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운전면허 없는 세상을 향한 고군분투

입력 2025년01월09일 14시06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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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 2025에서 드러난 인간의 욕망

 

 기술의 발전 방향은 명확하다. 어떻게든 인간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순간적인 판단을 최대한 제거하려 한다. 이때 제거의 주체는 인공지능이다. 그런데 모든 분야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자신보다 뛰어난 지능을 발휘하는 인공 두뇌 개발에 집착하는 셈이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우리 말로는 인공지능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2025 CES의 화두는 단연 AI에 대한 병적인(?) 열망이다. 모든 기기 앞에 ‘AI’가 수식어처럼 붙어 있다. 안경, 스피커, 의류는 물론 인공지능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자동차까지 AI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없다. 

 

 인공지능이 자동차를 사람처럼 운전하려면 순식간에 주변 모든 사물을 파악하고, 해당 사물의 위험성을 평가하며 다른 인공지능 자동차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1차선 도로에서 자동차가 서로 마주할 때 인간은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지 눈치로 알아차리거나 때로는 거친 고함이라도 질러 양보를 얻어낸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말이 없다. 양보 로직이 없으면 하염없이 그냥 서 있을 뿐이다. 물론 양보에 관해서도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원칙을 삽입하는데 진입이 늦은 차가 먼저 양보하도록 코딩한다. 

 

 물론 이런 모든 판단은 찰나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판단 작업에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의 정보 처리 속도 향상에 집중한다.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얼마나 빨리 처리할 수 있느냐를 놓고 사활이 걸린 경쟁이 펼쳐지고 해마다 속도전은 말 그대로 가속도가 붙는다. 덕분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의 실력도 이제 수준급이다. 이대로 가면 인간 운전의 필요성은 존재 자체를 감출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인간을 운전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주니 매우 반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자율주행 서비스 이용자에게 인공지능은 매우 귀찮은, 때로는 무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영화에 등장한 장면처럼 실제 이동 서비스를 제공 받은 후 인간에게 자동차가 서비스 평가를 요구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평가를 잘 받은 인공 지능에게 무언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가정 하에 1점부터 5점 중에서 가장 낮은 1점을 매기면 인공지능 자동차가 이용자의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능을 가진 존재여서 오히려 ‘왜 1점을 주었는지’ 그리고 ‘5점을 평가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헤드라이트 상향등을 거실에 계속 조사하며 항의 시위를 하기도 하고, 인간이 상향 평가를 거절하면 이용자의 휴대전화를 해킹하거나 가정과 연결된 전자제품 등을 고장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지능이 인간 운전을 뛰어넘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런 가능성을 기우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엔비디아 최고 경영자가 대표적이지만 우버, 구글 웨이모 등은 오히려 인간보다 운전을 매우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수행하는 로봇 운전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평가한다. 실제 운전자 없는 택시가 승객만 태우고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운행 중이며 주행 데이터 확보 속도 또한 눈부실 만큼 빠르다. 확보된 데이터의 처리 속도는 불과 3~4년 전과 비교할 때 언급조차 못할 만큼 속도가 향상됐다. 


 여기서 위험한 것은 인공지능 개발자도 실제 지능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 판단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MIT 부설 컴퓨터과학 인공지능연구소는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AI 의존도가 높아져 인간 관계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인간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조언할 수 있고 그럼에도 만나려고 하면 모든 스케줄을 바꾸거나 인공지능 자동차가 스스로 운행을 멈춰버릴 수 있다. 한 마디로 인간의 자유 의지를 박탈하는 결과로 연결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AI는 인류의 보편적 기술로 인식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CES 2025에서 드러난 AI 기술만 봐도 흐름은 역력하다. 당장은 긍정 측면을 모두 부각하며 ‘오로지 AI’를 외치지만 부정 측면 또한 개발자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다만, 기술로 자본을 축적하는 게 목표여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도 자율주행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한국은 속도가 늦다. 이게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술의 대세가 인공지능 자동차의 현실화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당장의 판단은 어려워도 다른 나라와 어깨를 견줄 만큼의 기술력은 확보해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에 대한 운전 면허가 사라지는 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은 인공지능 자동차 실현 이후에 해도 된다는 의미다. 2025 CES가 인류에게 던진 화두다. 

 

 라스베가스=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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