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위에 운전 재미 더한 실속형 미니밴
-가족을 위한 배려와 운전자를 위한 짜릿함 공존해
미니밴은 공간과 실용성으로 승부하는 차다. 그래서 '운전의 재미'는 뒷전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혼다 오딧세이는 조금 다르다. 2025년형으로 거듭나며 본연의 미덕은 유지했고 더욱 정제된 디자인과 실내 구성, 그리고 시장을 의식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디자인&상품성
이번 2025년형 혼다 오딧세이의 외관은 이전과 큰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롬 바를 유광 블랙 소재로 대체했고 그릴 패턴도 직선 타입에서 벌집무늬로 바꿔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안개등 주변부를 보다 간결한 라인으로 다듬은 것도 차이점이다.
측면에서는 큰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새롭게 디자인한 19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 정도다. 다만 오딧세이 특유의 유려한 측면 캐릭터 라인은 여전히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공간감을 강조하기 위해 깨끗한 표면감을 강조하거나 SUV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직선 기조의 라인을 쓰는 다른 제품군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다.
후면부에서는 두 개의 테일램프를 잇는 크롬 몰딩이 블랙 컬러로 대체된 점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걸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호 불호가 없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일본산 미니밴들 특유의 화려함이 부담스럽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지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스플레이다. 운전석 클러스터는 아날로그 타입을 온용한 7인치 TFT 미터가 적용됐고 센터 모니터는 8인치에서 9인치로 커졌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고 UI도 개선해 시인성과 직관성을 더 높였다.
센터페시아에는 혼다 특유의 버튼식 기어가 여전히 자리한다. 이를 통해 1열 중앙부 공간을 여유롭게 비워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간격이 넉넉해 간단한 짐을 보관하기에도 제법 용이해보인다.
가족을 위한 다양한 기능들도 오딧세이의 매력이다. 카메라를 활용해 후석 탑승자를 관찰할 수 있는 캐빈 와치, 탑승객과 대화할 수 있는 캐빈 토크도 마련했다. 특히 캐빈 토크 기능은 차내 스피커 뿐만 아니라 별도로 연동되어있는 헤드셋으로도 소리를 송출한다.
2열 상단에 위치한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이전보다 개선됐다. 모니터 크기는 동급 최고 수준인 12.8인치로 커졌고 풀 HD급 고해상도를 지원한다. 크롬캐스트 같은 동글만 마련되어있다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각종 OTT 콘텐츠를 즐기기에도 좋다.
2열 시트의 다재다능함은 오딧세이만의 자랑거리다. 기본 구조는 8인승이지만, 중앙 좌석을 접어두면 넉넉한 컵홀더가 된다. 완전히 탈거해서 7인승처럼 쓸 수도 있다. 이후 독립형으로 구성된 두 개의 시트는 앞 뒤는 물론 좌우로도 이동시킬 수 있어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좌석 배치가 가능하다.
3열도 마찬가지다 시트를 앞으로 접을 수도 있고, 뒤쪽 레버를 당기면 플로어 하단으로 시트를 숨겨 평평한 바닥을 연출할 수 있다. 앉았을 때에는 시트고가 높아 여타 대형 SUV 못지 않게 시야도 좋다. 양쪽 끝에 컵홀더와 C타입 포트도 마련해 장거리 이동에도 편안하겠다.
▲성능
시승차는 3.5ℓ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m을 낸다.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주행 초기 인상은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앞뒤 모두 이중접합유리가 적용돼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크지 않고 하체 세팅은 충격을 잘 흡수해 동승자 모두에게 안정감을 준다.
정속 주행 시 스티어링은 가볍고,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직진성을 유지한다. 혼다 센싱은 차로 유지, 저속 추종 기능 등에서 진일보한 반응성을 보여주며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개입한다.
배기량을 생각해보면 기름은 그리 많이 먹지 않는다. 오딧세이의 복합 연료 효율은 9.0㎞/ℓ 지만 자동차 전용도로 제한 속도 범위 내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에는 15㎞/ℓ 이상은 우습게 치솟는다. 6개의 실린더 중 3개만을 작동시켜 연료 소모를 줄이는 실린더 휴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오딧세이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가속 페달 응답성은 민감해지고, 엔진 회전수는 거침없이 7,000rpm 근처까지 솟구친다. 미니밴에서 고회전 영역을 이렇게 과감하게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 데다가 잘 조율된 6기통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질감은 언뜻 고급 세단을 연상케 할 정도다.
조향 반응은 스포티한 세팅에 가깝다. 정속 주행에서는 얌전하지만, 한계 상황에 가까워질수록 단단하고 직설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이 운전 재미를 끌어올린다. 코너링에서의 안정성도 뛰어나 큰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는다. 솔직히 미니밴에서 이렇게 까지 핸들링 표현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게 될 줄은 몰랐다.
2열에서 느껴지는 승차감도 만족도를 높인다. 1열보다는 2열의 승차감이 더 낫다고 느껴질 정도다보니 피플 무버로서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다고 할 만 하다. 3열에서의 승차감도 경쟁 차종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편. 짐짝처럼 실려가는 것 같은 일부 미니밴이나 대형 SUV의 3열 승차감보다 훨씬 뛰어나다.
▲총평
혼다 오딧세이는 전형적인 미니밴의 본질을 충실히 수행한다. 넓은 실내 공간과 효율적인 시트 구조, 가족단위 탑승자를 배려한 세심한 기능들은 미니밴의 교과서적인 장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진 운전 재미는 이 차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오딧세이는 단지 사람을 태워 나르는 이동수단,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2025년형 혼다 오딧세이의 가격은 6,29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