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벤츠의 딜레마,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입력 2025년03월05일 08시5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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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적 감성과 디지털 혁신의 조화가 필요할 때
 -내연기관과의 연관성 지워낸 EQ 시리즈, 왜?
 -G580, 최근의 고민에 대한 해답 될 수 있어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랜 기간 기계적인 완성도와 디자인 철학을 쌓아 올리며 자동차 업계의 정상에 섰다. '최고가 아니라면 아무 것도 아니다(The Best or Nothing)'라는 브랜드의 슬로건 처럼 완벽한 엔지니어링과 장인 정신, 우아한 디자인은 벤츠를 럭셔리 브랜드의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만들어놨다. 

 


 

 그런데 최근의 벤츠는 고민이 많아 보인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EQE, EQS 등의 전기차로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치열한 싸움을 펼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벤츠의 오랜 팬, 그리고 소비층의 우려가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이는 전동화와 디지털화에 적응하려는 필연적인 과정이지만 동시에 지금의 벤츠가 있게 했던 요소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가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성은 필요해보인다. 첫 번째가 디자인. EQ 시리즈의 디자인은 공기역학을 극대화한 유선형 실루엣으로 변했지만 기존 벤츠의 클래식한 비율과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있다. 과연 럭셔리 브랜드에게 있어 효율과 정체성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두 번째는 디지털 전략이다. 이들은 대시보드를 덮은 거대한 하이퍼 스크린을 혁신의 요소로 내세우지만 결국 새로운 느낌을 얻는 데에 그쳤다. 과거 벤츠는 무게감 있는 버튼, 인체공학적이며 정밀한 다이얼, 촉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소재 등으로 요약되는 기능들이 강점이었다. 대형 터치 스크린이 있더라도 직관적이며 일부 기계적인 요소를 남겨 그 시절의 느낌을 남겨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 번째는 운전하며 느낄 수 있는 기계적인 감성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조합 너머에는 운전자와 차가 하나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제공해야 한다. 장거리 운전에서의 편안함은 기본, 정확한 조향감과 잘 짜여져있는 섀시는 오랜 기간 벤츠의 자랑이었다. 이 같은 감성 포인트를 다시 살려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EQS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럭셔리 전기차'의 개념을 제시하고자 한 노력만큼은 존중한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반응은 약간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 국내 판매량만 봐도 알 수 있는 방법, 그렇다면 돌파구는 없을까? 최근 공개한 G580 위드 EQ 테크놀로지는 이러한 고민의 해결책을 잘 보여준다. 전동화를 적용하면서도 G클래스라는 아이코닉 제품의 강인한 기계적 감성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벤츠가 전통과 혁신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방향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벤츠는 디지털화와 전동화라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것이 곧 ‘벤츠다움’을 버리는 과정이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전통적인 기계적 감성과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소프트웨어와 전동화를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것이다. 

 


 

 터치스크린이 전면에 나서는 시대에도 물리적 조작과 감성적인 사용자 경험을 유지해야 하며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 속에서도 벤츠의 클래식한 디자인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단순히 ‘전기차’가 아니라, 벤츠다운 전기차를 만들어야 한다.

 

 벤츠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고든 바그너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스크린은 럭셔리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 디자인이 반드시 럭셔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벤츠가 디지털화 속에서도 본질적인 럭셔리 가치를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테슬라 같은 전기차를 원하는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기계적인 감성과 품격 있는 디자인을 가진 자동차를 원하는 이들도 있다. 벤츠가 혁신과 전통을 조화롭게 결합해 그런 차를 더 많이 선보였으면 좋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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