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디자인과 구성, 강한 성능 등
-오감을 만족시키며 편안한 기분 전달해
약 2년 전 볼보차 EX30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과 컴팩트한 차체, 세련된 구성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두를 놀라게 했고 깊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여러 신차의 등장에도 쉽게 잊지 못했으며 진한 여운을 가진, 손에 잡힐듯한 프리미엄 전기 SUV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EX30을 마주했다. 반가움과 아련함으로 가득했고 매력과 소유욕은 여전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꾸만 쳐다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매끈한 철판과 단단해 보이는 캐릭터라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조금의 단차도 허용하지 않는 각 패널의 완성도까지 단연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차를 꾸미는 각 세부 요소도 뛰어나다.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는 픽셀 형태로 크기를 키워 존재감을 높였다. 이와 함께 아이언 로고는 그릴이 필요 없는 전기차의 특성을 색다르게 표현했으며 반듯하게 내려오는 유광블랙 장식도 멋을 더한다. 범퍼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마무리 했으며 최소한의 에어 덕트만 맨 밑에 뚫어놓았다. 이 외에 주행에 도움을 주는 각종 센서는 번호판 아래에 위치한다.
옆은 옹골차다. 소형 SUV답게 사이즈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매우 단단해 보이고 당찬 이미지를 전달한다. 여기에는 비율이 한 몫 했다. 전장 대비 앞뒤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가 매우 길기 때문이다. 그만큼 앞뒤 오버행이 짧으며 차가 더 길어 보이는 효과를 동시에 안겨준다. 실내 공간에서도 이점을 가진다.
휠하우스를 따라 두툼하게 부풀린 펜더와 공기 역학을 고려한 19인치 휠 조화도 상당하다. 이와 함께 투톤으로 처리한 루프를 비롯해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 유광블랙 몰딩, C-필러에 붙은 EX30 장식까지 모던함의 끝을 달린다. 뒤는 볼보 SUV의 시그니처인 세로형 테일램프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중간에 단락을 구분 지어 입체적으로 표현했는데 매우 신선하다. 이와 함께 위아래로 유광블랙 띠를 둘렀고 안에는 볼보 레터링도 집어 넣었다. 플래그십 SUV EX90에도 비슷한 디자인이 적용됐기 때문에 향후 볼보 전동화 라인업의 새 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내는 친환경과 미니멀리즘의 의미를 이상적으로 담아냈다. 물리버튼을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처음 보는 자동차 소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먼저, 운전석에 앉으면 광활한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온다. 계기판을 비롯해 차의 정보를 표시하는 건 전부 중앙 센터 디스플레이에 있다.
12.3인치 화면 안에서 내비게이션 및 엔터테인먼트, 실내 온도 조절, 충전 및 기타 설정 등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개발한 5G 기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은 사용 편의성과 만족을 높인다. 특히, 96% 이상의 한국어 인식률을 자랑하는 누구 오토(NUGU AUTO)를 통해서 음성 인식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데 반응과 정확도가 무척 빨라 마음에 든다.
새로운 구성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시보드 앞을 전부 덮는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최고 1,040W 출력을 뿜어낸다. 9개 스피커로 사운드 바 기술이 적용돼 우수한 음장감을 연출한다. 이 외에 글러브박스는 조수석이 아닌 중앙에 위치하며 화면 터치로 열 수 있다.
또 컵홀더 수납이 가능한 센터터널은 콤팩트하게 설계돼 있고 아래쪽에 단을 나눠 넓은 공간을 추가로 마련했다. 도어패널에는 어떠한 버튼도 없으며 창문 스위치는 중앙에 놓인다. 전부 다 새롭고 신기하다. 이 외에 더블 D컷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작고 림 폭이 얇아 조작이 쉽다. 또 변속 레버는 뒤쪽에 컬럼식으로 있다.
트림에 따라 리사이클 소재는 다양하게 들어간다. 가죽 대신 핀란드 및 스웨덴에서 생산된 소나무 오일로 만든 바이오 소재인 ‘노르디코’를 비롯해 재활용 데님 또는 플라스틱, 아마(flax) 기반 합성 섬유, 70% 재생 폴리에스터를 포함한 울 혼방 소재 등이다.
고급스럽게 처리했으며 은은한 컬러 조합은 물론 차분하고 따뜻함마저 느껴진다. 지구 환경에 대해 책임감 있는 프리미엄의 가치를 구현했다는 점에도 뿌듯함이 밀려온다. 여기에 스칸디나비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5가지 앰비언트 라이트 테마는 스웨디시 프리미엄의 감성 품질을 더했다.
2열은 체급을 생각하면 무난하다. 무릎 공간보다는 머리 위 공간이 조금 더 여유로운 편이며 거대한 글라스 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좋다. 편의 품목은 1열 센터터널과 연결된 수납함과 USB 충전 포트 정도다. 트렁크는 기본 318ℓ이며 2열을 접을 경우 904ℓ까지 늘어난다. 보닛에도 여분의 수납공간이 있어서 알차게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성능
국내에 판매되는 EX30은 66㎾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200㎾ 모터를 결합한 후륜 기반의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파워트레이 기본이다. 272마력의 모터 출력과 35.0㎏∙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시속 100㎞까지 불과 5.3초만에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에 위치한 배터리는 50:50에 가까운 무게 비율을 달성하면서 충돌 시에도 차체 구조에 의해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가속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초기 응답성이 빠른 편은 아니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린다. 운전을 하는 데에 부담이 없고 쉽게 차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강력한 힘을 전달할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즉각적인 출력과 토크를 전달하며 당차게 달려나간다. 콤팩트한 차체와 어우러져 체감 가속은 더 빠른 편이다. 경쾌하고 즐거운 가속을 전달한다.
라이벌 대비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고속에서 재 가속에 들어가거나 한계점까지 몰아 붙여도 힘은 여유롭다. 전기 에너지 특유의 치고 나가는 감각이 좋고 주변 사물이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EX30을 운전하면서 적어도 성능에 목이 마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듯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속도를 가뿐하게 올려놓는 차의 성격이 마음에 든다.
서스펜션과 하체 세팅은 기대 이상이다. 묵직하게 노면을 잡고 안정적인 자세를 확보한다. 불규칙한 도로 위 굴곡을 의연하게 흡수하고 탑승자에게 불쾌한 감각을 전달하지 않는다. 바운스 폭이 적고 롤의 허용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볼보차의 섀시 컨트롤이 돋보이며 이상적인 무게배분도 큰 역할을 한다.
회생제동은 두 단계로 단순화했다. 격차가 큰 편이라서 사실상 온-오프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회생제동 개입을 최소화하고 다운힐이나 일정한 교통량이 반복되는 항속 주행 시 회생제동을 활용하면 유용할 것 같다. 이 외에 핸들링은 무난하다. 필요한 만큼 정직하게 방향을 틀고 깔끔한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
안전은 EX30의 특기다. 그 중에서도 운전자 경고 시스템은 물건이다. 주행 중 주의 산만, 졸음 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 휠 상단에 탑재된 IR 센서로 운전자의 움직임을 파악해 주의를 준다. 반응은 매우 빠르고 정확했으며 믿음은 저절로 커진다.
또 차 앞 뒤에서 다가오는 자전거, 오토바이, 킥보드 등의 접근을 내부에서 문을 열 때 시각 및 청각 신호로 경고해 사고를 예방 주는 ‘문 열림 경보’도 새롭게 적용됐다. 여기에 앞 차와의 간격, 차선을 유지해 안전하게 주행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도로 이탈 완화, 경사로 감속 주행 장치, 사각지대 경고 및 조향 어시스트 등 첨단 안전 기능을 기본으로 넣었다.
시승차인 울트라 트림에는 운전자가 3D 인터페이스 화면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주차할 수 있는 차세대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와 서라운드 뷰를 제공하는 360도 카메라도 있는데 정교한 실력을 갖춰 골목길이나 지하주차장 등 제한된 조건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기준 351㎞(환경부 기준, 상온 351㎞, 저온 302㎞)이며 에너지 효율 등급에서는 복합 4.8㎞/㎾h(도심 5.2/고속 4.4)의 전비를 달성했다. 실 주행에서는 쉽게 가능거리가 떨어지지 않았으며 최대한 안정적인 배터리 관리를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볼보차코리아가 직접 분당에서 김해까지 주행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총 351㎞를 달렸을 때 잔여가능거리는 75㎞, 배터리 잔량 19%로 표시돼 있었다. 총 426㎞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이 외에 최대 153㎾의 급속(DC) 충전을 통해 10~80%까지 약 2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앱을 통해 최대 충전 범위 및 배터리 충전 전류, 충전 시작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총평
EX30은 전기차가 나아가야 할 목표와 가치를 볼보차의 시각으로 접근해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중심에는 감각이 있다. 고개를 돌려 한번 더 쳐다보게 만드는 감각, 친환경 소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감각, 전기 에너지를 절묘하게 뽑아 쓰는 감각, 움직임을 고급스럽게 표현해내는 감각이다. 이것이 바로 EX30이 특별한 이유다.
한편, 새 차는 기본형인 코어와 고급형인 울트라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4,755만원, 5,183만원이다. 공식 판매가를 최대 333만원 선제적으로 인하하면서 경쟁력을 높인 것. 글로벌 EX30 판매 국가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국고 및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 4,000만원 초반대에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