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화재 오해 바로잡고 막연한 불안감 잡아야"

입력 2024년08월29일 10시06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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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공포증...사실관계 확인 중요
 -배터리 셀 품질 관리 노력 이어져
 -전기차 시대 대비한 사회 전반 노력 필요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이른바 ‘전기차 공포증’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5일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했고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사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기술력을 전파하는 등 전기차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현대차가 일부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오해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부추기고 있어 명확한 사실관계를 통해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와 현재 상황 등을 공유했다.

 

 먼저,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화재는 비전기차와 전기차 합계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800건에 이르는 등 하루에 약 13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다.

 

 다만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상황인 것이다.

 

 또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든다.

 

 이와 함께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되어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의견이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으며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전기차 화재 진압이 내연기관차 화재 진압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다. 일부 전기차 화재에서 초기 진압은 단시간에 이뤄지더라도 이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를 일정 시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질식포로 덮어 모든 배터리 에너지가 소모될 때까지 관리한다. 다만 이 과정은 소방청 관리 하에 안전하게 이뤄지고 주변에 화재 피해를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긴 화재 진압 시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다.

 

 이 밖에도 전기차 화재는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 후반 이슈화돼 적절한 화재 진화 매뉴얼의 부재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전기차 화재의 특성 파악 및 소방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재 진압 시간을 줄여주는 여러 화재 진압 솔루션이 등장한다.

 

 특히 소방기술 솔루션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의 진압 시간은 점차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내연기관차의 연료가 연소하면서 확산되는 화재보다 더 빠르게 진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를 동반해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른 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1kWh의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리터의 열량 32.4메가줄 대비 크게 낮다. 즉,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고 있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이 오르는 편이다.

 

 중형급 승용의 경우 가솔린차는 약 50L급 연료탱크, 전기차는 약 80kWh급 배터리가 탑재되며 연료가 100% 채워진 상태에서의 열량은 각각 1,620메가줄, 288메가줄로 환산됨. 따라서 같은 차급이더라도 가솔린차가 지닌 에너지량이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방재학회는 2021년 발행한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논문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검증함. 실험은 구형 레이 가솔린차와 전기차를 사용했으며, 가솔린차는 폭발 위험에 대비해 3L만 주유하고 전기차는 100% 완전 충전한(NCM 배터리 16kWh) 조건으로 진행된다.

 

 실험 결과 가솔린차의 화재 확산이 더 빠르고, 외부 온도도 훨씬 높게 올라간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두 차 모두 실내 온도는 1,300도 수준을 기록한 반면, 외부 온도는 가솔린차가 최고 935도, 전기차는 최고 631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가솔린차와 전기차 모두 높은 온도여서 불이 날 경우 환경에 따라 인접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전기차 화재가 유독 높은 온도로 인해 주변에 더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탄소 감축을 위해 전기차 전환이 국가별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점에 전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도 캐즘을 극복하고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합류하기 위해선 전기차 관련 오정보의 확산을 막고 올바른 해법을 추구하기 위해 제조사 및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전기차 생애주기 통합지원 프로그램(현대차 EV 에브리 케어 / 기아 e-라이프 패키지), BMS 순간 및 미세 단락 감지 기술 적용, 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시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로 전기차 및 전기차 화재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일반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정보로 인한 전기차 공포심을 줄이고, 사회 전반이 일관성 있고 건설적인 준비를 통해 전기차 시대를 올바르게 맞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오는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진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중 10%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전기차 화재진압 전용장비 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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