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혼다 CL500, 일상과 모험을 아우르다

입력 2024년10월02일 08시0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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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한 디자인에 오프로더 감각 더해
 -쉬운 조작감, 입문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좋을듯

 

 스크램블러만의 매력이 있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도 다시 공도로 돌아와 호쾌하게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편의성,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달려주는 강력한 성능까지. 그런 점에서 스크램블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를 수 있는 고성능 SUV와 크로스오버를 떠올리게 한다.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다는 말에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혼다 CL500은 생각보다 친절하기 때문이다. 

 


 

 CL500은 크루저 바이크 레블500의 섀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전형적인 클래식 바이크의 외형에 스크램블러의 상징과도 같은 업 머플러로 멋까지 부렸다. 레블500을 탈 때 가죽 재킷을 입어야 할 것 같다면, CL500은 아웃도어나 워크웨어를 입고 달리기에 잘 어울리겠다.

 

 헤드램프 내에는 4개의 LED 모듈이 자리 잡았다. 이 탓에 조명 하나만으로도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후미등, 전·후 방향지시등에는 모두 LED를 써서 현대적인 이미지는 물론 시인성과 내구성도 확보했다.

 

 업 머플러는 CL500의 백미다. 전반적인 구성 요소들을 상향 배치해 험로에서도 잘 달릴 수 있다는 걸 은근히 드러낸다. 머플러에 몸이 닿으면 화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방열 처리가 되어있어 한창 주행을 즐기고 손을 갔다 대도 안전하다. 

 



 

 중앙에 자리 잡은 동그란 디지털 클러스터는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시간, 속도, 연료 잔량, 기어 체결 상태 등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설계됐음에도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 라이더들에게도 좋겠다. 회전 게이지가 없어도 변속 타이밍쯤은 엉덩이와 허벅지로 느껴 나가면 그만이다.

 

 물론 명백한 단점은 있다. LCD 디스플레이는 햇빛이 강한 요즘 같은 날씨엔 잘 안보인다.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건 좋지만 아날로그 계기판을 혼용한 클러스터를 썼어도 좋았겠다. 수납공간이 없는 것도 불만이다. 옵션으로 사이드백을 추가할 수 있지만, 결국 돈을 주고 공간을 사야 하는 일이다.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해주는 체인이 그대로 드러나있는것도 아쉽다. 임도 주행까지 염두해야 할 스크램블러라면 내구성을 배려해서라도 체인 커버를 마련해줬다면 어땠을까. 슈퍼커브에도 있는 체인커버가 더 거친 길을 갈 수 있는 CL500에 없다는건 이해하기 힘들다. 

 



 

 CL500의 파워트레인은 471㏄ 수랭식 병렬 2기통 엔진과 리턴식 6단 수동변속기다. 최고 출력 46.6마력, 최대토크는 4.4㎏∙m다. 로얄엔필드 인터셉터와 비슷하고, 800cc급 엔진을 탑재한 두카티 스크램블러와 비교하면 27마력 정도 낮다. 부족하지도, 강력하지도 않은 적당한 출력이다.

 

 그리고 이 적당함은 CL500의 강력한 무기다. 미들급 바이크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어제도 탄 것 같은 익숙함을 불러일으킨다. 안 그래도 가벼운 클러치는 어시스트 슬리퍼 기능이 더해져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조작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확 튀어 나가며 라이더를 놀라게 하지도 않는다. 짧은 감속비를 갖고 있는 1~2단 기어는 어떤 곳이건 재빠르게 주파할 수 있고, 조금 길게 늘어지는 3~4단 기어는 CL500의 제 출력을 쭉 뽑아낸다. 크루징이 아니라면 5단 이상을 쓸 일도 없겠다.

 

 CBR500R, CB500F 등과 공유하는 고회전 성향의 엔진은 달리는 재미도 상당하다. 자동차에선 경험하기 힘든 8,000rpm 이상에서 최고출력이 쏟아져 나온다. 엔진을 한껏 쥐어짜며 가속하는 재미가 있다. 엔진 회전 게이지가 없지만 시트까지 전해지는 요란한 진동에 맞춰 변속을 이어가면 얼추 들어맞는다.

 


 

 192㎏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는 와인딩에서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125㏄급 스쿠터만큼이나 하중 이동이 쉽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애써 무게를 싣지 않더라도 의식한대로 차체가 자연스럽게 기울어지고 자연스럽게 자세를 고쳐잡는다. 이 정도라면 험로에서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을 것만 같다.

 

 노면 충격을 걸러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임도에서 불규칙한 노면과 방지턱 정도는 제법 잘 걸러낸다. 그립이 불규칙한 상태에서 장애물을 마주해 급제동을 전개했을 때에도 아주 점진적으로 예측 가능한 만큼 차체가 기울어진다. 부드러운 클러치 조작감과 안정적인 가속감 탓에 임도 주행에서도 꽤나 자신감을 불러 일으킨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트 쿠션감이 부족하다. 1시간 이상을 달리다 보면 엉덩이가 배기는 느낌이다. 오래 앉아서 지긋이 투어를 즐기길 원한다면 커스텀을 통해 조금 더 푹신한 시트를 다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혼다 CL500은 스크램블러의 매력을 모든 라이더에게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다루기 쉬운 핸들링, 가벼운 무게감, 그리고 일상과 모험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은 스크램블러를 처음 접하는 사람부터 숙련된 라이더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도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이 바이크는 라이딩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스크램블러의 본질은 잃지 않았다. 언제든 길 위에 나서고 싶은 당신을 위한 스크램블러다. 

 

 혼다 CL500의 가격은 93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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