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4만6,000여대…전년 非 8.0% ↓
-신차효과 빠지고 수요 한계 도달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경차에 대한 관심이 크게 낮아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최근 2~3년간 반등과 함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올해 급격히 판매가 떨어지고 있는 것. 자동차 구입 트렌드의 변화, 신차의 부재, 한정적인 수요 등 삼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 같은 결과가 판매로 나왔다는 분석이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시장의 경차 판매량은 8,984대로 1만대에 육박했던 전년 동월 대비 15.4% 줄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경차의 누적 판매량 역시 4만6,517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562대)보다 8.0% 감소한 수치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경차는 2008년 13만4,000여대를 시작으로 줄곧 10만대를 넘기며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이후 2012년에는 20만대를 넘기며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내려와 2020년에는 누적 9만6,000여대를 기록하면서 13년만에 10만대 밑으로 내려왔다. 반전의 불씨는 남아있었다. 2021년 9월 현대차가 19년만에 선보인 경차 캐스퍼가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증가로 캠핑, 차박, 차크닉 등이 유행하며 박스카 형태의 레이가 역주행 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 결과 국내 경차는 2022년 13만4,000여대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빠르게 시들해진 신차 효과를 비롯해 코로나가 물러가고 인플레이션 및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차는 다시 한번 누적 1만대 이상 감소했고 그 결과 지난해 12만4,000여대 파는 데에 그쳤다. 올해는 더 불안한 상황이다. 하반기가 남은 만큼 여러 변수가 있지만 그럼에도 올해 경차 판매는 전년보다 감소한 10만대를 겨우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차 판매 부진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먼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 변화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동차 구입에 있어서도 상향 평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SUV와 같은 큰 차들을 선호하는 경향도 한 몫 했다.
이 외에 스파크 단종 및 모닝의 제품 노후화, 캐스퍼의 신차효과 감소 등이 맞물려 전체적으로 판매 감소를 부추겼다는 의견이다. 전동화 파워트레인도 신통치 않다. 레이 EV의 경우 차체 크기에 따른 작은 배터리 탑재로 주행거리가 길지 않아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또 하반기 캐스퍼 EV가 나오지만 크기를 키워 경차 규격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수요 한계에 부딪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도로 위 풀려있는 경차가 많고 기동성에 초점이 맞춰져 소모품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차의 특성 상 신차 구매보다는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 판매는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경형 중고차 판매 대수는 2만4,000여대로 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했고 전체 중고차 판매 순위에서도 모닝과 스파크, 레이가 각각 1위, 3위, 4위를 차지하는 등 경차가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즉 한정적인 경차 시장에서 이미 신차로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뜻이다.
문제는 연간 판매를 회복할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경차 가격이 많이 올라간 상황에서 차이가 크지 않고 활용도가 높으며 선택지가 많은 소형 SUV를 찾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유지되고 있는 경차 혜택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료와 세금 할인을 완전히 면제하는 등의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일정부분 경차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규모를 유지하는 것 또한 산업적 측면에선 필요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