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과 투어링의 절묘한 균형 보여줘
-라이더 위한 정교한 설계 돋보여
두카티는 언제나 속도를 상징했다. 트랙에서 한계를 시험하며 달리는 특유의 고성능 이미지는 물론 같은 국적의 다른 브랜드들 처럼 매혹적인 디자인까지 겸비했다.
그래서일까. 두카티라는 브랜드는 다소 경외심을 갖게 한다. 안그래도 장벽이 있는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인데, 누구에게나 허락된 기계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더 접근하기 힘든 느낌이다. 날렵한 외관과 특유의 예민한 반응, 긴장된 라이딩 포지션까지. 모든게 그렇게 느껴졌다.
그런데 멀티스트라다 V4 GT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바이크여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속도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장거리 투어러라는 말이 낯설 만큼 잘 다듬어진 몸놀림과 라이더를 안심시키는 배려까지. 고성능 브랜드들이 만들어낸 SUV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도 멀티스트라다 V4 GT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승차엔 제거됐지만 사이드 케이스가 마련되고 열선 시트와 그립, 중앙 스탠드, 스마트폰 무선 충전 공간 등은 단순한 투어링 장비를 넘어 ‘여정에 최적화된 기계’를 선언한다. 외관은 여전히 날카롭고 스포티하지만, 그 안에는 조용한 사려 깊음이 숨어 있다.
차체에 올라타면 자세부터 달라진다. 스포츠 바이크의 전형적인자세가 아니라, 어깨와 손목에 부담이 가지 않는 여유로운 셋업이다. 시트고도 생긴 것 만큼 높지 않다. 도로에서도 발을 바닥에 내려놓기에 어렵지 않겠다.
1,158㏄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12.3㎏·m을 뿜어낸다. 낮은 회전에서는 묵직하고 넉넉한 느낌으로 고회전에서는 매섭고 날렵한 응답성으로 달라진다. 마치 두 개의 심장을 품은 듯한 감각이다.
주행 안정성도 뛰어나다. 22ℓ의 연료탱크, 스카이훅 서스펜션 등이 제 역할을 해낸다. 도심의 신호대기처럼 느린 순간엔 후방 실린더를 꺼 열기를 낮추고 고속에서는 무게중심을 낮춰 안정적인 항속을 돕는 똑똑함까지 겸비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조절해주고 6.5인치 TFT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주행 정보도 표시해주는 등 장거리 라이딩의 편안함을 돕는다.
멀티스트라다 V4 GT가 주는 인상은 고급스러움이다. 단순히 빠르다기보다 속도와 안락함을 공전시킨 균형감. 직설적이면서도 날이 서 있는 디자인 안에서 부드러운 주행감이 흘러나오는게 사뭇 이질적이면서도 즐겁다.
가장 강한 바이크는 아니지만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바이크. 그리고 그 여정을 품격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멀티스트라다 V4 GT는 분명 가치있는 바이크다.
시승한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V4 GT의 가격은 4,05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