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스카니아의 EREV 실험

입력 2025년03월04일 15시05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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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도 EREV 채택

 

 흔히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로 표현되는 동력발생장치는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구동하되 에너지가 소진되면 내연기관으로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어 구동한다. 일반적인 HEV 시스템은 엔진이 주동력, 전기가 보조동력이지만 EREV는 모두 전기로 구동되는 게 차이점이다. 다만, 전기는 외부에서 가져올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때 주목하는 부분은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 때 필요한 연료의 종류다. 현재 연료로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단연 휘발유다. 그러나 발전용 연료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휘발유 외에 경유나 LPG를 쓸 수도 있고, 탄소중립연료는 물론 LNG와 수소도 사용이 가능하다. 어차피 연소로 전기를 얻는 만큼 어떤 에너지든 가연성이 있으면 된다. 그래서 EREV는 BEV에 가장 가까운 PHEV로 분류되는데 이유는 오로지 바퀴 회전이 100% 전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저장된 전기와 발전된 전기를 모두 쓸 때의 장점은 충전 인프라 부족에 따른 ‘주행거리 불안감(Range Anxiety)’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외부 충전이 없어도 구동에 어려움이 없어서다. 물론 충전기가 있다면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해 사용하면 된다. 

 

 상용차 전문기업인 스카니아가 EREV를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스카니아는 최근 DHL그룹과 장거리 전기 트럭 운송 시험에 EREV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했다. 공동 개발한 전기 트럭에는 410㎾h 배터리 외에 내연 발전기가 탑재됐는데 사용 연료는 휘발유다. 충전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도 전기 운송이 가능해 선택했다. 단순히 배터리만 탑재했을 때는 550㎞ 정도를 주행하지만 추가로 내연 발전기를 탑재하면 최장 800㎞까지 운송이 가능하다. 물론 내연 발전기 대신 또 하나의 대용량 배터리팩을 적용하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충전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배터리와 내연발전 동력 비중을 7:3 정도로 구성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내연 발전기의 사용 연료다. 현재는 휘발유를 쓰지만 스카니아는 향후 디젤은 물론 수소 처리 식물성 기름도 사용할 예정이다. 당연히 수소 기반의 탄소 중립연료도 염두에 둔다.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 때 오염물질 최소화에 방점을 두고 친환경 연료를 바꾼다면 주행거리 확보, 인프라 부족 극복, 운송 과정의 배출가스 감소라는 1석3조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물론 EREV의 연료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경제성이다. 제아무리 친환경 연료여도 상용의 특성은 늘 비용에 초점이 맞추어진 탓이다. 스카니아는 각 분야 에너지 기업들이 연소 연료의 가격 인하에 매달리는 만큼 미래 관점에서 모든 연료의 사용 가능성을 일단 열어두는 셈이다. 쓰레기 열분해 결과로 나오는 수소도 대상이고 수소와 함께 만들어지는 경유도 예외는 아니다. 

 

 EREV는 승용 부문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이 2026년부터 EREV 구동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고, KG모빌리티도 EREV의 필요성을 인식해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BEV가 지배하는 중국에서도 EREV 판매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EREV 시스템으로 최장 1,000㎞ 주행이 가능한 제품도 있다. 충전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시달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도감이 형성되고 주행 중 연료 발전을 활용할 때는 충전 전기 대비 비싼 연료 비용이 현실감 있게 다가와 오히려 외부 전원 충전에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다. 한 마디로 운전자는 최대한 배터리 전력으로 구동하려는 욕망이 더욱 강해지는 셈이다. 

 

 아쉬운 점은 초기 EV 시대가 열렸을 때 EREV 구동 시스템을 한국이 선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HEV에서 곧바로 BEV로 전환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으며 완성차기업이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 그럼에도 EREV는 매우 현실적인 전기차다. 따라서 EREV가 등장하면 HEV가 빠르게 시장 경쟁력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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