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처럼 쉽고 스포츠 바이크처럼 강렬한 주행감
-부드러움 속 강렬함, 도심·장거리 아우를 만큼 편해
혼다 CB 시리즈는 지난 65년간 온로드 스포츠 바이크의 진화를 이끌어온 제품이다. 스포츠 바이크 입문자부터 숙련된 라이더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CB650R은 이러한 역사 속에서 '네오 스포츠 카페'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품고 등장해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또 한번의 혁신이 더해졌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 CB650R E-클러치는 기존 CB650R의 강점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통해 라이딩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핵심은 혼다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E-클러치 시스템. 클러치 레버 조작 없이도 수동 변속기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첨단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기반은 기존 수동 변속기와 동일하다. 그리고 ECU가 엔진 회전수, 스로틀 전개 정도, 기어 포지션, 시프트 페달에 실리는 하중, 전·후륜의 회전 속도를 판단하고 연산 결과를 MCU(Motor Control Unit)에 전달한다. 이를 통해 출발, 변속, 정지 등 다양한 상황에서 빠르게 클러치를 미세 조정해 부드러운 주행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기술 개념은 다소 복잡하지만 작동 방식과 라이더의 체감 만큼은 그 어떤 모터사이클보다도 쉽다. 스로틀과 브레이크, 시프트 페달만으로 기어 변속이 가능하기 때문. 마치 스쿠터를 조작하는 것 처럼 스로틀만 감으면 앞으로 튀어나가고, 슈퍼커브처럼 클러치 조작 없이 왼쪽 변속 페달만 올리고 내리면 된다.
수동변속을 즐기고 싶다면 클러치 레버를 당겨주면 그만이다. 클러치 레버가 조작되는 게 감지된다면 기존 수동변속기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클러치 레버를 아예 없애버리는 DCT나 BMW모토라드의 ASA와는 또 다른 유연한 개념이다.
핸들을 잡고 스로틀을 당기는 순간 E-클러치의 진가는 즉각적으로 느껴졌다. 바이크는 부드럽고도 경쾌하게 반응하며, 엔진 특유의 정교한 회전 질감을 라이더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도심 속 신호 대기와 출발을 반복할 때에는 왼손의 자유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실감케 한다. 손의 피로는 줄어들었고, 초보자라도 자연스럽게 바이크의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변속이 자유로우니 온전히 속도와 바이크의 하중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95마력의 강력한 힘은 스로틀을 여는 만큼 거침없이 전진했고 최대 토크 6.4㎏∙m는 중속 구간에서도 여유로운 가속을 가능하게 했다. 캠샤프트 타이밍 조정을 통해 향상된 저·중속 토크는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곡선이 많은 와인딩 로드에 접어들었을 때, CB650R의 진짜 매력은 빛을 발한다. 날렵한 차체 설계와 적절히 조율된 서스펜션은 바이크를 노면에 밀착시키며 안정감을 제공했다. 방향을 바꾸는 데는 거의 노력이 들지 않았고, 클러치 조작 없이 기어 변속만으로 자연스럽게 코너를 빠져나가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웠다. 이렇다보니 라이더의 평균적인 운전 실력보다 더 뛰어난 재미를 제공한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는 “모터사이클은 사람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한 바 있다. CB650R E-클러치는 이 철학을 그대로 담아낸 제품이다. 이미 뛰어난 핸들링과 정숙성으로 손쉽게 다룰 수 있었던 CB650R은 이번 E-클러치 적용으로 변속에 대한 부담마저 덜어내며, 초심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이상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디자인에서도 이미 CB650R E-클러치는 독보적이다. 고급스러운 메탈 질감과 원형 LED 헤드라이트가 선사하는 클래식한 감성은 세련된 리어 디자인과 함께 현대적인 역동성을 완성한다. 주행 성능에 걸맞는 아름다운 디자인까지 갖췄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장거리 투어도, 도심에서도 여러모로 만족스럽겠다.
혼다가 추구하는 사용자 중심의 철학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CB650R E-클러치는 초심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혼다의 혁신과 배려가 담긴 E-클러치는 라이더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편안함을 줄 게 분명하다.
시승한 CB650R E-클러치의 가격은 1,248만원이며 맷 블랙, 맷 그린, 그레이 등 세 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