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일론 머스크의 정치 배팅, 위험한 도박

입력 2025년01월31일 16시29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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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감과 교감의 위험한 줄타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정서가 일론 머스크에는 위협이다”. 최근 미국 내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 기업을 적대시할수록 중국 또한 미국 기업을 겨냥할 수밖에 없고 이때 타깃은 테슬라 중국 공장, 즉 기가상하이를 꼽는다. 테슬라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하이 공장의 가동율이 떨어지거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일론 머스크에게 타격이 가해지는 탓이다. 

 



 

 실제 테슬라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다. 지난해 글로벌에 판매된 178만대 가운데 36.7%인 65만7,000대가 중국 내 판매이고,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인 90만대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중국 내 생산 및 판매 사업 차질은 곧 테슬라의 위기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제품 또한 대부분 중국 생산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정부 측근들은 중국 내 사업 비중이 높은 테슬라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삼가는 모양새다.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밀월(?) 관계를 의식하는 탓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적인 대외 정책이 중국 견제인 만큼 중국 테슬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든 중국과 관계를 유지해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발현된다. 미국 내 정치권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가 일찌감치 트럼프와 손잡은 이유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는 미국 국방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배터리기업 CATL과 손잡고 미국 내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일론 머스크로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는 연간 40만대 규모의 유럽 공장이 있는 독일 정치에도 개입했다. 독일 대안당으로 불리는 AfD 정당을 공개 지지한 게 발단이 됐다. AfD는 난민 반대, EU 탈퇴, 친러시아, 반이슬람, 독일 우선주의 등을 표방하는데 일론 머스크는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입장을 표방했다. 그러자 울라프 슐츠 독일 총리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독일 내 일부 시민단체는 테슬라 불매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베를린 공장 생산 규모를 연간 100만대로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가 독일 정치에 개입하자 자칫 증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내 사업의 위험성을 분산시키는 차원에서 유럽 증산을 추진하지만 정치 개입을 선택해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가 이처럼 여러 나라의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이유는 다각적이다. 그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대목은 BEV 제조 및 판매 사업 자체가 내연기관과 달리 보조금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 꼽힌다. 동시에 BEV 판매로 얻는 탄소 배출권도 결국은 정책에 따라 가격과 판매 수량이 결정된다. 나아가 보로택시로 세계의 모든 도로를 지배하려는 야심(?)이 성공하려면 각 나라가 운행을 허가해야 한다. 한 마디로 테슬라의 운명이 각 나라의 정책과 제도에 맡겨진 만큼 일론 머스크의 정치 개입은 그 자체가 자신의 사업 유지를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다. 기업의 정치 참여를 매우 경계하는 한국 시각에선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지만 일론 머스크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미다. 

 

 그러자 생각은 일론 머스크의 한국 정치 개입 가능성에 미치게 된다. 특히 점점 테슬라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한국 내 BEV 보조금 등을 빌미 삼아 한국 정치에 개입한다면, 로보택시 유상운송 사업 허가를 요청한다면 국내 반응은 어떨까.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앞세워 한국 내 보조금 제도 개편을 정치권에 요구하면 또 어떻게 될까? 그리고 국내 정치 개입 가능성은 이미 농후해지고 있다. 테슬라의 국내 사업 또한 정책 및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니 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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