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쉽게 즐기는 모험, BMW F900 GS 어드벤처

입력 2024년05월14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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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담없는 전고와 쉬운 조작감, GS의 명성은 여전
 -5,000rpm 넘겼을 때의 사운드, 머슬카 연상시켜
 -입문용 미들급 듀얼 퍼포즈로 손색없어 

 BMW의 바이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듀얼퍼포즈 GS 시리즈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아우를 수 있어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SUV와 같다. 이 세그먼트는 1980년대 R80 G/S를 선보이며 BMW가 개척하다시피 했다. 다카르랠리를 5년간 제패했고 헬게 피테르슨이 40만㎞에 달하는 세계 일주를 할 때 탄 바이크로 알려지며 "세계일주가 가능한 바이크"라는 명성을 얻었다. GS 시리즈의 플래그십인 1300GS가 "우주명차"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건 괜한 소리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1300GS는 명성 만큼이나 비싸다. 가격은 3,660~3,900만원이고 여기에 취등록세와 각종 옵션을 더하면 4,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여유있는 사람이라면 덜컥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겠지만 바이크의 세계에 갓 입문한 소비자들에겐 어마어마한 배기량과 함께 상당한 부담이 될 테다. 그런 사람들에게 꼭 맞는 바이크가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F900 GS 어드벤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사람이 탐낼만한 바이크다. 

 F900 GS의 외관은 앞선 기함이었던 1250GS를 연상시킨다. 거대한 덩치감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라면 만족할만한 디자인이다. 실제로 1300GS와 함께 세워놔도 꿀리지 않을만큼 소위 말해 "빵"이 좋다. 1300GS가 너무 슬림해져 아쉬운 소비자들이라면 F900 GS 어드벤처도 괜찮은 선택지겠다. 


 세부적인 디테일들도 이전 세대 제품인 F850 GS와 1250 GS의 흔적이 남아있다. 비대칭으로 설계된 헤드램프를 비롯해 스포티하게 처리된 사이드 페어링이 대표적이다. 거대한 연료탱크와 페어링 하단에 마련되어있는 보조 조명 등 장거리 투어는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데다 기능적으로도 훌륭하다. 

 편의기능도 풍부하다.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물리 키 없이 시동을 걸 수 있는 키리스 라이딩 기능도 기본 적용했다. 장거리 주행 안정성뿐만 아니라 스프링 프리로드와 댐퍼의 바운드 및 리바운드 모두를 간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업사이드-다운 포크를 적용해 주행 환경에 따라 최적의 성능을 구현할 수도 있다.

 F900 GS 어드벤처의 파워트레인은 895㏄ 직렬 2기통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05마력으로 배기량과 출력 모두 이전보다 높아졌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은 3.7초. 조금 더 온로드 성향을 지향하는 F900 GS(3.8초)보다 다양한 장비들이 추가됐음에도 더 빠르다. 

 6단 수동변속기는 클러치 작동 없이도 변속할 수 있는 변속 보조 장치를 내장해 편의성을 높였다. 클러치를 조작하는 것 보다 부드럽고 더 빠르게 변속할 수 있는건 덤이다. 여기에 다이내믹 ESA 기능을 탑재해 노면과 주행 상태는 물론 그리고 라이더의 몸무게까지 고려해 안전하고 다이내믹한 주행을 전자식으로 제어한다.

 처음 접하는 바이크를 타게 되면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법. 그럼에도 F900 GS 어드벤처는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과장을 좀 보태 출퇴근용으로 타고 있는 혼다 슈퍼커브만큼이나 하중 이동이 쉽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애써 무게를 싣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기울어지며 자연스럽게 자세를 고쳐잡는다. 이 정도라면 험로에서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을 것만 같다.

 노면의 충격을 완화하는 능력도 수준급. 임도 주행을 염두해서일까. 불규칙한 노면과 방지턱 정도는 제법 잘 걸러낸다. 급제동 시 발생하는 노즈 다이브 현상도 아주 점진적으로 예측 가능할 만큼만 전개한다. 


 스로틀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쥐면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안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무게위 대부분이 바이크의 앞쪽으로 몰려있는 덕분에 앞바퀴가 들리는 "윌리" 현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어떤 이들에겐 재미없는 바이크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건 분명한 강점이다. 

 재밌는건 사운드다. 4,000~5000rpm을 넘어서면 마치 머슬카의 V8 엔진에서나 들을 것 같은 사운드가 울려펴진다. 비슷한 느낌인 게 아니라 정말 머슬카의 소리다. 상상치도 못했던 반전매력에 엔진 회전대를 높게 유지할 수 밖에 없었고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더 빠르게 달리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게 된다. 

 안전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조금 흥분해도 마음놓고 달릴 수 있다. 코너링에 최적화된 ABS 프로(ABS Pro)와 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DTC), 다이내믹 브레이크 라이트, 라이딩 모드 프로가 탑재된 덕분이다. 특히 라이딩 모드 프로 기능을 통해 추가 라이딩 모드, 라이딩 모드 사전 설정 기능, 엔진 드래그 토크 컨트롤 및 다이내믹 브레이크 컨트롤(DBC)’를 활용하면 보다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집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운전해서 나아간다기보다 바이크에 업혀 가는 느낌이다. 운전자보다 더 빠르게 제동에 개입하거나, 차체를 기울일 타이밍을 놓쳤을 때 균형감을 유지하는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BMW 모토라드의 전자장비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날것 그대로의 오프로드를 즐기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심심하게 느껴지겠다. 

 F900 GS 어드벤처는 균형감 있는 주행을 만끽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었다. 모터사이클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라면 이 정도의 배기량과 출력이라도 겁을 먹겠지만, 생각보다 만만하다. 가볍고 쉬우며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데 흠잡을 데 없이 편안하고 잘 달린다.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GS에 괜히 우주명차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게 아니다.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바탕으로 스포츠 주행과 일상, 오프로드와 장거리 투어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전천후 만능 바이크. 이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F900 GS 어드벤처의 가격은 2,400만원.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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