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BMW, 상하이에서 시간을 달리다

입력 2025년04월22일 10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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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리즈 50주년 맞은 BMW, 특별 전시 열어
 -파워트레인부터 인포테인먼트까지, 흐름 재조명
 -전통과 전동화 경계 허문 구성 '눈길'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서 약 30여분을 달려가면 2010 상하이 엑스포가 열렸던 구역에 다다른다. 이곳에 위치한 BMW 익스피리언스센터는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체험시설로 우리나라의 BMW 드라이빙센터와 유사한 콘셉트를 갖추고 있다.

 


 

 전시장과 각종 주행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광활한 아스팔트 공터. 비가 쏟아진 21일에 방문한 이곳에서 BMW는 3시리즈의 50주년을 기념한 특별 전시를 열었다. 1975년 첫 출시된 최초의 3시리즈(E21)를 시작으로 E30, E36, E46, E90을 거쳐 현행 3시리즈(G30)까지 반 세기를 아우르는 3시리즈의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젊은 세대의 기자들은 레이싱게임에서 즐겼을 구형 3시리즈를 보고 열광했고 나이 지긋한 이들은 그들이 신차였을적에 시승한 오래된 3시리즈를 매만지며 그 시절을 더듬는 모습이었다. 단순한 향수를 넘어 한 브랜드가 얼마나 일관된 철학으로 시대를 관통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다. 

 

 단순히 차들을 나열하는 데에 그친건 아니다. 익스피리언스 센터 내부에서는 BMW가 3시리즈를 시작으로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를 보여주는 큐레이션 전시를 선보였다. 출발점은 1973년 등장한BMW 2002. 유럽 최초의 터보차저를 탑재한 양산차로 지금의 3시리즈의 철학을 잇는 차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뒤이어 BMW의 상징과도 같은 직렬6기통 엔진의 계보가 이어졌다. 정숙성과 균형, 부드러운 회전질감, 뛰어난 퍼포먼스로 요약되는 이 구조는 E30 M3를 시작으로 오늘날의 B58 엔진에 이르기까지 BMW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급진적인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도 단연 눈길을 끌었다. F1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5.0ℓ V10 엔진을 비롯해 전동화의 시작을 알린 i8의 3기통 PHEV 시스템, 갓 데뷔한 신형 M5의 V8 PHEV 파워트레인을 아우른다. 전시 안내를 맡은 BMW 중국법인 관계자는 "전동화는 고성능의 종착지가 아닌 또 다른 진화"라며 "BMW의 정체성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인터페이스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2001년 7시리즈에 처음 도입된 i드라이브를 시작으로 OS 8.5, 노이어클라쎄에 적용할 OS 10에 이르기까지 점차 고도화된 BMW의 인포테인먼트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음성인식, 제스처 컨트롤, OTA 업데이트, 퀵셀렉트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이날 BMW가 관객을 놀라게 한 진짜 무대는 전시장이 아니었다. 해가 지고 난 뒤, 본 행사장 옆 트랙에서 전기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은 ‘비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노이어 클라쎄 기반의 고성능 시험차로 이번 상하이모터쇼 공개를 앞두고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차의 등장은 단순한 데모가 아니었다. 관람객 앞에 놓인 건 50도 경사로였다. 실제 차량이 그 경사를 밟고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선 숨이 멎는 듯한 정적과 함께 환호가 이어졌다. 한국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이게 말이 돼?"라며 놀라운 반응이 터져나오긴 마찬가지였다. 

 

 이 극한 퍼포먼스의 중심에는 BMW가 새롭게 개발한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라는 컴퓨팅 기술이 있다. 이 시스템은 구동, 제동, 회생, 조향까지 차의 핵심 기능을 실시간 통합 제어하며 기존 시스템 대비 10배 빠른 처리 속도와 밀리초 단위의 반응성을 갖췄다. 

 


 

 외관 역시 실험차답지 않게 독특했다. 자체 발광 특수 도료가 적용된 이 차는 낮 동안 빛을 흡수하고, 밤에는 충전 상태에 따라 하얀 빛이 감도는 옐로우에서 네온 옐로우까지 다양한 색조로 발광한다. 자외선에 반응하는 후면 필름은 노란색에서 주황, 분홍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을 연출했다. 기술과 감성의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이었다.

 

 BMW는 이날 상하이에서 기술의 진보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반세기 동안 자신들이 지켜온 ‘운전의 본질’을 여러 층위로 체험하게 했다. 과거의 엔진과 섀시, 오늘의 인터페이스와 전동화, 그리고 미래의 통합 제어 기술이 하나의 서사로 엮였다.

 

 누군가는 이를 단순한 박물관 같은 전시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멈추지 않는 운전의 즐거움'이었다. 상하이 BMW 익스피리언스센터, 이곳에서 전 세계의 취재진은 시간을 달리는 차를 목격했다.

 

 중국 상하이=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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