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화재, 의미 없는 정책보다 실질적인 예방 대책이 더 절실

입력 2024년08월27일 11시25분 박홍준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충전량 제한 조치에도 반박 잇따라
 -배터리 제조사 공개 조치도 실효성 의문
 -아파트·버스 차고지 등 실질적 예방 대책 마련 필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부 조치가 본질을 회피하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전량 제한 조치나 배터리 제조사 공개와 같은 대책이 과연 전기차 화재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이냐는 반응이다. 

 


 

 대표적인게 전기차 충전량 제한 조치다. 전기차 화재의 주 원인은 배터리 내부 단락이나 충격에 의한 손상. 이 같은 문제는 충전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욱이 많은 제조사가 배터리 충전량 자체에 '여유 마진'을 두고 있다. 우리가 보는 충전량이 100%여도 실제 배터리는 설계 용량의 80~90%만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충전량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의 불만만 높아질 뿐이다. 실제 운행할 수 있는 주행거리보다 더 짧은 거리 만에 충전을 해야 하고 이는 전기차 차주들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이다. 선박에 전기차를 싣고자 일대를 빙빙 돌며 배터리 잔량을 떨어뜨렸다는 이야기에 쓴웃음이 지어지는 이유다. 

 

 우리는 이미 충전량과 배터리 안전성의 인과관계가 없다는걸 불과 몇년 전 경험했다. 2016년 발생한 갤럭시 노트7 폭발사고. 당시 삼성전자는 문제가 생긴 제품의 충전량을 60%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했지만 정작 조치 이후에도 유사 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조치도 회의적이다. 그게 국내 제조사건, 국내 제조사의 해외 생산분이건, 특정 국가의 제품이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비자에게 일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는 전기차 화재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제조사나 제조국의 불신만 조장하고 배터리 품질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결국 전기차 화재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못한 채 당국이 안전을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보여주기 식 대책 수준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당장 내일 전기차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화재를 어떻게 진압해야 하고 지하 시설에서의 대피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며 문제의 책임을 묻고 보험 등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게 정부가 할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똥은 특정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시민들의 오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중국 전기버스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는 점을 들며 버스도 마음 놓고 탈 수 없다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것. 정작 중국산 전기버스는 문제가 발생한 삼원계 배터리(NCM)보다 화재에 안전한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를 쓰고 있다. LFP를 쓰는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 때문이지만 어쨌건 LFP가 NCM 대비 화재 위험이 적은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론 안심할만한 일은 아니다. 전기 버스가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통상적인 전기버스는 배터리를 지붕에 얹는다. 차 하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불이 붙는 전기차와 다르게 천장에 불이 붙으면 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버스의 크기를 생각하면 진압 장비 투하도, 소화액 살포도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버스 차고지는 여러모로 불에 타기 좋은 것들이 많다. 버스의 운행이 모두 멈춘 심야 시간대 촘촘히 주차해둔 버스들 사이에서 불이 피어오른다면 내연기관 버스의 압축천연가스(CNG) 탱크가 폭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일부 차고지는 충전소와 CNG 충전소가 혼재해있어 잠재 위협 요인도 큰 편. 

 

 즉 자동차 화재는 피해갈 수 없으며 전기차 시대로 가고 있는 지금 전동화 파워트레인 화재 역시 예방과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직면한 중요한 안전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당장 전기차 화재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없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예방과 피해를 최소화한 진압에 집중하는 일이다. 충전량 제한과 배터리 제조사 공개 등 본질과 괴리감있는 정책 보다는 전기차를 더욱 안전한 모빌리티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