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소니의 충전 선택은 테슬라 방식

입력 2024년10월24일 14시32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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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 아필라, 日 표준 대신 NACS 채택

 -소비자 충전 편의 이면엔 BEV 시장 절박함 담겨

 -테슬라 전력 유통 사업, 더 활발해질듯


 소니(Sony)와 혼다가 합작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가 내년에 첫 차로 내놓을 BEV 아필라(Afeela)의 표준 급속 충전 규격을 NACS로 선택했다.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는 테슬라가 구축한 급속 충전 방식이다. 미국이 초기 표준으로 채택한 CCS도 있지만 소니혼다는 이용자 편의성을 들어 NACS를 받아들였다.

 


 

 여기서 이용 편의성이란 충전 속도 외에 충전기가 설치된 위치를 포함한다.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해야 편의성이 오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회사가 일본 내 판매 제품에도 테슬라 방식을 채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의 표준 급속 충전 방식인 차데모를 외면하겠다는 뜻이다. 
 
 소니혼다가 테슬라 방식을 선택한 데는 다른 자동차기업의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GM은 최근 이미 판매된 BEV의 충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완료하고 어댑터를 통해 테슬라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향후 내놓을 제품에는 아예 충전 포트까지 적용한다. 앞서 포드 또한 테슬라 충전기 이용을 권고했고, 미국 자동차공학회는 충전 커넥터의 표준 기술을 마련해 제조사에 권고했다. 한 마디로 통합형 커넥터로 모든 BEV에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그러자 현대차그룹도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BEV에 테슬라 충전포트 적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통합형 충전 방식이 추진된 배경은 BEV 시장 확대를 위한 절박함 때문이다. 제조사별 BEV 판매 경쟁과 별개로 이용자 편의성 확보가 매우 시급한 탓이다. 가뜩이나 BEV 구매력이 감소한 마당에 이용 편의성을 올리지 못하면 제조사마다 미래 탄소 중립 로드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 소비자는 여러 BEV 중의 하나를 선택, 구매할 뿐 이용 단계에서 충전이 구분되는 것은 불편 사항이다. 내연기관 보유자가 급할 때 정유사 브랜드를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BEV 또한 충전 표준 여부를 떠나 전력 보충은 언제나 가능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표준이 아니었던 테슬라 방식을 또 하나의 표준으로 받아들이며 설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이용자를 고려한 정책 배려다.

 

 한국도 통합형 급속 충전은 활발하다. 초창기 급속 충전 포트는 AC3상, CCS, 차데모 방식이 공존했지만 미국과 같은 CCS를 표준 삼으며 나머지는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테슬라 전용 충전기가 확대되자 지난해 정부는 모든 전기차가 CCS와 NACS를 가리지 않고 사용이 가능하도록 유도했다. 충전만 잘되면 그만이지 왜 소비자가 충전 방식 구분에 희생(?)돼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가해진 결과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테슬라는 모든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충전소를 열며 테슬라 구매자 중심의 충전 차등을 없앴다. 

 


 

 덕분에 테슬라의 전력 유통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테슬라 제품에만 판매하던 전력을 다른 제조사 BEV에도 널리 판매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경쟁 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특히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대형 석유 기업의 충전 사업 진출은 테슬라에게 인프라 구축 속도를 늦추지 말라는 경각심을 안겨 주는 중이다. NACS가 표준에 포함되며 잠시 인프라 확대 속도를 조절하려던 테슬라가 5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석유 기업들의 인프라 구축 속도 때문이다. 

 

 사실 수송 동력이 전기로 바뀌는 것은 에너지 전환이다. 그런데 에너지가 바뀌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용이 쉽도록 인프라 구축이 병행 또는 전제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충전 사업 경쟁은 BEV 보급 확산의 긍정적 신호다. 전기 동력을 이용하려는 소비자에게 전기는 그냥 전기일 뿐 충전 방식이 문제로 떠오르면 그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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