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혼용은 오히려 시장 혼선
“KGM 토레스 바이퓨얼은 하이브리드가 아니다. HEV는 두 가지 동력원의 성질이 전혀 달라야 한다. 토레스 바이퓨얼은 성질이 같은 화석연료를 번갈아 사용하는 파워트레인일 뿐이다”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최근 HEV 경쟁을 두고 벌어지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그랑 콜레오스와 아르카나 등의 정통 HEV를 내세우는 르노코리아와 KGM이 바이퓨얼을 HEV로 혼동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업계의 상도덕 측면에서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실제 지난해 KGM은 휘발유와 LPG를 모두 사용하는 토레스 LPG 바이퓨얼을 내놓으며 ‘하이브리드 LPG’란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성질이 다른 동력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자 토레스 바이퓨얼로 차명을 변경했다. 하이브리드로 인정받으려면 바퀴를 회전시키는 동력원의 성질이 달라야 하지만 휘발유와 LPG는 같은 성질의 연료인 탓이다.
국내에서 LPG와 전기를 함께 사용한 최초의 LPG 하이브리드는 2009년 등장한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다. 당시 현대차는 LPG를 사용하는 1.6ℓ 엔진과 저용량의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그리고 최고 20마력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화석연료+전기’를 구동 에너지로 삼아 전기의 역할 만큼 LPG 연료 사용이 줄어들도록 했다. 이후 배터리 용량을 조금 키운 쏘나타 휘발유 HEV 등을 내놓으며 저변을 확대했다.
이 같은 정통 HEV 시장에 적극 참여한 국내 후발 주자는 르노코리아다. ‘E-Tech’로 이름 지은 ‘내연기관+전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해 XM3, 아르카나에 이어 최근에는 그랑 콜레오스에도 적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HEV 기술이 아예 없는 KGM이 바이퓨얼을 ‘하이브리드’로 혼용하는 것은 오히려 HEV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처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KG모빌리티 액티언>
하이브리드 논란 외에도 최근 KGM이 내놓은 액티언의 경우 저효율이라고 생각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랑 콜레오스의 경우 배기량은 1.5ℓ로 전기 시스템의 역할 덕분에 복합효율이 2WD 기준 15.7㎞라는 점을 앞세운다. 반면, 액티언은 1.5ℓ 엔진은 같지만 효율이 11㎞(2WD 기준)에 머물러 연료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액티언의 경우 저공해 3종 인증을 받았지만 일시적인 할인 외에 고금리 시대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엷어졌음을 고려하면 유지비 측면으로 본다면 그랑 콜레오스가 낫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연간 1만㎞를 운행할 때 연료비용은 그랑 콜레오스가 액티언 대비 약 45만원 가량 저렴하다(휘발유 가격 ℓ당 1,627원, 9.12 오피넷 기준).
한편, 르노코리아는 이번 기회에 KGM을 뒤로 밀어내고 내수 판매 3위에 오르겠다는 복안이다. 그랑 콜레오스가 호평을 얻으며 액티언 대비 소비자 관심도가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효율의 정통 HEV 라인업 보강으로 이동하는 디젤 수요를 적극 흡수할 계획”이라며 “르노의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결합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