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AI가 품질 검수'..현대차·기아의 새로운 실험

입력 2024년10월22일 13시4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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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부터 조립, 안전관리까지 다양한 기술 망라
 -'노하우' 기반이던 제조 기술, AI로 향상

 

 지난 21일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 현대차·기아는 이날 연구소에서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개막을 앞두고 국내 언론에 200여개 이상의 차세대 제조 기술을 공개했다. 협력사들을 중심으로 소개할 전시 공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곳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로봇팔과 공작기계의 움직임에 전시 공간이라기보단 공장을 통째로 뜯어다 옮긴 수준에 가까웠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스마트 팩토리 브랜드 '이포레스트'의 핵심을 SDF(Software Defined Factory,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기술 및 인간친화적인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제조 시스템을 혁신하고 나아가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재민 현대차그룹 이포레스트 센터장(상무)은 제조 기술이 결국 기업의 성장과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컨베이어 벨트, 로봇, 용접, 웰딩머신 등을 아우르는 제조 설비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건 데이터"라며 "인공지능은 데이터 학습을 통해 더욱 고도화 되는 만큼 인공지능이 제조 기술을 더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대표적인 예로 '조립 단차'를 꼽았다. 조립 단차는 여러 차례의 품질 검사를 거쳐도 작업자의 노하우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 영역이다.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해 AI로 상황을 분석하고 차의 품질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욱이 차체 조립, 도장 등 선행 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관리할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는 제조 AI와 디지털 트윈, 물류·조립 자동화, 로보틱스 솔루션, AAM 제조기술 등 다양한 혁신 기술 등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핵심 기술로는 물류로봇(AMR) 주행 제어 내재화 기술,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 무한 다축 홀딩 픽스처(고정장치) 기술, SPOT(스팟) 인더스트리 와이드 솔루션, UAM 날개, 동체 자동 정렬 시스템 등이 있다.

 

 ‘물류로봇(AMR) 주행 제어 내재화 기술’은 물류로봇 활용에 필요한 제어 및 관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내재화한 기술로 기존 전진 및 직진 이동만 가능하던 것과 달리 앞뒤 관계없이 전 방향 이동이 가능하며 좌우 바퀴 회전수를 제어해 중량물을 올린 상태에서도 물류로봇이 매끄럽게 곡선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현재 싱가포르에 구축한 현대차그룹글로벌혁신센터(HMGICS) 양산을 시작으로 미국에 지어질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에도 관련 시스템을 접목할 예정이다.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은 AI 비전 알고리즘을 통해 호스류, 와이어류 등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비정형 부품도 인식하고 피킹 포인트를 자동으로 산출해 제어 명령을 내리는 프로그램이다. 세 개의 손가락을 갖고 있는 로봇은 엔진 등 복잡한 부품 조립도 세밀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작업자 대비 속도 자체는 느리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한 다축 홀딩 픽스처(고정장치) 기술’은 공장 유연화에 매우 효과적인 기술이다. 도어, 후드, 휠 등 각종 파트를 조립하기 위해 기존에는 각 파트에 맞는 픽스처가 별도로 필요했다면 이를 하나의 픽스처로 조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비용 절감은 물론 파트가 바뀔 때마다 해당 정보가 PC에 자동 입력되고 이를 통해 하나의 라인에서 다양한 차를 생산할 때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SPOT(스팟) 인더스트리 와이드 솔루션’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을 활용해 공장 환경에서 실시간 안전 점검과 설비 점검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비전 처리, 빅데이터 처리 등을 활용한 지능형 점검 기술을 도입해 스팟이 눈, 코, 입에 해당하는 각종 센서로 생산시설의 위험 요인을 감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UAM 동체, 날개 자동 정렬 시스템’은 차량 대비 10~100배 이상의 조립 정밀도를 요구하는 UAM의 특성을 고려해 고중량의 UAM 동체와 날개를 1㎛(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자동 정렬해가며 정밀 체결하는 기술로 통상 3~5일 소요되는 과정을 단 몇 시간 작업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재민 센터장은 "3분의 1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표로 관련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SDF 개념은 광명 공장과 울산 공장 등 전기차 전용 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제조 실험 성패 여부를 떠나 이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 있어 보였다. 새로운 모빌리티 제조 환경을 구축을 통해 양질의 차를 공급받는다면 결국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비용을 아끼고 능률을 높일 수 있다면 이 또한 더욱 다양한 자동차를 만나볼 수 있기에 좋은 일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의지' 하나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이렇게까지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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