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교차 속 '한국적 미' 담아
-전시 병행한 구성으로 구매 경험 차별화 시도
"우리는 아직 10살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요. 오늘은 좋은 이야기보다, 고쳐야 할 점을 들려주십시오."
송민규 제네시스 사업부장(부사장)이 25일 제네시스 청주를 언론에 소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꺼낸 말이다. "취재 목적으로 왔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곳(제네시스 청주)을 살펴봐달라"며 고개를 숙인 그의 한마디엔 브랜드에 있어 공간이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정체성과 철학을 공유하는 장소임을 강조하려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257.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의 복합공간 ‘제네시스 청주’가 이곳에 문을 열었다. 연면적 6,953㎡, 강남이나 수지는 물론 뉴욕이나 상하이에 위치한 브랜드 하우스를 통틀어도 제네시스의 거점 중 최대 규모를 갖춘 이곳은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자 문화를 위한 플랫폼이었다.
이곳은 차를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브랜드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장소였다. 나무 캐노피로 시작되는 입구부터 금속공예 전시가 펼쳐지는 최상층까지 공간 곳곳에는 제네시스가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고유의 감성과 앞으로 걸어가려는 방향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공간의 개념은 ‘터’에서 시작한다. 제네시스는 방문객을 손님이라 부르고, 고객을 맞이하는 장소를 터라 칭한다. 제네시스 공간경험실 문정윤 실장은 “청주라는 도시의 환경과 역사, 문화의 고유성을 담아낸 공간”이라며 “지역성과 한국적 미감을 구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청주의 공간 콘셉트는 교감으로 빚은 '켜'다. 켜는 겹겹이 쌓이다(layer)와 켜다(turn on)의 의미를 동시에 담는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경험이 켜켜이, 그리고 차곡차곡 쌓이고 브랜드와의 새로운 문화가 열리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길이 60m의 나무 캐노피다. 전통 처마에서 영감을 얻은 캐노피 아래에서 방문객은 첫 발걸음부터 환대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부 마감에는 한지, 나무 등 청주의 공예 정신을 담은 소재가 쓰였고, 건물의 3면에는 유리 파사드가 적용돼 자연광이 흘러드는 구조다. 정면에서 보면 자연 속에 차가 놓여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2층은 마그마 디자이너의 데스크를 콘셉트로 꾸며진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GV60, GV70, GV80 등 SUV를 전시한 3층과 G70부터 G90까지 세단만을 전시한 4층에서는 차 전시와 함께 컬러 스토리 영상, 내외장 구성 등을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브랜드 큐브에서는 정자 같은 분위기 속에서 상담을 받게 된다.
5층은 제네시스의 디자인 트림 '블랙'만으로 꾸몄다. 개관 기념으로 금속공예 작가 조성호와 협업한 전시 ‘시간의 정원’도 7월 6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이 아닌 하나의 미술관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다.
6층에는 제네시스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라운지와 제네시스 오너 전용 공간 오너스 라운지가 마련됐다. 무드등을 만드는 한지 워크숍, 은색 레진아트를 활용한 클래스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그리고 이 같은 체혐형 이벤트는 모두 마감됐을 만큼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6층 한켠에 자리잡은 오너스 라운지도 단연 인상적이다. 바깥의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한옥 특유의 창호를 연상케하는 창문 밖으로 잘 꾸며진 정원이 자리한다. 바닥재는 마치 전통 한옥의 장판 같은 패턴으로 따듯한느낌을 살렸고 달항아리같은 한국적인 소품들도 자리했다. 제네시스 오너라면 예약을 통해 약 3시간을 나만의 공간처럼 쓸 수 있고, 예약이 없다면 당일 방문도 가능하단다.
제네시스 청주의 또 하나의 차별화는 ‘지역 특화 시승 프로그램’이다. 대청호 등 청주의 자연 경관을 누리며 브랜드 전 라인업을 시승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VIP석 시승, 비교 시승, 오너 주행 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와 체험 외에도 공간 사이사이에 스토리를 배치했다. 5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실에는 콘셉트카의 개발 스토리, 스케치, 디테일 컷이 전시돼 브랜드의 흔적과 발자취를 하나하나 되짚어볼 수 있다.
오픈 이후 두 달, 1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전시, 시승, 문화 체험, 커뮤니티 활동이 한 공간에 어우러진 곳. 그동안 하남, 강남, 수지, 안성에서 확장돼 온 제네시스 거점이 이제 충청으로, 청주로 뿌리를 내렸다.
자동차가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의 도구가 되는 공간, 제네시스는 청주에서 그 실험을 시작했다.
청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