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주요 소비층 된 여성

입력 2025년03월14일 17시44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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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보유 점진적 늘어

 

 지금이야 전체 인구 5,167만명(통계청, 2024) 가운데 3,443만명이 운전면허 보유자다(경찰청 2023). 그 중에서도 여성 운전면허 보유자는 1,487만명에 달한다. 면허 취득 연령을 고려하면 거의 국민 전체가 면허 보유자인 셈이다. 

 



 

 우리나라 면허 시험의 역사는 1915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서울에서 운행되던 40대의 자동차가 과속은 기본이고 점포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자 그해 7월 경찰이 도로교통법의 원조격인 `자동차취체규칙`을 제정하고 운전 면허 시험을 도입했다. 그러나 취득 조건부터 까다로웠는데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운전 양성소, 지금으로 치면 운전학원을 졸업해야 시험 자격이 주어졌다.

 

 신체 결함이 없고 초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도 필수다. 그런데 시험에서 응시자를 가장 어렵게 한 것은 익숙치 않은 자동차 부품 명칭이다. 영어를 그대로 쓰다 보니 용어 자체가 낯설어 낙방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실기 또한 단순한 주행이 아니라 타이어 교환, 냉각기 물 주입 등 기초 정비까지 포함됐다(문화재청, 2007 근대문화유산 보고서).

 

 그렇다고 시험이 지금처럼 수시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용산 육군 연병장에서 1년에 1회가 열린 만큼 준비 시간도 길었다. 나중에 시도별로 확대됐지만 연간 1회라는 점에서 면허 취득은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겨졌다. 면허만 따면 부유층이 서로 모셔가려는(?) 경쟁이 펼쳐진 덕분이다. 시골 마을에선 면허 취득으로 동네잔치가 벌어졌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면허를 취득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럼에도 1919년 한국에도 최초의 여성 운전자가 등장한다. 최초 운전학원인 경성자동치강습소에 입학한 전주 출신의 최인선이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라는 점에서 장안의 화제가 됐고 미래가 보장됐다는 이유로 남자들의 접근도 끊이지 않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매일신보).

 

 얼마나 희소했는지 입학 때 이미 스카우트 경쟁이 펼쳐질 정도였다. 물론 이후 행방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최초의 운전면허 취득을 추진했던 여성이라는 점에 의미를 담는다. 이후 운전학원에 발을 들인 사람은 함흥 출신의 문수산이라는 여성이다. 교사로 3년간 근무하다가 자동차운전에 도전했지만 취득 여부 및 이후 이야기는 알려진 바가 없다.

 



 

 1925년 여성 운전자로 이름을 알린 사람은 이정옥이라는 인물이다. 우수 성적으로 면허를 취득해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게다가 불과 25살의 나이마저 부각됐는데 당시로선 드물게 하와이 거주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고교 졸업 후 2년 간 교사로도 활동한 부유 가정 출신인 만큼 영어도 능통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운전 행위는 번번이 가로막혔다. 여성의 운전 자체가 보수적인 사회 문화 속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그는 1927년 미국산 승용차 두 대를 구해 택시 사업에 나섰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1932년에는 운행대수를 10대까지 늘려 험난한 운수업계에서 ‘택시 퀸’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 운전자는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했다. ‘운전’은 ‘남성’의 전유물이고 여성이 직업 운전에 종사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는 의미여서 남성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리고 1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세상은 변해도 한참 변했다. 자동차 구매의 주요 소비층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성이 지배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물론 사회적 평등 인식이 팽배로 여성 구매가 대세이고 설령 남성이 구매자여도 제품을 고르는 실질 세력(?)은 여성이 많다. 남성은 계약자일 뿐 차종을 고르는 사람은 여성이라는 의미다.

 

 더불어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중년 여성의 경제활동 재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주목되는 요소다. 가계에 도움이 되려는 생각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려는 욕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자동차회사의 구애가 높아진 것도 이런 세상의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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