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하고 든든한 브랜드 플래그십 SUV
-세련된 디자인, 활용도 높은 편의 및 안전품목
볼보차의 든든한 맏형을 꼽으라면 단연 XC90이 떠오른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자 플래그십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믿음직한 SUV로 잘 알려져 있는 게 특징인데 이러한 우직함을 바탕으로 꾸준히 소비자 피드백을 받고 개선을 거듭한 24년형이 우리 곁에 돌아왔다. 사용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으며 정제된 파워트레인을 얹어 주행 완성도도 부쩍 올라갔다. 새 XC90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첫 인상은 듬직하다. 커다란 체구가 시선을 끌며 든든한 인상을 받는다. 활용도가 높은 SPA플랫폼의 역할이 컸다. 실제 XC90은 길이 4,950㎜, 너비 1,960㎜, 높이 1,770㎜로 도로 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앞은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시그니처 LED 헤드램프와 수직 크롬 바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위치한 깔끔한 형태의 아이언마크가 있다. 여기에 크롬 도금의 양도 상당해 화려함을 키운다.
이와 함께 통합형 루프레일과 다이아몬드 컷 휠(21 인치)도 비율이 좋다. 문짝에 붙어있는 사이드미러와 단정하게 처리한 윈도우, 곧게 뻗어있는 캐릭터라인 및 벨트라인까지 전부 이상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차체 컬러로 칠한 휠하우스만 봐도 도심형 고급 SUV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뒤는 제법 익숙하다. 오랜 시간 볼보차 SUV를 상징했던 세로 형태의 테일램프를 비롯해 커다란 레터링, 수평 라인이 돋보이는 범퍼의 모습까지 호불호 없는 구성을 갖췄다.
실내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충실히 반영해 완성했다. 그만큼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세련미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비율적인 면에서는 수평으로 이어지는 비주얼 라인은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천연 나뭇결이 살아있는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의 데코 인레이를 전 트림 기본 적용해 우아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24년형의 가장 큰 특징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기반으로 티맵 오토 및 누구 오토, 플로를 통합한 서비스는 그대로다. 여기에 조금 더 정교하고 개인화된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업데이트를 거쳐 스마트 모빌리티로서의 새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목적지 설정, 음악 재생 등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발화어로 통합 설정 및 실행할 수 있는 ‘개인화 루틴’이 있다. 미리 상황을 설정해두면 간단한 음성 인식만으로도 주행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 또 날짜와 개인 일정 등을 브리핑하는 ‘데일리 브리핑’도 지원한다. 가상 비서가 옆에 있는 것처럼 섬세하고 정확했다.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연결이 가능하다.
티맵 스토어도 추가돼 웹 브라우저와 뉴스 앱, 팟캐스트, 오디오북, 증권 서비스 등 서드파티 앱을 구현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 앱을 통해 동영상 감상이 가능하고 폭 넓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소프트웨어 진화를 통해 실내 확장성이 무척 넓어졌고 탑승자는 폭 넓은 경험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구성은 큰 불만이 없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시트는 전동식 럼버 서포트와 쿠션 익스텐션 및 나파가죽 마감을 통해 최상의 착좌감을 제공한다. 앞 좌석 전동식 사이드 서포트 및 마사지, 통풍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 또 실내 유입되는 공기에 포함된 유해한 초미세먼지(PM 2.5)를 최대 95%까지 제거하는 "어드밴스드 공기청정"를 탑재했다.
이와 함께 전동식 파로나믹 선루프,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 스웨덴 오레포스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크리스탈 기어노브, 풍부한 사운드가 일품인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등을 통해 스웨디시 럭셔리 감성 품질을 완성했다. 스마트폰으로 잠금 및 해제 등 디지털 키 기능을 하는 볼보 카스 앱도 편리하다.
2열은 매우 넉넉하다. 기본적인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하며 무엇보다도 개방감이 뛰어나다. 1열과 2열 시트 높이를 모두 다르게 극장식 배열구조로 설계해 모든 탑승자에 탁 트인 전방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세그먼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을 잘 살려낸 결과다. 이와 함께 열선시트와 전용 송풍구, 공조장치, 충전 포트, 컵홀더 및 팔걸이, 햇빛가리개 등 필요로 하는 품목도 알차게 넣었다.
이 외에 XC90은 7인승 구조로 3열도 갖고 있는 대형 SUV다. 다만, 활용도는 높지 않다. 무릎공간이 부족하고 시트의 크기도 크지 않아서 단거리를 이동할 때 급히 사용하는 용도가 적합하다. 평상시에는 접어놓고 트렁크를 키우는 편이 좋겠다. 참고로 트렁크는 기본 670ℓ를 제공하며 네모 반듯하고 평평해 마음에 든다. 뒷자석 시트를 올린 상태에서, 적재 공간은 네 개의 여행 가방과 한 개의 기내 가방을 적재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다.
▲성능
XC90은 크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T8(최고 출력 455마력, 최대 토크 72.3㎏∙m)과 48V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를 탑재한 B6(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m)로 나뉜다. 시승차는 B6 AWD로 성능과 연료 효율,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두 갖춘 볼륨 트림에 속한다.
첫 인상은 매우 차분하다. 불필요한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고 시종일관 조용하게 움직인다. 48V MHEV의 효과가 컸는데 가속과 감속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러운 반응을 유도하며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간다. 속도를 올리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거친 엔진음은 거의 들을 수 없고 바닥소음이나 풍절음도 잘 잡았다.
그렇다고 힘이 부족하거나 가속이 버거운 건 더더욱 아니다. 일정 속도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상당하며 언제 어디서나 넉넉한 펀치력을 발휘한다. 차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고 심지어 중속 구간에서는 경쾌함마저 느껴진다. 순간적인 전기 에너지의 힘이 더해진 결과인데 아쉽거나 불만을 가질 탑승자는 전혀 없을 듯하다.
역동적인 성격보다는 탑승자 모두가 쾌적하고 여유롭게 이동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서스펜션과 핸들링 등 주행 완성도를 결정짓는 부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탄탄한 감각보다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언제나 매너 있게 움직인다. 그만큼 어느 한 구석 특출 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평균값을 잘 맞췄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금의 세팅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크기는 상당하지만 누구나 쉽게 차를 몰 수 있고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온다.
안전 품목도 꼼꼼히 챙겼다. XC90은 레이더, 카메라 및 초음파 센서 어레이로 구성된 최신 ADAS 기반 "드라이버 어시스턴스"를 기본 제공한다. 이를 통해 조향 지원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교차로 교통 경고 및 긴급제동 지원, 후방 충돌 경고 및 완화 등 첨단 안전 기술을 지원한다. 자동차 간 안전거리와 차선을 유지해주는 파일럿 어시스트도 기본이다.
이 외에 충돌 시 외부 충격에서 운전자와 탑승객을 보호해 주는 경추 보호 시스템(WHIPS), 측면 충돌 방지 시스템(SIPS)을 비롯해 차량 최고 속도를 180㎞/h로 제한하는 스피드 캡, 오너가 차의 최고 속도를 스스로 제한할 수 있는 케어 키, 긴급 출동 및 구급차 호출 등이 지원되는 볼보온콜 등이 탑재돼 있다.
각 주행 보조 기능들은 민첩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실력이 수준급이며 빠르게 달리는 순간, 앞에 차가 들어가고 나오는 상황에서도 매우 자연스럽게 대처한다. 그만큼 장거리 주행에서는 더욱 유용할 듯하며 차에 대한 믿음은 배로 커진다. 안전의 대명사답게 부지런히 노력하고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볼보차의 자세가 돋보인다.
▲총평
XC90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믿음’이다. 든든한 체구와 이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믿음을 심어준다. 그만큼 심리적인 만족감은 물론 뿌듯함까지 저절로 따라오며 구입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더욱이 신형으로 오면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대대적인 진화는 사용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감성 품질을 높이는 요소도 빠짐없이 넣어 경쟁력을 키웠다. 크게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만한 차이며 이동의 본질을 먼저 생각하고 기분 좋은 경험을 이끌어내는 SUV가 볼보차 XC90이다.
한편, XC90의 가격은 B6 AWD 플러스 브라이트 8,720만 원, B6 AWD 얼티메이트 브라이트 9,650만 원, T8 AWD 얼티메이트 브라이트 1억1,52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