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중국산 전기차, 한국 생산 가능할까?

입력 2024년07월19일 08시13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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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위해 한미 FTA 노리고 국내 생산 가능성 보도
 -전문가, “생산단가 높고 노조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최근 중국산 전기차의 한국 진출 이야기가 속속 들리는 가운데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를 수출용 전기차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 FTA 등을 이유로 내세운 추측이지만 전문가들은 생산단가와 노조 영향, 국제적 형평성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봤을 때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진출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미 BYD가 상용에 이어 승용차 출시를 준비 중인 가운데 최근에는 외신을 통해 지리가 2026년 초까지 한국 고급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처음으로 내놓을 차는 한번 충전 시 최장 620km를 주행할 수 있는 지커001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연이어 관세 폭탄을 던지자 판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수출길을 염두하고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내놨다. 한국 내 공장을 수출용 전기차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우회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이며 이미 남미와 호주 등에서 현지 생산 시설을 구축하며 새로운 판로를 뚫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국내 생산 시 일자리 확충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함께 우리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고 중국 기업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장소 제공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의견이 팽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수출을 위한 중국산 자동차의 국내 생산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우리나라는 생산단가가 매우 높은 곳 중 하나로 수익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기존 국산차 회사들이 대거 자리잡고 있는 만큼 제조와 관련한 기존 노조의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 이슈에 대해서 중국산 자동차 회사들이 얼마만큼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미국과의 관계도 생각해볼 문제다. 미국은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를 지난 2022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다만 중국 자본 지분율 25%가 넘는 합작사는 해외우려기관(FEOC)으로 지정해 FEOC가 제조하거나 조립한 부품을 탑재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인데 즉 FTA 관세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IRA 기준을 적용하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중국이 IRA를 뚫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전재조건이 성립되어야 하지만 값이 비싸고 굳이 한국에서 배터리를 갈아 끼울 이유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만약 이 경우까지 맞춰서 한국에서 생산한다면 미국은 전고체도 규제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미국은 내년부터 FEOC로부터 조달한 배터리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카드도 들고 있다. 심지어 이렇게 되면 우리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고체 광물 상당수를 중국에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해진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산 전기차 국내 생산 자체를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처럼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혼재한 가운데 사실상 국내 생산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도 중국을 견제할 수 있으며 가운데 끼어서 굳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일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멕시코 생산-미국 수출’이라는 우회경로를 통해 미국 진입을 시도하는 중이다. 그러자 미국은 우선적으로 중국산 자동차의 수입 관세율을 100% 높이고 중국 기업의 ‘해외 생산-미국 수출’의 대표 기지인 BYD 멕시코 공장 생산의 미국 진출을 막아낼 태세를 취했다. 



 

 복합적인 상황을 중국도 모를 리 없다. 그만큼 국내 생산보다는 아시아나 유럽으로 눈을 돌릴 확률이 더 높다. BYD가 최근 튀르키예와 손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튀르키예의 경우 과거 EU와 관세동맹을 맺었던 터라, 현지에서 제조된 자동차를 유리한 조건에 수출할 수 있다. 또 태국 공장을 완공하고 동남아시아 점유율 1위를 기록을 앞세워 시장 장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중국산 전기차의 등장으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으며 막강한 경쟁력을 앞세워 기존 완성차 회사들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흐름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으며 철저한 대비와 우리만의 경쟁력을 부각시켜야 한다. 지금 당장 도로 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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