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왜 튜닝카 보기가 어려워졌을까

입력 2025년01월31일 10시3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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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닝 문화, 기술 발전과 규제에 영향 받아
 -전기차 시대와 함께 사라진 내연기관 튜닝의 '낭만'
 -제도 내에서 창의성 활용한 사양산업 지원해야

 

 언제부턴가 튜닝카 보기가 어려워졌다. 듣는 이에 따라 시끄럽게 느껴지는 배기음과 운전자들의 일탈행위는 차치하더라도 독특한 튜닝카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 자체만으로도 도로를 다채롭게 만들었던 존재들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등장하던 튜닝카 소식도 이전보다 뜸해졌다. 노비텍이 튜닝한 800마력대의 페라리, 겜발라가 튜닝한 1,000마력 포르쉐, V12 엔진을 얹은 브라부스의 벤츠 C클래스같은 놀라운 자동차도 더 이상 만나보기 힘들다. 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일단 '필요 없어져서'라는 생각부터 든다. 1990~2000년대와 지금의 자동차 운동성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감쇠력과 지상고를 조절할 수 있는 각종 서스펜션부터 출력을 높여주는 터보차저와 슈퍼차저까지 양산차에서 꽤나 흔해졌다. 다운스프링을 하고 터보차저를 장착할 필요가 줄었다는 뜻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등장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는 복잡한 전자제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렇다보니 전통적인 내연기관 기반의 튜닝 방식을 적용하기란 어렵다. 새로운 튜닝 기술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과도기고, 등장해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출력에 대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진 탓도 있겠다. 전기모터 몇 개만으로 1,000마력을 우습게 내는 시대다. 기어비를 새롭게 세팅하고, 동력계통 부품을 바꾸는가 하면,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내장재를 탈거해 마력을 끌어 올려야했던 무용담은 이제 철 지난 옛날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설계 기술이 발전한 점도 튜너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지금만큼 정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없었다. 이렇다보니 주요 부품 내구성을 퍼포먼스 대비 매우 보수적으로 설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토요타 수프라의 2JZ 엔진이 여전히 명성을 떨치고 있는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다르다. 철저한 계산을 통해 만들어진 파워트레인은 대부분 최적의 성능을 내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전의 설계 방식 대비 여유 마진이 넉넉하지도 않다.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이른바 '칩 튜닝'이 성행한다지만 부품을 직접 개조하는 과거의 방식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나날이 강화되는 환경 규제도 내연기관 튜닝카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배기음과 출력을 키우기 위해 일부 배기 관련 부품을 탈거한다거나, 매니폴드 뒤쪽으로 일체의 정화 장치를 남겨놓지 않은, 이른바 '직관 배기' 같은 튜닝을 하며 매연을 뿜고 다녔다간 큰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튜닝카에 대한 사회적 시각 또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소음 공해나 불법 주행과 같은 문제로 튜닝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낭만' 이라는 단어는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 다수 운전자와 보행자는 이들이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의 변화, 법규 강화, 사회적 인식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튜닝카는 더 이상 거리의 풍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는 튜닝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개조와 드레스업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서스펜션 높이 조정, 견인 장치 추가, 루프탑 텐트 설치 등 실용적이고 독특한 튜닝을 통해 자신의 차를 변신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올드카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합법적이고 안전한 튜닝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튜닝 부품 인증제도도 시행 중이다. 구조변경 절차 없이 인증 부품을 장착한 뒤 인터넷에 등록하는 것 만으로도 브레이크, 배기시스템, LED 광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보다 창의적인 튜닝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 지원과 기술 발전이 한층 가속화되어야 한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열정을 표현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고 전동화로 위기에 내몰린 정비 업계의 퇴로를 열어줄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환경에서 튜닝 문화를 이어가며 다시 거리에서 멋진 튜닝카를 볼 날을 기대해본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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