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유럽차에 부메랑 될 것" 경고
-중국 의존도 높은 자동차 업계, 보복 두려워해
-"생산시설 유럽으로 옮기면 가격 경쟁력 여전할 것"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BMW그룹과 폭스바겐그룹 등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EU의 반덤핑 조사 결과에 따른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보호무역주의 대신 자유로운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벤츠는 EU의 관세 부과 조치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WTO(세계무역기구) 취지에 따라 세계는 무역장벽 철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은 시장 경쟁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며 경쟁이 펼쳐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호주의 추세가 시작되면 결국 부정적인 결과가 올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BMW도 비슷한 반응을 냈다. 이들은 "유럽에서 중국산 부품이 없는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없는 만큼 이번 조치는 자기 발에 총을 겨누는 격"이라며 "(EU) 집행위원회가 유럽과 유럽 기업에 해를 끼치고 있으며 보호주의 조치는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도 입장문을 통해 "추가 관세 도입은 중국의 보복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위험하다"며 "유럽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절치 않은 조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산업연합(VDA)도 "이번 조치로 얻는 이익보다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벤츠의 판매량 중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36%에 달했으며 폭스바겐그룹이 파는 차 3대 중 1대는 중국으로 가고 있다. 중국이 유럽차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EU 회원국들 일부는 집행위의 이번 결정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과 헝가리가 반대 의견을 냈다. 이탈리아 등 식품과 사치품 수출 비중이 많은 국가들도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 EU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서는 11개국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외신들은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생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한편에서 EU 회원국들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BYD 유럽공장을 유치한 헝가리는 최근 장청기차와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스텔란티스와 협력 관계에 있는 리프모터는 일부 생산 물량을 스텔란티스 폴란드 공장으로 옮겨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 공장이 밀집한 스페인도 체리자동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이탈리아는 둥펑, 독일은 상하이자동차와 접촉 중이다.
결국 중국차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일시적인 효과만 낼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미국의 투자리서치기업 모닝스타는 "EU가 관세를 부과하면 단기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관세 추가 부과에도 중국차 가격은 여전히 경쟁력 있을 것이며 생산 시설이 유럽으로 옮겨진다면 이 같은 조치도 무력화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