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만으로도 가치를 높이는 포르쉐 아이코닉
-강력한 파워트레인, 균형감 높은 섀시 어우러져
자동차를 바라보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다. 디자인, 구성, 성능, 효율, 가격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이 모든 균형을 적절히 맞춰서 차를 구입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이 통하지 않는 차들도 있다. 제품 자체, 즉 존재와 명성만으로도 구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포르쉐 911이 있다. 스포츠카 대명사이자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선망 받아온 차다. 강력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911, 그 중에서도 GT 계열을 제외한 최상위 퍼포먼스 ‘터보 S’를 시승했다.
911 터보 S 와 함께 춤을 추기 위해서는 꽉 막힌 도심보다는 교외로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곧바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왼손으로 더미 키를 잡아 돌리니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며 등장을 알린다. 고성능 스포츠카다운 짜릿한 첫 만남이다. 가속페달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속도가 붙는 과정도 진중하다. 강한 출력 때문에 예민해서 다루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은 지워도 좋다.
이 모든 건 노멀 모드에서만 통용 된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다음에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돌렸다. 거의 1,000RPM까지 엔진회전수가 뛰며 본격적으로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변속 세팅이 완전히 달라지다 보니 차는 180도 성격을 바꿔 본격적인 질주를 예고한다. 적당한 긴장과 함께 심호흡을 하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는 지체 없이 튀어 나가며 매우 빠른 속도로 한계 영역에 진입한다.
후련하게 속도 바늘을 꺾고 속 시원하게 달려 나간다. 가슴 속 꽉 막혀있던 답답함이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유쾌한 웃음 소리와 함께 행복함이 밀려온다. 차가 갖고 있는 스팩만 봐도 이 모든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911 터보 S는 3.8ℓ 박서 엔진을 얹어 최고 662마력, 최대 81.6㎏∙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전용으로 설계한 8단 포르쉐 더블 클러치를 조합했다. 0→100㎞/h 가속시간은 쿠페 2.7초, 카브리올레 2.8초다. 최고속도는 330㎞/h다. 구동계는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채택했다. 토크 배분을 최적화해 앞바퀴에 최대 51.0㎏∙m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달리기에 최적화된 차다. 911 터보 S 와 함께라면 도착지까지의 거리가 제곱으로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를 바탕으로 금세 굽이치는 산길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두고 차와 함께 했다. 엔진 회전수는 다시 한 번 800RPM 이상 올리면서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결과는 무시무시하다. 눈깜짝할 사이에 단수를 오르내리며 극한의 영역으로 운전자를 안내한다.
굳이 패들시프트를 다룰 필요가 없다. 매우 빠른 변속 타이밍을 자랑하며 속도에 맞춰 널뛰듯 춤을 춘다. 환상적인 변속기에 힘입어 엔진은 200% 실력을 발휘한다. 맺고 끊음이 정확하다 보니 언제, 어느 순간에서든지 완벽하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섀시 컨트롤도 마찬가지다. 포르쉐 전매특허인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는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며 코너 진입과 탈출을 빠르게 돕는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과 포르쉐 토크백터링(PTV) 역시 정확한 움직임을 서포트 하는 기폭제다. 매우 낮은 무게중심까지 어우러져 예술적인 감각으로 포물선을 그리고 같이 춤을 춘다. 이와 함께 감동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욕심을 부려 코너에 진입해도 차는 편안하고 안정적이게 움직인다. 300mm가 넘는 거대한 타이어가 끈끈한 접지를 보여주고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도 모든 변수를 줄이는 일등공신이다. 이성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그저 짜릿하게 운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 엄청난 사운드는 덤이다. 중저음의 바리톤 음색은 엔진 회전수 구간별로 전부 다른 소리를 구현하며 감성을 충족시킨다. 요란하게 천둥이 치는듯한 소리는 아니지만 굉장히 깊고 올림 있으며 끝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실내에 울려 퍼지는 공명음 마저 아름다울 정도다. 등 바로 뒤에 있는 엔진과 함께 호흡 하는 기분이다.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스릴과 재미 사이를 오가며 한참을 주행했다. 차와 운전자 모두 쿨다운 할 필요가 있어서 한적한 공터의 911을 세우고 내렸다. 냉각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타이어 열기까지 아름답고 뿌듯할 뿐이다. 이제서야 온전히 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디자인은 수백미터 멀리서 봐도 단번에 911임을 알 수 있다. 동그란 눈망울과 낮은 보닛, 한껏 부풀린 펜더 등이 대표적이다.
측면은 아름다운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완만한 A필러와 부드럽게 내려앉은 지붕선, 아름다운 휠은 물론 빵빵한 뒤태까지 전부 매혹적이다. 터보 S 만의 특징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뒤쪽 펜더에는 별도의 에어덕트를 뚫었다. 또 번호판 위치도 가운데로 옮겨 달았다. 얇은 수평형 테일램프, 큼직한 듀얼 배기구와 어우러져 균형감이 훌륭하다
실내는 클래식한 체크 무늬 스포츠-텍스 시트 센터 패널과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와 함께 야광 도료를 바른 것 같은 계기판 숫자는 감성 품질을 극대화한다. 두 개의 디지털 스크린을 갖춘 계기판과 중앙에 위치한 엔진회전수 아날로그 바늘은 911의 과거와 현재를 잘 보여준다. 또 와이드 모니터는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표현해 편의성을 높였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가변 배기와 PDCC 등 핵심 버튼을 토글 방식으로 모았다.
아래에는 단조로운 송풍구를 비롯해 공조장치 및 볼륨 버튼을 배치했다. 터치와 물리적 조절 방식을 적절히 섞었다. 스티어링 휠은 버튼을 최소화했다. 휠 한쪽에 붙은 운전모드 다이얼도 실용적인 모양새다. 911을 상징하는 2+2 시트 구조는 기본이다. 뒷좌석에 성인이 앉아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앞쪽 트렁크는 제법 깊어 쓰임새가 높다. 포르쉐 로고 주변을 쓰다듬으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린다.
911 터보 S는 시대를 막론하고 스포츠카의 기준으로써 언제나 건재함을 유지한다. 변함없는 가치를 내세우며 모든 운전자들에게 끝 없는 도파민을 전달하고 무한 행복의 영역으로 안내한다. 영원한 드림카로 남기에 충분하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기부여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차가 갖고 있는 상품성도 우수하지만 냉정한 비교를 떠나서 존재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는 차가 911 터보 S다.
한편, 포르쉐 911 터보 S의 가격은 3억1,040만원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