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예상 밖의 정공법, BYD 씰

입력 2025년07월18일 09시0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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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주행성능. 기본기 뛰어나

 -기능은 충분, 감성은 아쉬워

 -일부 부족한 품목은 보강 필요


 "차가 왜 이렇게 좋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트랙을 서너바퀴 돌고 온 기자들 사이에서 묘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속도감, 회두성, 브레이크 성능이 기대치를 훌쩍 넘어서자 나온, 다소 어이없다 느껴지는 감탄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기대를 하지 않았길래 그런 반응이 나왔을까. 그런데 중국산 전기차의 선입견을 허무는 데에는 단 몇 바퀴면 충분했다. 

 

 ▲성능
 시승차는 듀얼모터 기반의 AWD 버전. 최고출력 530마력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8초 만에 도달한다. 현대차 아이오닉6 롱레인지 AWD가 320마력 0-100㎞/h 5.1초,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AWD가 490마력 0-100㎞/h 4.4초임을 감안하면 제법 강력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7㎞로 준수한 편.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단단함을 기반으로 편안함을 지향한 세팅이다. 에버랜드 일대 도로의 불친절한 과속 방지턱을 거칠게 넘어봐도 진동을 걸러내는 능력이 제법 괜찮다. 노면의 잔진동과 타이어 구르는 소음, 2열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모터 구동음이 느껴지지만 그리 불쾌하지는 않다.

 

 속도를 올려가는 과정은 포르쉐 타이칸 같은 폭력성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제법 강력한 출력에도 운전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뿜는다. 와중에 흔들림 없이 직선에서 뻗어나가고 시속 150㎞ 이상에서도 노면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다. 

 


 

 핸들링도 제법 깔끔하다. 빠른 코너링에서 차체가 무너진다거나 뒷바퀴가 밀리는 느낌 없이 운전자의 조향을 그럴듯 하게 따라간다. 전후 무게 배분이 50:50으로 맞춰진 데다 주파수 가변 댐핑(FSD) 서스펜션과 iTAC(지능형 토크 제어) 시스템이 결합되어 자세 제어 능력 만큼은 만족스럽다. 결정적으로 2.2톤이라는 공차중량은 무색하게 느껴진다. 

 

 아쉬운 점도 있다. 감성은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브랜드의 전기차가 가속 할 때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내는 시대다. BYD 정도의 회사라면 충분히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인데 150㎞ 이상을 넘나드는 서킷에서 고요함만이 맴도니 영 밋밋하고 심심했다. 

 


 

 감성을 연출하려 애쓰기보다는 기능적 완성도에 집중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BYD가 의도한 게 감성보다 기능이라면 이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충분히 잘 돌고, 잘 서기 때문이다. 실제 트랙과 같은 주행 환경을 마주할 일은 극히 적지만 얼마나 신뢰성 있는 주행 성능을 확보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눈길을 사로잡을 만 하다. 얇고 매서운 LED 헤드램프와 물결 모양의 주간 주행증은 차의 가장 아이코닉한 부분이다. 중앙을 낮게 깎은 범퍼 디자인은 시각적으로도 차의 무게 중심을 끌어 내리는 역할을 한다. 

 







 

 측면은 매끄럽게 흐르는 루프라인과 잘 정제된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패스트백 스타일과 더블 웨이스트 라인의 결합으로 차체는 더 길어보이고 역동적인 느낌도 강하다.  후면은 덕테일 형상의 스포일러와 일체형 테일램프, 그리고 레이스카에서 영감을 받은 하단 디퓨저가 조화를 이룬다. 

 

 공기역학 성능도 주목할 만하다. 공기저항계수(Cd)는 0.219로, 이는 테슬라 모델3(0.23)나 현대차 아이오닉6(0.21)와 비교해도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디자인이 미적인 요소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주행 효율과 성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내에 들어서면 첫인상은 분명 고급스럽다. 천연 나파 가죽 시트와 크리스탈 기어 레버, 조명을 품은 12.8인치 회전식 디스플레이까지 전반적으로 시각적 완성도는 뛰어나다. 가죽 자체의 질감도 훌륭하고 2열 레그룸과 헤드룸 공간도 넉넉해 탑승자 편의성을 고려한 흔적이 뚜렷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먼저 내장재 일부의 플라스틱 마감은 다소 격이 떨어진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아쉬운 점이 있다.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는 빠르지만 기능 배치가 복잡하고 직관성이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송풍구 풍향 조절은 물리 버튼 없이 화면에서만 가능해 적응이 필요하고 회생 제동 강도 조절 역시 여러 단계의 메뉴를 거쳐야 해 주행 중 조작이 어렵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겠다.

 

 2열은 착좌감과 쿠션 세팅이 만족스러워 짧은 거리 시승에선 분명히 쾌적했다. 다만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도는 좀 더 지켜볼 부분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2열에 열선 시트가 없다는 것. 경쟁차 상당수가 기본 제공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자 입장에선 불만 요소가 될 수 있다. 차 자체의 완성도와 기술력이 뛰어나서 이 같은 작은 아쉬움들이 상대적으로 더 눈에 띈다. 

 


 

 ▲총평
 BYD 씰은 잘 만들었고, 잘 달린다. 단순히 ‘중국산 전기차’라는 프레임으로 가볍게 소비되기엔 그 완성도가 제법 깊다.  기능적 측면은 명확하다. CTB 기술을 기반으로 한 낮은 무게 중심, 탄탄한 서스펜션과 섬세한 토크 제어는 트랙에서도 신뢰를 안긴다. 일상에서는 조용하고 매끄럽게, 필요할 땐 날렵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다만 그 기능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 곧 상품성에서의 디테일은 조금 더 정리될 필요가 있다. 인포테인먼트 조작의 불편함, 일부 편의 기능의 부재는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한국 시장처럼 실내 사용성과 사소한 장비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D 씰은 이 시장에서 꽤 설득력 있는 전기 세단이다.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정도 퍼포먼스라면 기대 이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보조금이 반영되지 않은 신차가는 4,69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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