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규제 완화 불구하고 포드는 전기차에 투자
“국방에 필요한 광물과 배터리는 지원한다. 그러나 단순 수송 부문의 전기차는 혜택을 없애겠다. 중국을 배제하되 동맹국과는 개별 협상한다.”
최근 트럼프 2기 정권 인수팀이 제시한 미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정책이다. 따라서 EV 충전 시설 또한 국방과 무관한 만큼 지원 배제 대상이다. 당연히 중국산 자동차와 부품, 배터리 소재는 수입 제한 강화 품목이다. 배터리 또한 광물부터 정련, 제련, 생산까지 전부 미국 내에서 하라는 의미다. 일종의 전기차 확산을 억제하는 요소다.
억제 요소는 또 있다. 인수팀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7,500달러의 인센티브 폐지를 권고했다. 동시에 해외에서 수입되는 모든 배터리 관련 부품 및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되 동맹국과 개별 면제 협상을 진행하라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회사가 부담해야 할 배출가스 비용도 낮출 계획이다. 효율은 2019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전체 배출량은 2025년 상한선보다 25% 늘리라고 했다. 독자적으로 배출규제 강화에 나서는 지방 정부를 압박하라는 권고도 내놨다. 캘리포니아의 배출 규제 강화를 겨냥한 조치다.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하는 듯 보이지만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곳곳에 숨겨진 BEV 육성 방안이다. 배터리 재활용과 제조, 중요 광물 생산 등에 정부 자금 투입은 물론 환경 심사를 면제한다. 또한 미국 내 금융기관을 통해 미국산 EV용 배터리 수출을 지원하는데, 정작 미국은 배출규제를 완화해도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은 장려하는 셈이다. 동시에 미국산 BEV 수출을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미국 내수는 내연기관, 수출은 BEV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런 움직임을 반영하듯 최근 미국 에너지부는 포드와 SK온이 함께 설립한 블루오벌 SK에 96억3,000만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때 사용할 자금이다. 표면적으로는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른 대출이지만 배터리 육성에는 트럼프 2기도 반대하지 않는다. 2025년 켄터키주의 첫 번째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는데 전량 포드 전기차에 적용된다. 이외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에도 75억4,000만 달러를 빌려줄 계획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해외 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EV 제조업체에 세금 인센티브 제공키로 하면서 BYD, GAC 등의 중국 기업도 포함시켰다. 이들이 인도네시아에 공장 건설을 약속한 대가다. 내년부터 적용될 해당 조치에 따라 중국 전기차의 동남아시아 내 가격 경쟁력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가 현지 공장을 통해 전기차를 확대해가는 지역이다.
미국이 내수를 화석연료로 되돌릴 때 중국은 BEV로 세계화에 나서는 중이다. 그리고 이걸 바라보는 미국의 심경도 불편하다. 그래서 내수는 화석연료, 수출은 BEV에 맞추겠다는 복안을 드러냈다. 그리고 전기차 수출 확대를 위해 관세 카드를 적극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하는 듯 보이지만 한편에선 미국 중심의 자동차 시대를 연장(?)하겠다는 야심이 더 강하다. 이 과정에서 미국도 BEV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중국 기술은 철저하게 배제하되 해외 시장은 동맹국 압박으로 중국의 전기차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자동차도 이제 미중 간 양보할 수 없는 산업 전쟁의 한 복판에 들어온 셈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