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단속 불가능, 디지털 대책 필요
미국 보험사 트래블러스의 운전 중 스마트폰 중독 경고는 섬뜩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집계된 연간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가 왜 늘었는지에 대한 분석 때문이다.
2020년 3만8,800명이었던 사망자가 2022년에는 4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이동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자동차의 능동 및 수동안전장치가 확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 이유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자 해당 보험사가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해봤다. 응답자의 77%가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했지만 목적은 대부분 내비게이션 용도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운전 중 부주의를 유발하는 다른 요인들이다. 운전 중 문자나 이메일을 읽는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고 SNS 사용도 27%, 심지어 쇼핑도 19%로 나타났다. 결국 스마트폰 중독이 운전 부주의를 유발하고, 그에 따라 교통사고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결론을 유추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중독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신호가 바뀌어도 출발하지 않는 운전자의 시선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가 있다. 지난 2023년 도로교통공단이 여름 휴가철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했더니 61%가 휴대전화 사용 등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이라는 결과도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중독이 ‘안전’이라는 선을 넘어버린 셈이다. 실제 운전 중 문자를 읽으면 전방 시야는 1.5초 놓친다. 앞차의 급정거를 가정하면 경상이 중상, 중상이 사망으로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문제는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제어 수단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 중독성도 심각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교통사고 위험을 4배 증가시킨다. 실험 결과도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긴급 상황을 가정해 제동 시험을 했더니 정지거리가 23.7m로 나타났다. 혈중알코올농도 0.05%일 때의 정지거리 18.6m보다 길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음주운전보다 위험한 셈이다.
그러자 미국에선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스스로 억제하도록 만드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스스로 자제하면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방안이다. 이때 보상 주체는 보험사인데 실험 결과 운전자들의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최대 28% 줄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경쟁 보상이다. 실험을 주도한 펜실베이니아대 제프리 에버트 교수팀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면 금전 포인트를 얻고 다른 운전자와 경쟁해 금전 보상을 받는 게임 방식을 도입해 얻은 결과라고 밝혔다. 게다가 실험 종료 후에도 두 달 가량 사용 억제 효과가 지속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한국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처벌과 불이익 제도는 존재한다. 사용하다 적발되면 벌점 15점에 승용차 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또한 사고 원인이 휴대전화 사용으로 밝혀지면 보상 책임 비율이 오르고 보험료도 급격히 인상된다. 하지만 위험도 인식 측면에선 여전히 부조화 현상이 많다.
2023년 한 보험사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위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운전자의 거의 대부분이 위험성을 인식하지만 사용자 관점에선 매우 관대한 응답이 도출됐다. 운전자에 따라 위험(20.6%), 상황에 따라 위험(34.7%)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 탓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운전을 잘 하니까’, 또는 ‘나는 상황 판단을 잘 하니까’ 위험성이 낮다고 스스로에게 관대하다는 의미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관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애써 자신에게는 예외를 두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셈이다.
요즘 IT 기술의 진화가 빠르다. 이런 이유로 운전 중 휴대전화의 강제적 사용 억제 방안을 마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유 의사를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헌법재판소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운전 습관 개선과 도로 문제 해결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사이 휴대전화가 새로운 사고 증가 요소로 떠올랐고, 이제 그 해결책은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