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설계도 가상의 세계 활용

입력 2025년05월01일 08시14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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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부터 소프트웨어가 대세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 대한민국 기계공학계의 대표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기계공학 중에서도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와 응용역학 분야에 몰두하는 전문가들이 중심이 됐다. '대한기계학회 2025 CAE 및 응용역학 부문 춘계학술대회'다.

 



 

 흥미로운 점은 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공학적 접근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CAE 및 응용역학 분야의 연구자들은 단순한 해석(Analysis)을 넘어 복잡한 공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역량으로 소프트웨어를 주목한다.

 

 과거에는 시제품 제작과 반복 테스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지만 요즘은 CAE 도입으로 엔지니어들은 가상 환경에서 구조 해석, 유동 해석, 충돌 안전성 등을 미리 검증한다. 이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제품 출시까지 시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CAE의 영향력은 고성능 차 외에 대중차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량화와 연비 개선, NVH 저감과 같은 첨단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조사들은 CAE를 활용한 최적 설계를 필수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충돌 시뮬레이션이나 열관리 해석은 실제 테스트와 거의 유사한 수준의 정밀도를 확보하고 있어 안전성과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가상의 CAE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자동차 설계의 방향성과 효율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진화하는 셈이다. 

 



 

 대한기계학회 내 CAE 및 응용역학 부문 학술대회는 학계·산업계·연구기관들이 모여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협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지식 교류의 장이다. 올해 학술대회는 튜토리얼 1건, 신진연구자 초청 발표 6건, 특별세션 3건, 구두 발표 28세션, 포스터 발표 3세션, 학생 논문 경진대회를 포함해 총 295편의 논문이 발표되며 풍성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산업계에서도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연구소 성과가 소개되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CAE 분야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현재 순수 국산 엔지니어링 SW 개발사로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의 고진공 증착 현상, 전기차 모터의 오일 냉각 현상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다양한 솔버를 보유한 메타리버테크놀러지㈜, 그리고 다양한 공학 분야에서 최적 설계 솔루션을 제공하는 ㈜피도텍 등이 있지만 숫자는 여전히 많지 않다.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안시스(ANSYS)나 지멘스(Siemens) 제품처럼 해외 업체들의 엔지니어링 SW가 대세를 이룬다. 

 

 CAE 분야에 국산 SW가 드문 이유는 외산 SW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해석 결과의 신뢰성과 안정성 때문이다. 연구자와 실무자들은 검증된 결과에 대한 신뢰 때문에 쉽게 새로운 SW로 전환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국산 SW 개발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외산 SW가 해결하지 못하는 공학적 난제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난제 공략은 사람에서 출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하며 느낀 점은 대학 입시에서 의학계열(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며 공학 분야 인재가 차츰 줄어든다는 현실이다. 국가 경쟁력의 중요 축을 담당하는 기계공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 그리고 학문 후속 세대 양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재용(자동차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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