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마니아 필수코스, 페라리 박물관

입력 2024년04월22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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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대표하는 페라리 한 자리에 
 -역대 스쿠데리아 페라리 업적 전시

 슈퍼카 마니아들에게 페라리는 하나의 고유명사 같은 존재다. 그만큼 오랜 시간 인정과 동경을 받아오며 성장해온 대표적인 브랜드이고 수 많은 사람들에게 드림카로 불리기도 한다. 또 절대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슈퍼카(페라리) 마니아들이라면 꼭 한번쯤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박물관이다.

 페라리 본사와 공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박물관은 1990년 초 문을 열었다. 전설적인 페라리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모터스포츠 정신이 깃든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역사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1년 365일 전 세계 팬들이 몰려오는 곳이며 관광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입구에서부터 거대한 페라리 로고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안으로 들어가니 세련된 구조의 건물과 함께 각 구역별로 페라리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이었다.

 먼저, 엔초 페라리 업적을 기리는 구역과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이 소개됐다. 한 켠에는 812 슈퍼페스트 뼈대와 완제품이 비교 전시돼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다음 구역에는 이름만 들어도 감탄사를 내뱉을만한 차들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바로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F40과 F50이다. 40주년 기념 제품이자 엔초 페라리가 제작한 마지막 페라리로 알려진 F40은 여전히 기품 있는 위용을 드러냈다. 바로 뒤에는 노란색 F50이 있었는데 1995년 생산으로 당시 최고 500마력 이상 뿜어내고 F1 기술을 대거 탑재해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을 받았다.

 다음으로는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든 공간이 나왔다. 바로 엔초 페라리와 라페라리, SF90 등이 있는 하이퍼카 존이었다. 먼저 창립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창업자 이름을 차명에 붙은 엔초페라리는 2002년 처음 등장했으며 하이퍼카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349대만 생산하려 했지만 나중에 50대가 추가로 생산됐고 최종적으로 1대를 추가해 교황청에 기부했다. V12 6.0L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660마력을 발휘하고 무게는 고작 1,365kg에 불과하다. 그 결과 톤당 출력비는 481마력/톤에 달한다.

 후속으로 등장한 라페라리는 2013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공개됐으며 조각품에 가까운 외모와 폭발적인 성능, 희소성까지 더해 지금까지도 차 값의 수 배가 넘는 가격에 형성돼 있다. 더욱이 페라리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V12 6.3L 엔진과 전기모터 시스템이 맞물려 최고 963마력을 뿜어낸다. 페라리 기술 발전의 정수를 보여주며 지금도 전설적인 차로 평가 받고 있다.

 SF90 XX 스트라달레는 공도를 누비는 경주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별하고 강력한 슈퍼카다. 서킷 주행에 최적화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V8 4.0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조합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가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고작 2.3초에 불과하며 최고속도는 320km에 달한다. 이미 모든 물량이 다 팔렸으며 웃돈을 주고 거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다음 구역은 개별 맞춤 주문이 가능한 테일러메이드 존이었다. 휠과 스티어링을 비롯한 각종 부품부터 가죽과 바느질 등 고급감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요소까지 벽면에는 샘플과 함께 보기 좋게 전시돼 있었다. 입맛에 맞게 고른 뒤 조합한 결과물도 중앙에 있었는데 특별한 데칼로 꾸민 812 슈퍼패스트가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조합으로 차를 꾸미면 어떻게 나올까 잠시 행복한 상상을 했다.

 칸막이 뒤에는 오직 단 하나뿐인 페라리, SP-8이 있었다. 차를 주문한 오너는 대만 출신으로 중국에서 행운을 뜻하는 숫자가 8이라는 점을 반영했다. 또 F8 스파이더의 미드-리어 엔진 V8을 기반으로 하며 레이아웃과 섀시, 엔진도 계승했다. 볼륨이 서로 교차하며 융합하는 방식에 초점을 뒀으며 도색되지 않은 탄소섬유 프론트가 차를 전체적으로 감싸면서 색상과 소재 면에서 강한 대비를 이뤘다.

 한 층을 내려가니 본격적인 모터스포츠 페라리의 세계가 펼쳐졌다. 오랜 시간 주요 경주에서 상을 휩쓸었던 전설적인 차들이 가득했고 클래식 몬자와 166MM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기들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그 중에서도 F430 스쿠데리아는 단연 인기스타였다. 출시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관심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F430 스쿠데리아는 200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등장했다. V8 4.3L 510마력 엔진이 들어갔고 무게는 무려 1,250kg으로 소형차 수준이었다. 매우 빠른 성능을 자랑할 수 있었고 반자동 변속기를 적용해 제로백 3.6초, 최고속도 336km/h의 빠른 운동 성능을 보였다. 독특한 측면 라인과 머플러 디자인은 기본형과 차별화를 두었고 엔진음과 배기음도 상당히 강한 게 특징이다. 또 전용 데칼을 넣어 특별한 차라는 것을 부각시켰다.
 
 클라이맥스는 F1 구역이었다. 경주차와 월드 챔피언 드라이버들의 업적, 트로피를 원형으로 감싸 드러내는 공간이었는데 압도적인 스케일이 매우 놀라웠다.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의 자랑스러운 결과물이며 옛 영상을 통해 F1 우승 순간을 볼 수 있었다. 레이싱을 바탕으로 성장한 페라리답게 F1을 대하는 자세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오랜 시간 서킷을 누비던 페라리 경주차를 모형으로 섬세하게 제작해 각 특징을 설명해 놓았고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보다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가장 마지막에는 최신 페라리 라인업이 전시돼 있었다. 오늘날 페라리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 제품들을 살펴보니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기대까지 모두 알 수 있었다. 이후 세미 프로급 포뮬러원 시뮬레이터를 통해 주행 기술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존과 포뮬러원 머신도 전시돼 있어 직접 타이어 교환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출구에는 페라리 스토어, 카페 및 대규모 다목적 공간이 준비돼 있고 다양한 행사, 컨퍼런스 및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레드 캠퍼스 코스를 진행할 수 있다.

 페라리는 오랜 시간 쌓아온 헤리티지와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박물관을 통해서 알 수 있었으며 유산을 후대에게 알리고 브랜드의 중요성과 슈퍼카의 진짜 의미를 설명하고 있었다. 빠르게 달리는 희귀한 자동차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 안에서 시대와 정신을 공유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페라리가 주는 힘이다.

마라넬로=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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