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가격 내세워 틈새시장 공략
-전동화 파워트레인 장점 잘 드러나
지난 25일 개막한 "2024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높은 성장을 이뤄낸 중국 전기차가 단연 시선을 끌었다. 세그먼트 가리지 않고 저마다 특징을 드러낸 신차가 주목을 끌었는데 그 중에서도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얹은 미니밴이 무대 중앙에서 자태를 뽐냈다.
상해기차(SAIC)가 전액 출자해 만든 제조 기업 맥서스는 미파(Mifa) 7 MPV를 공개했다. 새 차는 기아 카니발 수준의 미니밴이며 순수 전기의 힘으로 움직인다. 배터리는 77㎾h~99㎾h 급이 탑재되며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408~476㎞ 수준이다. 고급 전기 미니밴을 지향하며 센터페시아 전체를 화면으로 꾸몄고 고급 가죽과 사운드 시스템,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 18인치 휠 등이 기본이다.
이에 맞서는 샤오펑은 대형 전기 미니밴 X9을 공개했다. 컨셉트카를 보는 것처럼 조형미가 돋보이는 외관이 특징이며 실내는 7인승 구조로 독립 시트와 럭셔리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거대한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제외하면 물리 버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공간 활용을 높이기 위해 2열은 180도 플랫이 가능하다. 또 뒷좌석 전용 21.4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으며 지능화된 공기청정 시스템을 탑재해 쾌적한 이동을 보장한다. 동력계는 최고 320마력을 내는 싱글모터와 503마력을 뿜어내는 듀얼모터로 나뉘며 1회 충전 시 약 700㎞를 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지리홀딩스 산하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009를 선보였다. 2+2+2 구조의 시트를 적용한 6인승 미니밴으로 고급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며 전반적인 외형은 미래 지향적인 느낌으로 가득하다. 실내는 천연가죽 시트와 지속가능 소재를 곳곳에 둘렀다. 2열 시트는 열선, 통풍, 마사지 기능을 지원하며 옵션에 따라 천장에 15.4인치 스크린을 추가할 수 있다. 합산 출력 534마력을 내는 2개의 전기모터가 적용됐으며 CATL의 셀투팩 배터리가 적용됐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중국 CLTC 측정 기준 700㎞이며 최고속도는 190㎞/h다.
이 외에 GAC 모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MPV인 E9를 출시했다. 시스템 최고출력 373마력을 내는 고성능 미니밴이며 2.5톤에 달하는 무거운 중량에도 불구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단 8.8초면 충분하다. 이와 함께 LFP 배터리 용량도 25.57㎾h 급으로 상당하며 순수 전기 모드로 106㎞를 달릴 수 있다.
안전 품목도 대폭 강화했는데 12개의 초음파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레벨 3 수준의 반 자율주행 기능을 확보했고 오토 파일럿에 준하는 실력을 갖췄다. 현장에서 만는 회사 관계자는 "완전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최적의 대안이 PHEV 미니밴"이라며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중국 브랜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국 브랜드가 전기 미니밴에 집중하는 이유는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먼저 전동화 파워트레인에 적합한 세그먼트라는 평이 다수다. 거대한 배터리를 탑재하기에 용이하고 낮은 무게중심으로 인해 기존 미니밴이 갖고 있던 낮은 고속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우수한 정숙성을 바탕으로 탑승자 모두에게 쾌적한 감각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차가 크기 때문에 무게에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고급 감각을 지향하는 전기 미니밴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효율에 집중하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주행거리만 나온다면 큰 단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용량 배터리를 넣어 주행거리가 높아 단점을 지운다.
이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 미니밴에 대한 입지를 굳히려는 목표가 크다. 기본적으로 전기차 제조 가격이 비싼 상황에서 중국을 제외한 브랜드는 미니밴 개발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 빈틈을 파악하고 값싼 가격을 내세워 빠르게 세그먼트 선점을 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모터쇼에 등장한 중국산 전기 미니밴의 경우 대부분의 6,0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보조금을 받을 경우 4,000만원 수준까지 내려온다. 수입차 브랜드 대비 절반에 가까운 가격인 만큼 경쟁력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의 산업 규모는 이미 글로벌 톱 티어에 들어와 있다"며 "세그먼트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신차를 쏟아내는 건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 중에서도 전기 미니밴에 집중하는 상황을 유심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며 "틈새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이 상당하며 우리 기업도 현실을 빠르게 파악하고 위기감을 가진 채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