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KCC·교학 흑자, 한성은 적자 기록
-영업외 손익 악화..경영적 판단 실패했나
-"직원에만 책임 전가"..와중에 노사 갈등까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지난 한 해는 어려웠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4년 벤츠의 연간 등록 대수가 6만6,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세를 나타냈기 때문. 다만, 올해 상반기 3만2,575대를 팔며 작년 같은 기간 보다 8.5% 반등하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판매 감소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벤츠 딜러사들은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주요 벤츠 공식 딜러사들의 2024년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KCC오토는 28억원, 교학모터스는 36억원, HS효성더클래스는 1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모두 흑자를 냈다. 지난해 벤츠 판매가 전반적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관리와 영업 전략 조정을 통해 실적을 지켜낸 것.
하지만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만은 이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성자동차는 6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468억원) 대비 적자 폭이 180억 원 이상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706억원에 이르며 주요 딜러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성은 지난해 판관비로 2,446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대비 14.6%(+312억 원)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임차료(289억원, +32.6%), 광고선전비(69억원, +43.8%), 지급수수료(121억원, +28.7%) 등이 일제히 증가했다. 같은 판매 감소 국면에서도 타 딜러사들이 비용을 통제한 반면 한성은 오히려 지출이 늘었다는 뜻이다.
영업 외 손익도 크게 악화됐다. 2023년 17억원 흑자를 냈던 항목이 2024년에는 129억원 손실로 전환됐다. 파생상품 평가손실(62억원), 금융상품 평가손실(23억원), 유형자산 처분손실(14억원)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판매와 서비스 등 영업 네트워크 전반에서의 실책이 아니라 재무·투자 판단이 연이어 어긋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노사 관계는 복잡하다.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성 조치를 진행했고 노동조합은 이와 관련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 설립 초기 갈등이 서비스센터 중심의 임금 및 성과급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영업사원의 인센티브를 소비자에게 넘기는 '선수당 할인' 제도와 저성과자 부당전보, 딜러의 영업 기록을 토대로 한 회사 측의 경쟁 저해 행위 등 사업 영역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금속노조 수입차지회 한성자동차 노조 측은 “사측이 실적 부진의 책임은 지지 않고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으로만 방향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노조 측 주장에 대한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 않은 가운데 마르코 김 한성자동차 대표이사 취임 이후 대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양측의 소통은 완전히 단절된 것으로 비춰진다.
갈등은 결국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 한성자동차 노조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근거로 쟁의권을 확보했고 지난 28일 총파업을 결정했다. 쟁의 행위는 본사 영업지점 및 서비스센터를 포함한 전 조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인위적인 인사이동과 선수당 할인, 성과 미반영 전환배치 등을 통해 직원에게 구조조정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단순한 처우 문제가 아니라 고용 안정성과 조직의 존엄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다른 딜러사들이 대부분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왜 한성만 유독 악화일로를 걷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성자동차 노조는 31일 한성자동차 방배 본사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