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BYD가 쏘아 올린 EV 가격 전쟁

입력 2025년04월28일 09시56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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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다 낮을 수는 없다’ 자신

 

 “경쟁사가 가격을 내리면 BYD는 더 내린다. 상대방이 또 내리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인하하고 그렇게 승자 독식의 세계를 만든다.” BYD의 가파른 성장을 이끈 핵심 전략이다. 도대체 EV 생산 가격이 얼마나 낮기에 무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지 의문을 보내기도 하지만 BYD에게 ‘EV 승자는 곧 버티는(?) 기업’이다. 그리고 BYD는 버틸 힘을 갖기 위해 EV 가치 사슬을 구축했다. 셀과 팩, 그리고 EV에 필요한 핵심 부품 등을 직접 제조한다. 여기까지 보면 내연기관 가치 사슬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BYD는 핵심 부품인 셀을 EV 경쟁사에 공급하기도 한다. 이때 전략은 최대 이익이다. 반면 모기업인 BYD에 공급할 때는 최저 가격에 맞춘다. 당연히 경쟁사 EV 가격은 BYD를 따라오지 못한다. 

 



 

 며칠 전 만난 중국 내 BYD 경쟁사 임원의 말도 같다. 중국 내 수많은 전기차 기업 가운데 BYD보다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단언한다. 이는 배터리 셀과 팩, 그리고 전기차로 이어지는 체계를 BYD가 모두 소유한 덕분이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셀 공급사 1~10위 가운데 EV 완성차를 직접 생산, 판매하는 곳은 BYD밖에 없다. BYD의 EV 배터리 글로벌 공급 점유율은 무려 17.2%로 2위다.

 

 BYD의 가치 사슬 완성은 모든 자동차기업을 긴장시킨다. 어느 국가에 진출해도 가성비를 내세울 수 있어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형 SUV 전기차 가격이 경차 수준에 불과하다. 방어를 위해 국내 경쟁사가 가격 전쟁(?)을 유도하면 즉각 대응할 태세다. 그래서 국내 경쟁사들은 오히려 가격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의 강점인 연결성 강화, 충전 편의성 향상 등 다른 방법을 찾는다. 

 

 중요 관점은 EV 구매자의 성향이다. 여전히 보급형 EV를 찾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경제적 이유로 EV를 찾는다. 친환경 인식이 높아졌다는 소비자 분석은 응답자의 속마음이 감춰진 결과일 뿐이다. 차종마다 다르지만 일반적 기준에서 내연기관 소형 SUV가 400㎞를 주행할 때 소요되는 연료비는 약 5만원 가량이다. 반면 EV는 3만원 정도에 머문다. 급속 기준인 만큼 완속을 선택하면 2만원 초반까지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구매 가격이 낮아지면 경제성은 급격하게 향상된다. BYD가 가격 경쟁력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관심은 반응이다. BYD가 한국에 내놓은 첫차 아토3는 사전 확정 출고대수만 1,000대가 넘는다. 출고가 개시됐다는 소식에 계약도 늘어난다는 후문이다. 경제성을 최우선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그리고 세단형 제품도 한국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만대에 달했던 국내 EV 시장에서 1만대를 가져가겠다는 심산인데 결코 낮은 비중이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만큼 사실상 1만대는 국내 기업을 정확히 겨냥한다. 

 

 여기서 국내 경쟁사의 전략에 시선이 쏠린다. 시장 방어를 위해 가격 인하로 맞대응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국내 기업이 가격을 내리면 BYD는 추가 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마다 경제성을 눈여겨보는 소비자는 저가 제품에 더욱 시선을 돌리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파고 들어 중국산과 한국산 브랜드 차이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해외에선 일반화된 한국 EV와 중국 EV의 경쟁이 이제 한국 안방에서 펼쳐지는 모양새다. 창과 방패의 가격 전쟁,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흥미롭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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