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출력으로 경쾌하고 빠른 감각 드러내
-화려한 기술 대신 실용적인 접근 돋보여
언제부턴가 자동차를 선택할 때 스마트폰 같은 '신기한 기능'을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오랜 시간 믿고 탈 수 있는 차인지가 중요한 개인적인 의견과는 상충된다. 아무리 눈길을 끄는 기능이 추가되더라도 신뢰성이 없다면 그것은 반짝이는 모래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동차가 아무리 똑똑해졌더라도 이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자동차는 길게는 10년 이상 함께하며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든다. 예산도 훨씬 크기 때문에 단순히 혁신보다는 오랜 시간 차를 만들어온 브랜드의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최근 시승해본 2025년형 폭스바겐 ID.4가 딱 그런 자동차였다.
2025년형 ID.4는 기존의 유려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세련된 디테일을 추가했다. 실버 트림과 블랙 루프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은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렬한 숄더 라인과 역동적인 루프 아치, 볼륨감 있는 후면 디자인 등 만족도를 높여주는 디자인 요소들은 그대로다.
실내에는 기존보다 커진 12.9인치 디스커버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면 크기가 커지면서 가독성이 높아졌고 새로운 UI 디자인 덕분에 조작감도 더욱 직관적이다.
운전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실내 개선도 인상적이다. 기어 셀렉터의 디자인이 보다 인체공학적으로 바뀌었다. 터치 컨트롤 패널에는 일루미네이션 기능을 추가해 야간 조작 편의성도 더욱 높였다. 30컬러를 지원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실내 분위지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상위 트림 프로(Pro)에서는 IDA 보이스 어시스턴트 기능을 만나볼 수 있다. 자연어 음성을 통해 차의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음성 인식률은 제법 높은 편. 다만 음성인식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겠다.
주행 보조 시스템도 풍부하다. 전 트림에 IQ.드라이브를 적용해 전방추돌경고, 긴급제동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사각지대 감지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프로 트림에서는 이머전시 어시스트를 비롯해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을 지원하는 트래블 어시스트를 만나볼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55.6㎏∙m을 낸다. 이전 ID.4와 비교하면 출력은 40%, 토크는 75% 향상시켰다. 영구자석 로터와 개선된 스테이터, 그리고 고출력 전류를 제공하는 신형 인버터를 적용한 덕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단 6.7초만에 주파할 수 있다. 배터리 성능도 향상됐다. 82.836㎾h 배터리는 1회 충전 주행거리 424㎞를 발휘한다. 175㎾ 급속 충전을 지원해 10-80%까지는 단 28분만에 충전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도 울컥이는 느낌이 적다. 기존 전기차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회생제동 특유의 급격한 감속감이 많이 억제된 느낌이다. 실제로도 폭스바겐은 이 같은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생제동을 강하게 작동하지 않도록 조정했다. 탑승자의 주행 편의를 고려한 독일 브랜드다운 선택이다.
토크 전달력도 뛰어나 차량 크기에 비해 가속 반응은 시원하다. 이전 ID.4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높아진 출력은 경쾌하다 못해 빠르다는 느낌까지 받게 한다. 모터를 리어 액슬 가까이에 배치해 동력 전달 손실을 줄이면서도 조향 반응이 즉각적이며 안정적이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주행감을 유지하고, 도심에서는 민첩한 반응을 보여준다.
주행 질감은 부드럽지만 탄탄한 세팅이 돋보인다. 후륜구동 시스템과 낮은 무게중심 설계를 바탕으로 동력 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핸들링 성능을 제공한다. 체급에 맞지 않게 제법 기민하게 움직여줘서 SUV라는걸 감안해도 운전의 재미가 돋보인다.
폭스바겐은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을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차를 만들어왔다. 많은 이들의 취향을 충족해야 하다 보니 확 튀는 인상을 남기려 하지 않고 이렇다 보니 전기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ID.4는 그런 부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드라이브 시스템을 개선해 성능 전반을 개선하고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요소들은 의견을 반영해 더욱 고도화했다. 내실을 택한 셈이다.
골프, 티구안, 파사트 등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들이 오랜 기간 사랑받은 이유는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이나 신기한 기능 때문이 아니다. 결국 실용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브랜드의 방향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 차의 진정한 매력은 첫인상의 화려함이 아니라 오래 탈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신뢰성에 있겠다. 합리적인 전기차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ID.4가 적절한 선택지다.
ID.4의 가격은 프로 Lite 트림이 5,299만원, 프로 트림이 5,999만원이다. 여기에 국고 보조금 422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포함하면 실구매가는 3,000만원 후반에서 4,000만원 중반대로 형성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