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은 기술과 자본 그리고 사람
-시즌 좌우할 리더의 역할 중요
2025년 2월 19일, F1은 역사 상 최초의 라이브 쇼를 선보였다. 각 팀의 레이스카가 한 무대에서 세상에 공개되는 거대한 론칭 쇼였다. F1 팬덤은 이 버라이어티 쇼에 일제히 열광했다. 그런데 이 축제의 현장에서 F1의 최고 인기팀 중 하나인 레드불의 대표 크리스티안 호너(Christian Horner)가 이례적으로 관중의 야유를 받아 파장이 일었다.
그 배경은 이러하다. 2024년 1월 크리스티안 호너가 한 여성 직원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호너는 즉각 모든 의혹을 부인하였지만 모기업 레드불은 그룹 차원의 내부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레드불은 조사 결과 호너에 대한 문제 제기를 기각하며 사건을 종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레드불 레이싱의 팀 대표 겸 CEO로 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F1 커뮤니티 내에서는 여전히 조사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F1 최상위 리더십, 책임, 직장 문화와 투명성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촉발했다. 팬들은 이 사건이 레드불의 경기력과 F1 전체의 이미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했다. F1 론칭쇼에서 벌어진 ‘레드불 야유 사건’은 부도덕한 F1 리더십에 대한 파장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현대 F1이 계속해서 진화하는 가운데 팀 대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중요하다. 기술 혁신, 드라이버 관리, 기업 운영, 레이스 전략을 모두 조율해야 하는 팀 대표는 단순한 스포츠팀의 감독이 아니라 CEO, 전략가, 외교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유능한 F1 팀의 대표란 무엇이며 이들의 리더십은 트랙 안팎에서 어떻게 팀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까?
F1 팀 대표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전통적 스포츠 감독과 달리, 수백 명의 엔지니어링 전문가 집단을 거느린 거대한 엔지니어링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팀 대표는 엔지니어 및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경쟁력 있는 레이스카를 개발하고 FIA의 기술 규정을 준수하는 모든 과정의 최종 책임을 진다. 공기역학 설계부터 파워 유닛 최적화까지 자동차 개발 투자에 관한 모든 의사 결정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
드라이버 관리도 이들의 책임이다. 각 팀의 두 드라이버 사이에는 강력한 경쟁 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두 힘 사이의 충돌을 막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팀 대표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같은 팀 드라이버들의 내부 경쟁은 팀을 성공으로 이끌 수도 (메르세데스의 해밀턴 vs. 로즈버그),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맥클라렌의 세나 vs. 프로스트).
F1은 자본이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다. 따라서 팀 대표는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비용 상한제(Cost Cap) 내에서 예산을 운용하며 파트너들과 협상하는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뉴 미디어를 통한 F1의 인기 급상승과 함께 팀 대표는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마침내 이들은 스스로 마케팅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가 되어야 한다.
리더십 스타일은 팀의 색깔을 좌우한다. 장기적 안정성과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 공격적인 운영과 적극적인 개입을 추구하는 리더, 팀 문화와 역사에 맞게 리더십 스타일을 맞추는 리더 등 모습은 다양하며 각각의 스타일에는 장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의 토토 울프는 체계적이고 차분한 리더십으로 10년 이상 팀을 지배적인 챔피언십 팀으로 유지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페라리의 프레데릭 바써는 2023년부터 팀을 이끌며 장기적인 구조 개편과 안정적인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생활 논란이 있었던 크리스티안 호너는 20년 가까이 레드불을 이끌며 혁신적이고 대담한 접근 방식으로 강력한 팀 문화를 형성했다. 맥클라렌의 잭 브라운은 전통적인 F1 팀 대표가 아닌 전문 CEO로서 대형 스폰서 유치와 리더십 개편을 통해 위기에 빠졌던 맥클라렌을 경쟁력 있는 팀으로 재건했다.
이처럼 F1 팀 대표의 역할은 단순한 팀 운영을 넘어 정치-윤리적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자리다. 내부 갈등 조정도 리더의 역할이다. 드라이버 간 경쟁, 경영진 개편, FIA 규정 논란 등 내부 문제를 효과적으로 조율하지 않으면 팀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성적 하락에도 대응해야 한다.
팀 성적이 부진할 경우 대표는 핵심 인력을 교체하거나 자동차 개발 철학을 변경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근 크리스티안 호너 관련 논란에서 보듯 F1에서 리더십은 팀의 문화와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도 한다. 윤리와 준법이 결여된 리더는 조직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 신속한 탄핵이 조직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답이다.
한 F1팀의 리더십은 팀의 현재이자 미래이다. 새로운 기술 규정, 지속 가능성 목표, 팬층 확대 등의 변화 속에서 F1의 리더십은 진화해야 한다. 다가오는 2025 시즌을 앞두고 각 팀 대표들이 어떤 전략과 리더십을 펼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략적 안정성과 공격적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챔피언십 우승과 중위권 정체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흥정할 수 없는 리더의 기본은 도덕성이다.
김남호 F1 동력학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