골격을 체크한 뒤 다시 내려서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된다. 테크니션들은 전기 배선을 시작으로 완벽한 페라리 탄생을 돕는다. 별도의 기계를 통해 차를 옆으로 눕히기도 하고 공장 위와 아래를 오가며 매우 꼼꼼한 작업이 이뤄진다. 특히,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결합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팀워크를 이뤄 완벽한 실력을 보여줬다.
반면, 윈드 스크린과 리어 윈도우를 장착하는 과정에서는 밀리미터 수준의 높은 정확성이 요구돼 완전 자동화된 페라리의 몇 안 되는 제작 공정을 거친다. 차체 조립관에서는 1공정부터 약 50공정에 이르는 제법 많은 순서에 맞춰 차를 만들며 중간 진행상황 시 다시 한 번 정밀 측정으로 차를 검수한다. 이렇게 모든 공정이 끝나고 최종적으로 차가 나오는 순간까지 3일에서 최대 5일이 걸린다.
페라리 팩토리는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곳을 넘어 장인정신이 깃든 하나의 공방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만큼 정신 없이 찍어내는 기계소리 가득한 공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주문 제작한 단 한대의 차를 만들기 위해 최상의 퀄리티로 차분하고 꼼꼼하게 작업하며 그 속에서 테크니션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차를 기다리는 오너로서는 더 없이 든든하고 믿음이 갈 것 같다. 이처럼 슈퍼 스포츠카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보답하기 위한 페라리의 첫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드림카 가치를 충실하게 실현시킨다.
마라넬로=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