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기차 시장서 53% 성장, 토요타 앞질러
-소비자 신뢰 구축·맞춤형 마케팅, 한국서도 통할까?
우리나라에서 승용차 사업을 본격화한 BYD에 소비자들과 업계 전반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과연 한국 시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움직이게 될 것인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관측하는 모양새다.
이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사업을 전개해 나갈 지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3년 전 먼저 BYD를 받아들인 일본이 중요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진출 3년차를 맞은 2024년 BYD는 일본 내에서 2,223대의 전기차를 팔며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했다. 1위 닛산(3만749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토요타(2,038대)를 앞질렀고 현대차(604대)보다도 많다.
일단 접근 방식 자체는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테슬라나 폴스타처럼 온라인 중심의 세일즈 전략을 펼치는 대신 전통적인 전시장 중심의 전략을 선택했다. 현재 일본 내 BYD 전시장은 37개. 그리고 올해 22곳을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다. 일부 거점은 'BYD 테크 랩(BYD TECH-LAB)'으로 지정해 각종 기술력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렸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 까지도 똑같다. 일본 내 엔트리 라인업인 돌핀의 시작가는 363만엔(한화 약 3,359만원, 보조금 반영 전 가격)으로 일본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기차 닛산 사쿠라(233~294만엔, 2,100~2,700만원)와 비교해도 약 50만엔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돌핀은 B세그먼트 해치백인 반면 사쿠라는 경형 박스카고 실 주행거리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경쟁력이다.
BYD는 일본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공격적인 세일즈 전략을 펼친 것. 일본 정부의 보조금 축소 규모에 상응하는 할인을 제공하고 무이자 할부를 껴줬다. 전기차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개인 주차 구획은 확실한 일본의 환경을 반영해 가정용 충전기를 도입하면 설치 비용을 환급해주는 프로모션도 전개했다. 자체적으로 일본 내에 급속 충전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익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BYD는 일본의 톱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長澤 まさみ)를 기용한 TV CF를 지속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알면 알 수록 괜찮을지도 몰라, BYD!(知るほど! ありかも, BYD!)'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이 BYD에 갖는 의구심을 털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결과 예상보다 선전했다. BYD의 세단형 전기차 씰은 지난해 '일본 올해의 차 실행위원회'가 주관한 '2024 JCOTY에서 중국 자동차로서는 최초로 '올해의 10대 베스트카'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일본은 여전히 하이브리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전기차 보급률은 낮지만 BYD는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의 접점을 키우기 위한 마케팅과 영업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짙고 보수적인 선택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전략이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BYD가 일본에서 전기차로 거둔 성공은 전통과 파격적인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쌓고 시장의 특성에 맞춘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BYD가 일본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선진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중국 브랜드에게도 의미있는 사례가 되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