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또 하나의 역작, 포르쉐 911 카레라 GTS T-하이브리드

입력 2025년06월23일 07시42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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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방식 도입한 E-터보, E-모터
 -강력해진 성능과 알찬 효율 모두 챙겨

 

 탄소 배출 감축과 성능 사이를 두고 자동차 회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전동화 전환으로 가는 것이 맞지만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힘과 오랜 팬 층도 잊을 수 없어서다. 그만큼 각자의 방식대로 HEV와 PHEV, BEV를 적절히 활용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르쉐는 아이코닉 스포츠카 911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T-하이브리드를 도입했다. 내연기관의 정체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변하는 시대에 맞춘 결과다. 단순 개선을 넘어 획기적인 진화에 가깝고 또 하나의 역작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성능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다. GTS 기준 기존 3.0ℓ에서 3.6ℓ 수평대향 엔진으로 사이즈가 커졌다. 이와 함께 E-모터와 E-터보를 새롭게 추가해 출력과 효율을 모두 잡았다. 먼저, E-터보다. 양쪽에 대칭형태로 들어있던 트윈터보가 사라지고 한쪽 끝에만 모노터보를 달았다. 터보의 개수가 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출력을 내는 과정에서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부 기우였다.

 

 터빈 안쪽에 회전양과 반응을 더욱 빠르게 도와주는 전기모터를 추가한 것이다. 전기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전달해 끊김 없이 강력한 열 효율을 발휘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터보 특유의 지연현상(터보렉)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원리는 실제 F1 경주차에서 사용하는 열 회수 원리와 같다. 여기에 새 터보와 연결돼 있으며 중앙을 차지하는 부분은 전부 미립자 필터로 환경 규제에 철저히 대응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E-모터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 강한 전기모터를 추가해 힘을 추가로 전달한다. 약 50마력 정도를 발휘하며 발전도 담당하기 때문에 엔진 부하를 줄여주고 조금 더 적극적인 전기에너지를 쓸 수 있다. 이 같은 새 시스템 적용 결과는 숫자로 증명한다. 최고출력 541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도 62㎏∙m로 껑충 올랐다. 

 









 

 기존 911 카레라 GTS가 최고 490마력, 최대 58㎏∙m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상승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도 기존 3.4초에 3.0초로 크게 줄었다. 실제로 포르쉐 실험 결과 정지 상태에서 2.5초만에 달린 거리를 측정해 보니 기존 GTS는 14.5m를 달렸지만 T-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신형 GTS는 21.5m를 질주했다. 차 길이의 1.5배 되는 거리를 더 간 셈이다. 이 외에 뉘르부르크링 서킷 랩타입은 기존 대비 8.7초나 줄어든 7분16초 93을 기록했다.

 

 실제 주행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911의 성격과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할 정도다. 가장먼저 느낄 수 있는 건 반응이다. 엔진 리스폰스가 훨씬 빨라졌다.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즉각적으로 튀어나간다. 확실히 터보렉이 곱절로 줄어든 느낌이며 저속에서도 언제든지 속도를 붙일 수 있다. 

 

 고속 영역에서도 힘은 남아 돈다. 높아진 성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으며 한계점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도로 위 가장 앞에서 무리를 이끌 수 있으며 그만큼 이성의 끈을 잘 잡아야 한다. 엔진은 언제든지 스로틀을 열 수 있게 준비하고 있고 여유롭게 휘파람을 분다. 풍부한 힘을 한번 경험하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넉넉한 가속이다. 

 









 

 PDK변속기 역시 클러치를 없애고 전기모터가 앞쪽에 위치해 보다 빠른 변속을 유도한다. 새 엔진과 좋은 궁합을 보여주며 911만의 신개념 전동화 파워트레인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물론 운전자가 드라마틱한 변화를 느끼기는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PDK는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직결감이 뛰어나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새 엔진, 시스템과 맞물려 더 완성도가 높아졌을 뿐이다. 이 외에 앞쪽에 자리잡은 400V 배터리는 1.9㎾h급으로 순간적인 출력에 도움을 준다.

 

 강력한 시스템을 얹었음에도 무게는 고작 50㎏ 늘어났다. 이마저도 타이어 접지 등 관련 부품을 제외하면 파워트레인 무게는 40㎏ 증가한 수준이다. 실제 체감은 거의 느끼기 힘들다. 무게 증가보다는 강한 성능에서 오는 임펙트가 더 크다. 심지어 동력계통의 무게 중심도 더 낮아졌기 떄문에 완전히 풀 체인지 911을 모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여기에는 사운드도 큰 역할을 한다. 엔진과 터보는 물론 배기 시스템 역시 전부 달라진 결과다. 기존보다 훨씬 커졌고 거칠어졌고 무지막지한 모습이다. 다소 밋밋했던 이전 GTS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카랑카랑한 소리는 시동을 걸자마자 들리고 속도 상관없이 전 영역에서 고주파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마치 GT3나 GT4 계열 포르쉐 운전적에 앉아있는 착각을 준다.

 











 

 그만큼 매력적이며 중독성 강한 사운드다. 손과 발 끝에 맞춰서 합주가 가능하고 아름다운 교향곡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소리를 듣고 싶어서 일부러 패들시프트를 사용할 정도이며 차 안에서 평소 즐기던 음악 감상과는 저절로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이처럼 신형으로 오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기대 이상의 포인트이자 감동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사운드다.

 

 굽이치는 고갯길 에서는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낮고 넓은 차체, 거대한 타이어, 끈끈한 제동력 등 어느 곳 하나 부족한 게 없다. 능동적인 스포츠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좌우 피칭을 극적으로 잡아낸 PDCC, 조금의 틀어짐도 허용하지 않는 토크 백터링까지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주며 끝없는 감동을 전달한다.

 

 즉각적인 방향 전환은 물론 칼같이 코너를 들어갔다 나오며 운전자에게 희열을 전달한다. 조금 깊게 앞머리를 넣어도 차는 기분 좋게 받아내고 탈출 포인트를 서둘러 가속페달을 밟아도 문제없다. 큰 불안함 없이 깔끔한 포물선을 그려낼 뿐이다. 이상적인 벨런스를 가지고 우리가 911에서 기대할 수 있는 움직임을 깔끔히 구현한다.  

 

 ▲디자인&상품성
 부분변경 답게 외관은 섬세한 터치로 변화를 줬다. 4 포인트 주간주행등은 그래픽이 달라졌고 3만2,000개 이상의 픽셀을 갖춘 고해상도 HD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도 멋을 더한다. 범퍼는 프런트 엔드가 수직으로 배열돼 있다. 외부로 노출된 5개의 액티브 쿨링 에어 플랩도 달았다. 한 층 공격적이며 독특한 인상을 자아낸다.

 











 

 뒤는 새롭게 디자인한 라이트 스트립에 통합된 아치와 포르쉐 로고가 인상적이다. 번호판은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리어 범퍼를 단정하게 꾸며 비율적으로도 더 완벽해졌다. GTS 전용 스포츠 배기 시스템 덕분에 배기구 위치는 중앙으로 조정됐고 더 두꺼워졌다. 카이엔 터보 GT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데 그만큼 오너의 자부심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시승차는 별도에 에어로 액세서리를 추가해 거대한 고정형 스포일러도 탑재해 놓았는데 존재감을 높인다.

 

 실내는 소소한 변화에 그쳤다. 가장 먼저 911 최초로 완전히 디지털화된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12.6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제어 및 디스플레이 콘셉트와 조화를 이루고 광범위한 개인화 기능을 제공한다. 중앙 타코미터가 있는 5개의 튜브 포르쉐 다이얼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익스클루시브 클래식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최대 7개의 뷰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911 최초의 시동 버튼이 스티어링 휠 왼쪽에 위치한다. 누군가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만큼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단편적인 요소다. 이 외에 T-하이브리드 전용 인포테인먼트 화면 정도가 보이며 이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구성은 기존과 같다. 여전히 감각적이고 고급스럽고 절도 있게 맞물리며 우수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총평
 포르쉐는 언제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가 오면 흐름에 맞게 또 다른 역작을 내 놓을 뿐이다. 이번에 만난 911 카레라 GTS T-하이브리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전동화 전환기에 모두가 혼란스러울 때 포르쉐는 묵묵하게 본인들이 잘 하는 영역에 집중했고 성능과 효율을 모두 잡은 물건을 내 놓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모두가 열광할 만한 결과물로 먼저 앞서나간다. 명불허전 스포츠카 아이콘이며 이번에도 역시 포르쉐가 포르쉐했다.

 

 한편, 911 카레라 GTS T-하이브리드의 가격은 2억4,070만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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