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노하우 드러나는 글로벌 스텐다드
-블랙 에디션만의 특별함 돋보여
3열 대형 SUV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연초부터 잇따른 신차의 등장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것. 이러한 상황 일수록 노하우 깃든 근본 있는 차가 더욱 조명을 받기 마련이다. 바로 혼다 파일럿이 대표적이다.
일본차 특유의 섬세한 감각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또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차답게 다재 다능한 활용성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실내외를 모두 검정으로 칠한 블랙 에디션은 특별함을 키운다. 글로벌스텐다드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키를 건네 받아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첫 인상은 듬직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볼드한 이미지도 키운다. 곡선 보다는 굵직한 캐릭터라인과 직선, 각을 활용에 디자인했다. 그만큼 정형화 되어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고 당당함을 키운다. 반듯한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 디자인 역시 호불호 없는 구성이다. 큼직한 패턴의 무늬와 엄청난 사이즈의 혼다 로고도 멋스러움을 나타내는 요소다. 중앙을 흐르는 깊은 블랙 그릴 바는 물론 세부적인 몰딩도 모두 검게 물들였다.
측면은 단번에 대형 SUV임을 알 수 있다. 껑충 솟아오른 높이와 지상고, 면적이 넓은 유리창은 물론 사이드미러와 휠 하우스 등 전부 다 특대형이다. 20인치 휠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마무리 했다. 또 에디션답게 전부 검게 칠했다. 차 성격과 컨셉트를 바라보면 아쉬울 게 없는 구성이다. 뒤는 신형다운 특징을 드러낸다. 테일램프의 변화가 가장 크며 조금 더 안정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커다란 파일럿 레터링도 중앙에 붙여 요즘 차 트렌드를 잘 따른다. 웬만한 자동차 앞 유리창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커다란 뒷 유리창과 깔끔한 스포일러 구성도 좋다. 이 차에서 유일하게 크롬도금을 사용한 부분은 뒷범퍼 장식 뿐이다. 마치 배기구를 연상케 하지만 실제로 뚫려 있지는 않고 모양만 구현했다.
정갈한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수평과 수직을 적극 활용해 차가 더욱 넓어 보이며 깔끔한 인상을 구현했다. 필요한 위치에 익숙한 버튼들이 놓여 있으며 사용하는 데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적당한 사이즈의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해상도가 무척 뛰어나다. 그래서 인지 꽤 많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한다. 익숙한 모습의 송풍구와 공조 장치 버튼 배열은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이는 폭이 상당한 센터 터널로 이어진다.
특히, 버튼식 변속레버가 인상적이다. 오작동을 막기 위해 각각의 버튼 모양과 누르는 방식이 다 다르다. 한 두 번 차를 만들어 본 솜씨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주행모드와 오토 홀드 등 필요한 것들로만 모아 놓았고 나머지는 전부 수납의 영역이다. 참고로 공간 활용성은 파일럿이 갖고 있는 큰 특징 중 하나다. 여러 겹으로 단을 나눠 놓은 도어 패널만 봐도 얼마나 효율적인 차인지를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벤티 사이즈 컵도 쉽게 들어가는 깊은 컵홀더, 큼직한 콘솔박스, 넓게 열리는 글로브박스 등 수납의 달인 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의 엄청난 공간 활용 능력을 갖고 있다. SUV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다. 편의 품목도 알차게 들어있다. 무선 카플레이와 메모리·열선·통풍 시트, 어라운드뷰, 보스사운드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등 최상위 트림 기반으로 만들어 부족하지 않다.
블랙 에디션 만의 차별 점은 시트에서 나온다. 블랙 가죽과 레드 스티치 조화이며 별도의 자수도 새겨 넣었다. 검빨 조합이 참으로 매력적이고 분위기를 높인다. 1열 플로어 매트에도 블랙 에디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 차의 핵심 포인트는 2열이다. 참고로 혼다 파일럿은 2+3+3 구조의 8인승 SUV이다. 대부분 라이벌이 7인승 임을 감안하면 사람 한 명 더 태울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2열에서 두드러진다. 얼핏 보면 벤치시트 같지만 각각 하나의 좌석으로 구분돼 있으며 중앙에는 등받이를 내려 트레이로 만들 수도 있다.
또 반대로 통으로 떼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2+3+3 구조의 7인승이 완성 되기도 한다. 즉 독립식 캡틴 시트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떼어낸 시트는 트렁크 아래쪽에 깔끔하게 수납도 가능하다. 다재다능한 활용 능력을 보면 마치 미니밴을 보고 있는 듯하다. 참고로 2열에는 전용 송풍구와 공조장치, 열선 시트, USB 충전 포트 등이 기본이며 수동식 햇빛가리개도 제공한다.
3열도 좋은 구성을 갖췄는데 타고 내리는 과정부터 만족스럽다. 2열에 위치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반자동으로 앞으로 폴딩되면서 넓은 탑승 공간을 연출한다. 이후 앉았을 때의 착좌감이 준수한 편이며 등받이 각도가 절묘해 편안하다.
3인승 구조라서 시트 면적이 제법 넓고 전용 컵홀더와 송풍구, USB 충전 포트 등 세심한 배려도 인상적이다. 또 시선을 돌렸을 때 유리창 면적이 커서 개방감도 좋다. 장거리 주행에도 문제가 없는 온전한 3열이며 성인 8명 모두 쾌적한 이동 경험을 받을 수 있다.
▲성능
혼다 파일럿 블랙에디션의 파워트레인은 V6 3.5ℓ 직분사 DOHC i-VTEC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조합이다. 그 결과 최고출력 289마력, 최대토크 36.2㎏∙m를 발휘하며 풀타임 4륜구동으로 힘을 땅에 전달한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속도가 전개되는 느낌은 전형적인 자연흡기 엔진 그 자체다. 스로틀을 여는 동시에 조금의 지연현상 없이 속도를 올리고 상당히 부드럽게 전개 되는 맛이 참 좋다. 작은 엔진으로 터보를 쥐어짜는 요즘 차들과는 확실히 다르며 속 시원한 가속을 경험할 수 있다.
한 번 탄력을 받으면 고속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 한다. 매끄러운 엔진 회전수가 힘을 더하며 운전자가 예상했던 속도 범위보다 더 높은 곳을 가리키고 내달린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발진 가속 시 운전자가 체감하는 포인트다. 매우 가뿐하게 전진하는데 차의 무게와 덩치를 잊을 만큼 경쾌한 반응이다. 그만큼 답답하거나 더디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처럼 이상적인 가속 경험에는 엔진과 함께 합을 맞추는 변속기 힘이 컸다. 10단 자동변속기는 사실상 7단부터 항속기어 성격이 강하며 웬만한 실용 구간에서는 1~6단 범위에서 커버 한다. 유럽차처럼 직결감을 강조하기 보다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쪽을 택했다. 그럼에도 힘을 내야 할 때는 정확히 단수를 오르내리며 똑똑한 모습을 보여 준다.
이처럼 실력 좋은 파워트레인은 차의 완성도를 높이며 즐거운 드라이빙에 도움을 준다. 이를 제외한 전체적인 움직임은 무난하다. 적당한 반응의 스티어링 휠과 평균값을 잘 맞춘 핸들링, 코너링, 서스펜션 등이 대표적이다. 크게 모난 곳 없이 각 요소들의 균형 감이 좋고 두루 만족할 만한 이상적인 세팅이다.
반대로 기대 이상의 장점도 찾아 볼 수 있었는데 제동에서 나왔다. 보통 3열 대형 SUV의 경우 브레이크 답력에 따른 제동값이 매우 다양하고 그만큼 각 브랜드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완전히 차가 멈출 때까지 일정한 페이드를 기록하며 상당히 우수한 제동 능력을 보여줬다. 이질감이 들거나 울컥거리지 않아서 큰 차를 다루는 데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혼다 센싱도 우수하다. 앞 차와의 간격은 물론 차선을 잡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운전자가 차를 믿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 실제로 독자적인 안전 차체 기술 ACE 바디 등 혼다만의 안전 기술을 통해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고 미국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충돌 테스트에서도 최고 안전등급 TSP+를 획득한 바 있다.
▲총평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혼다가 글로벌 무대에서 얼마만큼의 가치와 매력을 드러내는지 단편적으로 알려 주는 차다.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꾸준히 피드백을 받으며 완성도를 쌓아 온 모습이 드러나고 이는 운전을 하면 할수록 깊은 만족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순정 파츠로 검게 물들인 블랙 에디션은 확실히 차별화 포인트가 되며 도로 위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격적인 모습이나 신선함으로 첫 인상을 강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오랜 시간 함께하면 할수록 진국이 묻어나는 깊은 매력에 빠지는 차가 파일럿이다.
한편, 파일럿 블랙 에디션의 가격은 7,090만 원이며 컬러는 블랙, 화이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