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1985년부터 40년간 양궁협회 후원
-R&D 노하우 접목해 국가대표 훈련 위한 장비 개발·제공
-파리 대회 위한 현지 훈련장 등 관련 인프라 지원해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여자 단체전 10연패 신화를 달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은 셈이다.
여자 양궁팀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선수는 28일(현지시각) 열린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들의 금메달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땀과 피나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 뒤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우리 양궁을 후원해왔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파리 올림픽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훈련 장비 기술지원부터 소음훈련을 비롯한 특별 훈련들, 파리 현지에서의 식사, 휴게공간, 전용 훈련장 등을 망라한다.
현대차그룹은 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부터 지원했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했고 파리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제공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한계에 도전하는 연습도 진행했다.
전북현대모터스와의 협의를 통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도 진행했다. 6월 29일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관중앞에서 약 40분가량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이 각각 팀을 이뤄 실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펼친 것. 앵발리드 경기장 인근 센강의 강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남한강변에서도 적응 훈련을 시행했다.
파리 현지에 전용 인프라를 제공하는데에도 힘썼다. 앵발라드 경기장에서 10여㎞ 떨어진 곳 스포츠클럽을 빌려 전용 연습장을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선수단은 이를 통해 예정 출국일보다 4일정도 빠른 날짜에 출국해 현지 적응 훈련 및 시차 적응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훈련장과는 별개로 경기장 인근에는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휴게실뿐 아니라 의무치료실, 라운지를 갖춘 곳으로, 편히 쉬며 샤워, 물리치료는 물론 맞춤형 식사가 제공됐다. 식사는 대한체육회에서 오랜기간 근무한 베테랑 영양사가 양궁선수들을 위해 구성한 식단을 토대로 프랑스 내 한식 케이터링 업체를 선정해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양궁 훈련장비와 훈련기법도 개발해 지원했다. 선수들과 코치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훈련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으며 선수들이 가장 필요로하고 현대차그룹 기술력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이를 통해 선수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는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에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를 지원했다.
또한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파악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고정밀 슈팅머신’ 등을 파리대회 준비 과정과 실전 경기에서 선수단과 코치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원만 할 뿐, 선수단 선발 및 협회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원은 확실하지만 협회 운영 등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내부 투명성과 공정성만은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국내 양궁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으며 2005년부터는 정의선 회장이 협회장을 연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