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美 투자, 핵심은 현지화율

입력 2025년03월26일 08시48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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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물류·철강 등 핵심부품 현지 조달

 -루이지애나 제철소, 첫 해외 쇳물 생산

 -시간과 비용 줄이고 미국에 강한 신뢰 전달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한화 약 30조8,200억원)를 투자한다. 이는 그룹이 1986년 미국에 진출한 이래 집행한 투자금이 20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결단이다.

 



 

 투자의 목적 중 하나는 현지 생산 대수를 늘리는 데에 있다. 가동 중인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에 이어 올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HMGMA(30만대)를 완공하면 미국에서 10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HMGMA 20만대 증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미국서 120만대 체제 구축이 되며 이를 위해 총 86억 달러(12조 6,200억원) 투자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현지화율이다. 단순히 생산 능력만 높이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부품·물류·철강 등 자동차를 만드는 다양한 공급망에 대한 현지 생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대차· 기아와 동반 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총 61억 달러(8조9,500억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즉, 완성차-부품사간 공급망 강화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미국에 강한 신뢰와 이미지를 같이 전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은 자동차 현지 생산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예정이다. 연간 생산량은 270만t 규모로 현대제철의 첫 해외 쇳물 생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철강을 만든 뒤 미국으로 옮겨 현지 공장에서 만들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세워지면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미국 내에서 가능하게 된다. 그룹 입장에서는 공급 현지화를 통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또 견고한 철강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철강 분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소 선점도 절묘했다. 루이지애나는 미시시피 강과 미국만(멕시코만)이 만나는 지역으로서 바다를 통해 원료를 공급받고 생산된 강판을 내보내기에 편리하다. 이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물류의 요충지였으며 주변 발전소 등이 위치해 전력 확보에도 비교적 유리하다. 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루이지애나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 발맞춰 나아가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데에 루이지애나 정치인들이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철강은 제조의 시작을 알리는 첫 삽이자 매우 중요한 기반시설이다. 이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원천 소재가 해외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글로벌 무대의 보폭을 더 크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은 현대차그룹으로서 생산량 확대와 함께 트럼프 시대를 헤쳐갈 핵심 카드로 평가 받는다. 비용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피하면서도 현지에서 현대차를 비롯해 계열사 수요에도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몇 가지 과제도 남아있다. 제철소 건설에 대한 인허가 문제와 함께 품질 좋은 철강 생산 기술 등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고로가 아닌 전기 방식으로 고품질 자동차 강판 생산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더욱이 대량 공급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의 조건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생산 시설과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만큼 잦은 허리캐인과 자연재해 등 루이지애나 지역에 대한 철저한 지반 검토와 건설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개발-생산-판매가 다국적으로 분리돼 있는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실제로 같이 공개한 국내 투자가 연구개발 및 경상투자에 집중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대차의 도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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