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4년 만의 베이징 모터쇼
-미디어 사전공개 행사 앞두고 전시 준비 분주
-"한국선 중국차 어떻게 보나" 현지 언론 "관심"
23일 오전 10시.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중국 국제전람센터 순이관으로 향하는 택시부터 잡아탔다. 언론 공개 행사(프레스데이)까지 2일 전이었지만 취재를 위해 신청해둔 출입증을 수령할 겸 모터쇼를 준비하고 있을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6년여 만에 찾은 중국은 도로의 분위기부터 달라져 있었다. 오래된 현대차 EF 쏘나타와 아반떼 XD 일색이었던 택시는 대부분이 베이징자동차와 BYD 전기차로 바뀌었다. 우렁찬 엔진음과 매연을 내뿜던 버스도 전기차로 전환된 건 마찬가지. 더욱이 고가의 모터사이클을 제외한 스쿠터 일체는 모두 전기로 구동됐다.
이런 변화와 관심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행사장인 중국 국제전람센터는 인근 진입로부터 번잡했다. 공안은 불법 주차된 차들을 단속하기에 바쁘고 부스 공사 현장으로 지게차와 트럭들은 입·출차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헬멧과 작업 조끼 등 각종 장비로 중무장한 현장 인력들은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전시관으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는 출품 차들의 면면을 보면 공항에서 현장으로 오는 도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은 전기차였고 설령 내연기관이라 하더라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였다. 기아 EV4, BYD 양왕 등 중국식 표현대로 "신에너지차(NEV)"들이 부지런히 운반되고 있었다. 포드 머스탱을 제외하면 내연기관 자동차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20만㎡(6만500평)에 달하는 전시 면적을 가득 채우는 건 자동차 뿐만은 아니다. 각 전시관 사이를 연결하는 대로에는 부품업체들과 스타트업, 각종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들을 한 데 모은 별도의 공간이 조성되고 있었다. 현대모비스나 일렉트로비트 같은 익숙한 기업부터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유추할 수 없는 곳들까지 부지런히 부스를 차리고 있었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출입 등록 부스 인근에서 휴식을 취할 때에는 같은 목적으로 현장을 찾은 중국 기자와 우연히 말을 섞었다. 자신을 지역 신문사 소속이라고 소개한 그는 취재를 위해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기에 바빴다.
그가 가장 궁금해 했던 건 "한국에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냐"는 말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중국차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보니 외부의 평가, 특히 강력한 경쟁자인 한국 자동차 산업계의 반응이 궁금했던 것 같았다.
"빠른 성장세를 모두 인상 깊게 보고 있다" 라는 원론적인 답변에도 질문은 몇번을 더 꼬리를 물었다. 취재를 위한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관심 있게 본 중국차가 있나"라거나 "샤오미 전기차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어떤가" 같은 내용들이었다.
질문이 길어질 것 같아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 현장을 빠져나오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짝퉁 차 일색이었던 과거를 지워내고 이제는 제법 그럴싸한 자동차들을 만들고 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도로엔 전기차가 가득했고 대부분은 본 적 없는 낯선 엠블럼의 차들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토종 브랜드와 프리미엄 제품군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답을 듣고 싶어 기대에 차 있던 중국 기자의 반응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는 생각도 스쳤다.
팬데믹 이후 처음 치러지는 베이징 오토차이나는 어떤 놀라움을 보여줄까. 우리에게는 또 어떤 시사점을 줄까. 이들의 자부심이 허풍일지 아닐지는 현장에서 보고 판단해야겠다.
베이징=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