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스페인 등서 전기차 판매 급등
-중국, 유럽과 전기차 상호 무관세 협의 시작
-자동차 업계, 미국 손실분 유럽서 만회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 전쟁으로 미국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미묘하게 기울고 있다.
18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3월 유럽 5개국(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35만1,8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특히 독일은 전기차 판매가 45% 늘었으며 영국은 42% 뛰었다. 스페인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83%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유는 정책 때문이다.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뒤늦게 확정하고 탄소 배출 규제 강화 및 친환경차 의무구매제 등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전기차 의무판매비율을 준수하려는 업체들의 판촉 노력이 이어졌고 그 결과 전기차의 가격이 자연스레 낮아지며 수요가 늘었다. 스페인은 전기차 구매 시 개인 소득세를 15% 감면하는 MOVES 제도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만큼 올 한 해 전기차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책적 드라이브와 별개로 유럽은 무역 전선에서도 전기차의 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최근 중국과 전기차 관세 철폐를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유럽은 당초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잠식을 우려해 보복성 관세를 검토했지만 가격 안정 및 공급망 문제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도 유럽 시장 진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BYD와 지커가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고 샤오펑이 폴란드 진출을 발표하며 유럽 시장 진입을 본격화 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유럽과 중국 간의 관세 해빙 국면을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유럽 시장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현대차그룹의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약 8만대로 전년 대비 15.9% 증가했다. 더욱이 기아는 슬로바키아 공장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추가하고 내년부터 EV2와 EV4 해치백을 생산해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는 대조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와는 별개로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북미 수출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미국향 수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현지 공장 가동 계획에 변화를 주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과 강력한 정책이 맞물려 완성차 업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에서의 손실을 유럽 시장에서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