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 높아지는 배터리 정보 공개, 해외 사례 살펴보니

입력 2024년08월09일 08시46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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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미국 등 정보 공개 의무화 추세 이어져
 -국토부,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및 공개 검토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핵심 발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배터리에 대해 알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배터리 인증제 및 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토부 역시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하면서 관심이 모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관계 부처와 전기차 화재 사고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조만간 열고 전기차 화재 원인, 사고 예방, 사고 후 대응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건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다. 내년 2월 도입할 예정이며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자동차 배터리 식별번호를 차 등록 시 별도 등록하도록 하고 이력을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기차 제조사들이 차에 탑재한 배터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내용도 검토 중이다. 현재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차에 탑재한 배터리 용량과 전비, 출력 등은 안내하지만 배터리 셀 제조사나 제품명 등 상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의 다양한 제원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배터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만큼 완성차 브랜드와 배터리 제조사는 정보 계약 등을 이유로 굳이 공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와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투명한 배터리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알 권리 보장의 필요성이 전기차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반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브랜드별 전기차 경쟁력 확보와 이를 위한 영업기밀 등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수입차의 경우는 자칫 통상 문제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강제할 경우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어 배터리 정보 공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해외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정보 공개를 강화하는 추세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다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포진돼 있는 유럽이다. EU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DBP)’ 제도를 만들어 2026~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배터리의 예상 수명, 제조별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등 상세 정보를 디지털화해 이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 불안과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목적이다.

 

 미국도 주마다 자체적으로 공개 의무를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부터 ACC(Advanced Clean Car)Ⅱ 규정의 '배터리 라벨링' 항목을 통해 제조사와 구성 물질, 전압, 용량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은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이미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는 차량 생산과 판매를 위해 공업정보화부(공신부)에 '형식승인'을 받는데 이때 배터리 셀과 팩 제조사, 구성 성분 등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일본도 EU의 규정을 따르는 방식으로 배터리 정보 공개를 준비 중이다. 2024년부터 배터리 생산과 관련된 이산화탄소 배출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2026년부터는 배터리 여권을 도입해 배터리 관련 정보를 상세히 제공할 예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의 원산지나 제조회사의 출처를 숨기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등 불공정한 표시로서 지양해야 한다고 표시한 만큼 우리 정부도 해외 사례와 가이드라인에 맞춰 인증제를 넘어 공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향후 열릴 전기차 화재 사고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회에서 어떤 내용이 담길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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