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 스케치에서부터 데이터 컨트롤 모델까지
-수 많은 팀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업해 완성
모두가 선망하는 꿈의 드림카, 그리고 멀리서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제품의 강한 아이덴티티, 모두 포르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즉 디자인의 힘이 어느 브랜드보다 강하고 영향력 또한 상당하다. 이 같은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독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디자인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로니 뷔흘러 포르쉐 바디 패널 조립 부문 디렉터는 개발 과정을 설명하며 노하우 깃든 전통적인 방식과 현대적인 기술의 도움이 합을 이뤄 강한 시너지가 발생하며 변함없는 포르쉐 디자인 경쟁력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디자인 프로세스의 첫 시작은 언제나 종이와 펜을 사용한 스케치로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고 운을 띄웠다. 먼저, 익스테리어 스케치에 이어 인테리어 스케치가 진행되며 수많은 스케치 중 가장 매력적인 시안을 스타일 포르쉐 총괄 마이클 마우어(Michael Mauer)와 각각 익스테리어 및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하는 피터 바르가(Peter Varga), 마르쿠스 아우어바흐 (Markus Auerbach)가 선정한다.
사내 디자인 경쟁 단계에서는 1:3 비율의 클레이 모델을 최대 10개까지 만든다. 디자이너와 모델러 2인으로 구성된 각 팀은 초기 스케치를 3차원으로 구현하고 다듬는다. 모델러는 보통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경우에 따라 모델 제작 전문가일 수도 있다. 프로세스 초반에는 비율을 비교적 자유롭게 다루지만 가장 유력한 모델이 추려지면 이 단계부터는 휠 사이즈나 휠 베이스와 같은 치수를 더 현실적으로 적용한다.
산업용 점토를 사용해, 이어지는 디자인의 모든 디테일을 강철, 목재, 단단한 폼으로 만든 프레임 위에 축척대로 모델링한다. 모델러는 재료를 깎아내고 모서리를 다듬는다. 그리고 표면을 매끄럽게 정리한다. 테이프와 필름을 활용해 중요한 선과 윤곽을 강조하거나, 헤드라이트와 창문의 평평한 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라인을 잡기 위해서는 사람의 육안 그리고 실물로 다듬어 보는 것만큼 정확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차체를 보는 시선과 감각은 장인정신에 입각해 압도적이라는 것.
물론 휠이나 레터링과 같은 일부 요소는 3D 프린터로 제작해 클레이에 통합된다. 하지만 덩어리가 상당한 차체는 클레이를 통해 기틀을 잡는다. 이 같은 실물 크기 (1:1)의 모델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 사내 디자인 경쟁의 결선에는 실물 크기 모델 2개가 선정되며 이 모델들은 특수한 은색 필름으로 마감 처리 후 도색된다.
이후에는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다. 모든 표면 데이터와 소재 정보(색상과 질감), 디스플레이 콘텐츠, 트림별 세부 품목까지 담겨 있는 가상 모델은 미래 차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도어와 플랩을 열 수 있으며 마우스 클릭만으로 빛과 그림자 효과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가상 모델은 최대 5,000만 개의 폴리곤으로 구성되며 데이터 용량은 약 18GB에 이른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프레젠테이션 룸에 있는 파워월은 폭 16.5미터로 영화관 수준의 규모로 총 972개의 LED 타일과 10K 해상도를 갖췄다.
디자인 프로세스의 최종단계에서는 데이터 컨트롤 모델이 등장한다. 스트라크는 디자인과 생산을 연결하는 부서로 차의 실루엣부터 차체 부품, 그리고 헤드라이트와 같은 세부 요소까지 검토하며 새로운 모델의 양산 가능성을 평가 및 보장한다. 부서 간 협업 팀에서는 스타일 포르쉐가 기술 개발, 생산, 금형 제작을 담당하는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과 협력해 검증된 디자인 초안의 제작 및 산업화 가능성을 실제 양산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참고로 포르쉐의 디자인 부서인 스타일 포르쉐는 약 150명의 전문가가 근무한다. 아날로그 기법과 디지털 툴을 함께 활용해 디자인을 반복한다. 게임 업계에서 발전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클래식 스케치와 정교한 클레이 모델 역시 여전히 중요한 디자인 수단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바이작에 현재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고 능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투명하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이 공간에서 스타일 포르쉐는 더 혁신적인 디자인을 위해 ‘플로우 테스트 벤치’ 및 ‘콘셉트 빌딩’ 팀과 활발히 교류하며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니 뷔흘러 바디 패널 조립 부문 디렉터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디자인 요소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조율은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 더 멋진 미래 제품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며 “최고의 솔루션을 구현해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독일(라이프치히)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