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조의 비밀조직 '처완기능양성부'
 -"망가뜨리며 배우는 개발 문화..좋은 차의 시작"
 
 "차가 망가졌네."
 
			
				
					
					
				
			
 
 보통이라면 다급하게 들릴 한 마디가 토요타의 연구소인 시모야마 테크니컬센터에서는 웃음과 함께 흘러 나온다.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토요타의 마스터드라이버,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다. 그는 차를 부수며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한 차를 만들고자 한다. 
 
 그 철학의 한 가운데엔 처완기능양성부가 있다. 모리조가 스스로 부장을 자처하는 약 70여명의 조직. 토요타의 규모를 생각하면 결코 큰 팀은 아닌 이 조직의 수장은 토요오카 사토시 부장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부장 대리'라고 칭한다. 토요오카 부장은 “모리조는 ‘좋은 차를 만드는 일’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며 “그가 직접 드라이버로 참여하고, 테스트카를 부수고, 다시 고치며 차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과거 토요타 내부에는 ‘차를 부수지 말라’는 금기가 있었다. 하지만 모리조는 그 틀을 깼다. 토요오카 부장은 “모리조는 차를 부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것이 차를 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말하고 실제로 사고가 나면 ‘망가졌네’ 하고 웃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데이터를 수집하고 약점을 찾아 보완하는 게 주 업무다.
 
			
				
					
					
				
			
 
 야부키 히사시 마스터드라이버는 처완기능양성부를 병원에 비유했다.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가 환자를 진단하는 의사라면, 우리는 그 처방을 내리는 의사"라며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게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느낄 감각을 중심으로 차의 반응을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토요타다운 맛’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처완기능양성부는 뉘르부르크링을 모사해 만든 시모야마 테크니컬센터를 거점으로 한다. 브레이킹, 가속, 좌우 입력, 점프 등 차체가 받는 부하가 실제 서킷과 거의 동일하게 설계돼 있다. 이곳에서 테스트카는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조향계의 한계를 시험당한다.
 
 토요타가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이들은 여전히 배우고 있다. 최근 모리조를 놀라게 한 건 다름 아닌 한국의 전기차였다. 토요오카 부장은 “모리조가 현대차의 아이오닉5 N을 타보고 ‘이 차에 지지 않을 차를 만들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유럽차를 따라잡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전 세계 모든 브랜드가 경쟁 대상이 됐다”며 “경쟁은 곧 자극이고 자극은 진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현재 토요타는 순수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 그리고 ‘운전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 전기차’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야부키는 “전기차 시대에도 주행의 ‘맛’을 잃지 않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토요타는 일본 모빌리티쇼에서 ‘센추리’의 브랜드화를 공식 선언했다. 센추리는 1967년부터 이어진 일본 최고급 세단으로 그동안 일본 총리와 왕실 의전용으로 사용되어 왔다. 야부키는 “센추리는 일본이 만든, 일본다운 차의 상징”이라며 “정숙성, 내장재의 질감, 뒷좌석 승차감 등 기본적인 DNA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모리조가 직접 시승과 테스트에 참여하는 건 이 조직의 전통이 됐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드라이버가 함께 차를 다듬는 과정에서 원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엔 소음 담당자와 성능 담당자가 서로 싸우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본다는 게 그들의 자부심이다.
 
 나고야(일본)=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